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
 
연극은 주변의 이야기를 확대한다. 때로 그것은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로맨스가 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공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연극 안에 희극은 놓칠 수 없는 흥행요소다. 연극이란 해쉬태그 옆에 데이트, 주말, 힐링 이란 꼬리표가 붙는 것이 바로 그 방증이다. 여기 그 연결고리에서 한 발짝 떨어진 극이 있다. 웃음보다는 퍽퍽한 현실에 고단한 삶에 지난한 한 개인의 여정에 주목한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극작을 맡은 신성우 작가는 "가장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극은 국내 재임용 탈락 1호 판사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의 동명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993년 사법부의 정통을 주장하며 돈 봉투가 오가는 법조계의 현실을 질타한 그는 이후 내부고발자라는 딱지와 함께 의도적 배격을 당한다. 근거 없는 사생활 폭로도 연이었다. 결국 법을 떠나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얼마 전에서야 변호사 직함을 다시 얻어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에서 진행된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제작발표회 현장. 개그맨 노정렬의 사회로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에서 진행된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제작발표회 현장. 개그맨 노정렬의 사회로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 극단 청산

 
"소외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부정한 사회 앞에 정직한 개인이 녹아내리는 모습은 비단 그 때만의 일은 아니다. 멀게는 2016년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가 있으며 가깝게는 연일 매스컴을 달구는 한 클럽의 가지처럼 무성한 사건사고를 들 수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회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조리에 대항에 새바람을 일으키자 다짐한 극단 청단은 창립 이후 첫 작품으로 이 극을 제작했다.

정치계 인사, 시민을 포함해 500여 명이 함께한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연출을 맡은 박장렬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 없고 소외 없는 세상 만들기에 이 연극이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작발표회는 2시간 30여분의 시간을 쪼개 1, 2부로 진행됐다. 그 중 깜짝으로 무대를 찾은 신변호사는 "과거만 하더라도 잡음을 내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기존 체제를 바늘로 찌르기만 해도 내팽개쳐지는 엄숙주의가 판을 치고 있던 거다. 지금은 다르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나 같은 사람도 어깨를 펼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인사말로 연대를 보냈다.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 독립운동가이자 국회의원으로 활약한 故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권호 박사, 이외에도 전헌호 신부, 최장수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가 끝까지 자리를 빛냈다.
 
부패를 저지른 판사에게 엄중한 형벌로 응대한 고대 페르시아 황제 '캄비세스 왕의 심판' 일화로 출발해 사법농단으로 마무리되는 연극은 결코 가볍게 즐길 호흡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연대와 참여의 단어를 꺼낸다. 90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통해 우리네 삶의 퍽퍽함을 잠시나마 돌아보고 위로를 얻어 보는 건 어떨까. 극은 오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연극 사회 부조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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