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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정준영을 비롯한 '버닝썬' 사태가 끝을 모르고 커져만 간다. 실은 이번 사태가 다른 무엇을 덮기 위함이라든가 사실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든가 하는 뒷이야기, 혹은 더 깊은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일단 내게는 좋아했던 연예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급한 감정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코인 노래방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빅뱅의 '붉은 노을'부터 뽑고 나서야 다른 곡을 뒤적일 여유가 생기는 그들의 열성적인 누나, 아니 아줌마팬이었고 그 중에서도 생글생글 귀여운 승리를 퍽 아꼈었다. 나보다 더 실망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빅뱅의 웬만한 곡들은 랩부터 노래까지 모두 따라 부를 수 있으며 일부 몇 곡은 춤도 외워서 출 줄 아는 5학년 아들은 나보다 더 실망한 기색이었다. 탑이 마약을 흡입하고 GD가 군대에서 실망을 시켰을 때도 그렇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의미에서 아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한참 성에 관심이 많은 5학년 남자아이에게 우상과도 같은 아이돌의 성범죄 연루 사건은 안 그래도 한창인 아이에게 호기심과 궁금증, 관심을 폭발시켰다. '성접대', '성관계영상촬영', '성매매 알선' 등 듣기만 해도 솔깃한 단어들이 연일 티비뉴스에 쏟아져 나왔고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다 알고 저러는건지 정말 몰라서 묻는건지 기회만 오면 '저게 무슨 뜻이냐'며 순진한 표정을 짓는 아들과 함께 저녁 뉴스를 보는 일은 곤욕스러웠다. 옛날 우리 어릴 때처럼 '애들은 몰라도 되'라고 깔끔하게 무시해버리지도 못하고 승리와 정준영이  고개 숙인 모습의 티비 화면을 보며 땀을 흘려댔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성'이 아닌 '교육'에 가까울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하면 이 엉망진창의 사태가 욕잔치로만 끝나지 않고 작은 교훈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그들로부터 듣게 된 갖가지 험한 단어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가는 동안 그간 망설여왔던 성교육이 시원스레 마무리되었다. 저녁 8시, 티비 앞에 앉아 승리와 정준영의 얼굴을 보며 나누었던 대화 덕분에 그러잖아도 뭉게뭉게 가득했던 아들의 호기심은 제법 해소되었고, 숙제처럼 묵직했던 성교육이라는 숙제는 가뿐히 해결되었다.

아직도 갈 길은 남아있지만 그들이 아니었다면 따로 시간을 내어 자리를 잡은 후 정자와 난자로부터 시작되는 멀고도 지루한 길을 걸었어야 했는데 덕분에 진도가 후다닥 끝났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는 걸까.

덕분에 수월하게 잘 끝났습니다. 꼭 이 방법밖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태그:#승리, #정준영, #버닝썬, #성관계촬영, #성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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