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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가슴 아픈 죽음이 이어졌다. 특히, 비정규직청년노동자 고(故) 김용균님의 죽음은 많은 국민들을 겨울의 한파처럼 매섭게 아프게 했다. 다시는 안타까운 죽음을 반복하지 말자며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자고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되었다.

'김용균법' 제정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몇 개월이 지나 한 명의 국회의원이 김용균법 제정을 위해 '나경원에게 무릎을 꿇었다'며 회상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다. 한 청년의 죽음에 안타까워 눈물로 호소했던 한 의원은, 모순적이게도 노동개악이라 여겨지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의 핵심은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안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탄력근로제는 2주 이내와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에서 할 수 있는데, 이 단위기간에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탄력근로제 확대안은 지난 해 7월1일 문재인정부가 '주52시간 상한제'를 발효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하지만 노•사 입장이 매우 첨예한 사안이라 정부여당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경사노위에서 합의를 이룰 것을 요청했다.

경사노위 합의도 이루지 못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
▲ 환노위 참석한 한정애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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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성원미달로 인해 본위원회에서 의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3일에 경사노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논의 경과를 제출했다.

그런데, 경사노위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논의 경과'를 제출하기 전인 3월 8일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발의되었다. 대표발의자는 한정애 의원이었다. 논의 경과가 제출되기도 전에 발의된 이 안건은 '사회적 합의'가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의 내용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부여, △임금보전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일 경우, 쉽게 말해 3개월 동안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40시간이 되도록 노•사가 합의를 하면 된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로 확대되면, 6개월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40시간이 되면 됨으로, 연속해서 최대 3개월 동안 장시간노동을 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에 따른 초과노동과 근로기준법상 허용되는 연장노동(주 12시간)까지 하게 되는 경우, 장시간노동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12월에 '뇌심혈관계질환'과 만성과로 간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장시간노동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안전'을 내세우는 정부여당이 또 다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죽음을 막자며 나경원 의원에게 무릎까지 꿇었던 한정애 의원이 탄력근로제 확대와 노동자의 건강 사이의 연관관계를 애써 무시하는 것이 모순적이다.

탄력근로제, 노동자 과로 심화와 실질임금 저하로 이어질것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하여 노동계 등은 이는 노동시간단축을 무효화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임금 저하, 노동자 과로 심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탄력근로제 확대의 오남용을 막겠다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부여, △임금보전 방안이 제출되었다. 

노조가입률이 낮은 우리의 현실에서 볼 때, 해당 안을 탄력근로제 확대의 오남용을 위한 방안이라 보기 힘들다. 근로자대표의 서명합의만 있다면 없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노동강도를 높이는 대신 그에 따른 급여를 추가적으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이제 연장근로해도 수당을 못 받는다.'라고 노동자들이 한탄을 하는 이유다.

현재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주52시간 상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현행법 상으로 상시인원 30인 미만의 경우,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8시간의 연장근로를 추가로 할 수 있다. 상시인원이 적은 사업장일수록, 더 오래 일해야 하고, 이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도 악화될 여지가 크다.

누군가는 너무 오래 일해서 죽고, 누군가는 일자리가 없어 일할 수 없는 노동의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큰 문제였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를 비롯하여 정부여당까지 노동시간단축과 그로 인한 일자리 나누기가 가장 현실적인 노동정책으로 여겼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확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과로사하기 딱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지 않았다. 이제라도, 정부여당은 노동정책을 획기적인 노동시간단축과 그로 인한 일자리 나누기의 노동정책 방향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신지혜는 노동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동당, #탄력근로제, #노동시간단축, #경사노위, #한정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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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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