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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최대 125세 안팎의 수명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체중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240살까지도 살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오래 살기로 유명한 포유류인 박쥐를 대상으로 한 수명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추한 것이다.

포유류에서 체중은 수명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덩치가 큰 포유류들이 작은 것들에 비해 오래 산다는 것이다. 물론 대체적인 추세여서 예외도 적지 않다.
  
따뜻한 곳에 사는 흡혈박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점을 고려할 때, 포유류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최대 40년 남짓 사는 것들도 있다.
 따뜻한 곳에 사는 흡혈박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점을 고려할 때, 포유류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최대 40년 남짓 사는 것들도 있다.
ⓒ 제럴드 윌킨슨(메릴랜드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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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인 예로 사람은 개보다 수명이 훨씬 길다. 개는 사람이 극진히 돌봐준다고 가정할 때,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다. 80~90세 넘어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점만 봐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인간이 체중이 적은 개보다 오래 산다는 점은 명확하다.

또 포유류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걸로 확인된 동물이 '고래'라는 점도 체중과 수명의 밀접한 연관성을 말해준다. 1999년 캐나다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북극고래의 경우 최대 211년을 살다간 개체도 있었다.

100살을 넘기는 북극고래는 흔하며, 고래는 보통은 40년 늦게까지는 50살이 될 때까지도 성장이 계속된다. 북극고래 성체는 큰 것의 몸무게가 100t이 넘는다고 하니, 보통사람 1천 명의 몸무게를 합한 것보다 훨씬 체중이 많이 나간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이 대체로 북극고래의 절반 안팎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중 상관관계를 따질 때 사람이 북극고래보다 단위 체중 당 수명은 상대적으로 훨씬 길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사람이 체중치고는 아주 오래 사는 편인데, 체중 대비로 이 같은 인간을 능가하는 대표적인 포유류가 박쥐이다. 박쥐는 아주 작은 것은 몸무게가 2g 남짓에 불과한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은 1.6kg 안팎에 이르는 것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포유류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긴 종 중 하나인 북극고래. 최대 211년까지 산 개체도 있었다.
 포유류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긴 종 중 하나인 북극고래. 최대 211년까지 산 개체도 있었다.
ⓒ 올가 쉬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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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몸무게를 고려하면 어느 종이든 수명이 매우 긴 편이다. 비슷한 몸무게를 가진 다른 포유류에 비해 박쥐는 4배 정도 오래 산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실제로 30년 넘게 사는 박쥐 종이 흔하며 몇몇 종류는 수명이 40년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제럴드 윌킨슨 교수팀은 4종의 박쥐를 조사했다. '왜 이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오래 사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포유류 임에도 불구하고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점이 긴 수명의 열쇠 가운데 하나인 걸로 추정됐다. 

연구팀이 조사한 4종의 박쥐 가운데 고위도 지방에 서식하는 3종류는 동면을 하는 종이었다. 반면 적도 근처에 사는 흡혈박쥐는 동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체온을 떨어뜨렸다 높였다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먹이가 부족할 경우 체온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사가 이뤄지는 과정은, 바꿔 말하면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이다.

생체를 공장으로 가정하면, 공장이 가동되는 셈이다. 공장이든 기계든 가동이 많이 되면 노후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장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생명체에게 고장이란 곧 질병을 의미하는데, 아무래도 질병에 자주 걸리면 수명이 단축될 확률이 높아진다.

고위도 지방에 사는 박쥐들은 특히 동면기간이 길고, 체온 조절 범위가 폭넓은 것으로 드러났다. 체온 조절은 감염 등에 대처하는 생체의 대표적인 방어 메커니즘이다.

사람은 크게 퇴화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간 역시 체온 조절을 통한 방어 메커니즘을 갖고는 있다. 감기나 세균 등에 감염되면 열이 오르는 게 단적인 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에너지 소모가 적고 질병 등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을 잘 갖춘 포유류일수록 체중 대비 상대적으로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윌킨슨 교수는 "인체가 박쥐처럼 에너지 대사 등을 할 수 있다면, 체중을 고려할 경우 수명이 최대 240년 가까이 될 수 있는 거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왜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대체로 수명이 긴가 하는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같은 박쥐라도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박쥐가 적도 부근 박쥐에 비해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태그:#수명, #체중,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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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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