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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날' 만우절이다. 다종다양한 거짓말이 횡행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매년 4월 1일마다 사람들은 '가벼운'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한번쯤 웃는다.

하지만 거짓말도 거짓말 나름이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은 누구보다 정직을 의무로 여기는 직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인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6.25전쟁 발발 당시 "서울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십시오"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정치인들이 해온 거짓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옥같은 정치인의 거짓말 중에서, 우리가 만우절에도 웃어 넘길 수 없는, 넘겨서는 안 되는 거짓말 몇 가지만 꼽아봤다.

[이명박]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가 2007년 8월 6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가 2007년 8월 6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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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뇌물 등 16개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형·벌금 130억 원·추징금 82억7070만 3643원을 선고한 바 있다.

정치사에 여러 어록을 남긴 그이지만, 그의 '시그니처(Signature)'라고 할 수 있는 거짓말은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이다. 해당 발언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연설 중에 나온 말이다.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명박 당시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온갖 음해에 시달렸다"라며 이렇게 외쳤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승리자가 사실상 그 해 대통령 선거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으므로, 박근혜 당시 후보 진영과 이명박 진영 사이의 공방은 뜨거웠다. BBK‧다스 실소유주 논란 등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했던 의혹 중 상당수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라고 봤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역사상 가장 깨끗한 경선'이라고 평가하는 '밈(온라인상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 요소 등)'이 유행했다.

덧붙여, 나경원 당시 이명박 후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주어는 없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이 경선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이 전 대통령이 과거 "BBK라는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러나 주어는 없었다"라며 이 전 대통령이 BBK 설립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탄핵과 관련해선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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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시간도 없는 바쁜 벌꿀"을 자처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도 차고 넘친다.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를 지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박적박'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이는 누리꾼들이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는 뜻으로 붙인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했던 발언이 이후 본인의 언행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과거 공약했던 것들이 '거짓말'이 된 셈이다. '증세 없는 복지',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역사 교과서' 등이 대표적이다. TV토론에서 당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답했던 그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진 건 없다.

특히나 '세월호 7시간' 해명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거짓말들을 남겨, 세월호 유가족 등으로부터 "참 나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그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표 거짓말은 역시 헌법재판소와 관련된 것일 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당시 "탄핵과 관련해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와 관련해 위헌 판결이 나왔을 때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한 도전과 체제에 대한 부정을 하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탄핵이 결정된 이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태도를 고수 중이다. 파면이 결정된 후 이틀이 지난 3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경욱 전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1심보다 높은 형이었다.

[김성태] "공개 경쟁시험에 응시해 정식으로 채용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2018년 12월 20일 오전 국회 당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자신의 딸 kt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한겨레 보도는 근거없는 의혹제기"라고 말하고 있다.
▲ 김성태 "딸 특혜채용 의혹 보도는 근거없는 의혹제기"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2018년 12월 20일 오전 국회 당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자신의 딸 kt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한겨레 보도는 근거없는 의혹제기"라고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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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부정취업 특혜의혹'의 뇌관인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은 앞선 발언들에 비해 최신작에 속한다. 김성태 의원의 딸은 현재 청탁을 받아 KT에 부정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한겨레> 단독 보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완벽한 허위사실"이라며 "청와대 특감반 사찰 비리를 '물타기'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했다. 의혹 제기 자체에 대해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대명천지에 할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본인의 딸은 "공개 경쟁시험에 응시해 정식으로 채용됐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서유열 전 KT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부정채용한 사실이 있다"라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전직 임원도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가 "당시 이력서는 물론 지원서 자체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김성태 의원은 과거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대선에서 공약 내걸었다고 대선 공약을 액면 그대로 100% 실천해버리면 대한민국 재정은 거덜 날 것이고 나라는 망한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대선 공약에 어느 정도 거짓말이 섞여 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손석희 JTBC 사장은 '비하인드 뉴스' 코너에서 이에 대해 "아무튼 좀 납득이 어려운 그런 얘기"라고 평하기도 했다.

[정봉주] "성추행한 사실 전혀 없다…. 렉싱턴 호텔 자체를 안 갔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 ‘기획된 대국민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 정봉주, "성추행 의혹" 전면 부인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해 ‘기획된 대국민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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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함께 대한민국 전반에 걸친 성폭력의 전말이 폭로되던 시점, 정봉주 전 국회의원을 향한 의혹도 제기됐다. <프레시안>은 현직 기자 A씨가 2011년 12월 23일 정봉주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인터뷰를 단독 보도했다.

A씨가 당시 여의도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 1층 카페에서 정봉주를 만났는데, 이곳에서 정봉주가 A씨에게 애인 여부 등의 사적인 사항을 물어봤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포옹을 하더니 강제로 키스를 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은 "한 편의 완벽한 소설"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며 "렉싱턴 호텔에 간 적조차 없다", "그 어떤 사람과도 렉싱턴 호텔 룸에서 만난 일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논란은 <프레시안> 측과 정봉주 사이의 진실공방 및 '맞고소'로 번졌다.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은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A씨는 위치 기반형 SNS인 '포스퀘어' 기록을 당시 렉싱턴 호텔에 본인이 정봉주 전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은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내역을 발견했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정 전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면서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라며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다.

[전두환] "알츠하이머 약을 먹고 있어…. 기억력 매우 나빠진 상태"
 
전두환씨가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 전두환,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 전두환씨가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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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사자명예훼손으로 39년 만에 광주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선 사례와 달리 그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알츠하이머' 병력은 거짓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씨는 지난 2018년 8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들며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불출석 사유서에는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아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라며 "최근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방금 전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기재됐다.

그러나 전씨가 지인들과 골프를 쳤을 뿐만 아니라, 골프 스코어 계산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알츠하이머 주장은 힘을 잃었다. 그가 지난 3월 11일 부축을 받지 않고 걸어서 법원에 출석한 점, 비교적 또렷하게 판사의 묻는 말에 답한 점 등을 이유로 언론에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전씨는 고 조비오 신부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주장을 부정했다. 전씨가 진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잊은 것인지, 알츠하이머에 걸린 척하는 것인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태그:#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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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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