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잔이나 텀블러는 한번 구입하면 파손되지 않는 한 계속 쓸 수 있다. 그러니 종이컵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확실히 친환경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한편으론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머그잔 사용으로 물 소비가 늘 것이며, 자연의 물을 사용하려면 전기 등 또 다른 형태의 자원들을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머그잔이나 텀블러에 비해 종이컵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재활용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분리배출에 신경 쓰는 등으로 재활용률을 보다 높이는 등 조금만 신경 쓰면 환경에는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봤다. 과연 그럴까?
환경부 자원 순환 정책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쓰는 종이컵은 약 257억 개(2015년 기준)인데, 이를 위해 천연펄프를 14만 톤 넘게 수입합니다. 나무로 환산하면 30년생 1500만 그루입니다. 이렇게 수입한 펄프로 만든 원지에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틸렌(PE) 코팅을 합니다.
재단 뒤 열접착을 하고 표면 인쇄를 거쳐 종이컵을 완성합니다. 종이컵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25만 3천 톤입니다.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펄프를 생산하고 표백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물을 사용합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종이컵 한 개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은 약 200리터나 된다고 합니다.
머그잔은 어떨까요? 흙을 높은 열로 구워 만들기 때문에 종이컵을 만들 때보다 세 배 정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고 종이컵이 환경에 덜 해롭다고 생각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사용한 머그잔을 씻을 때 물을 사용하긴 하지만 이때 쓰는 에너지는 종이컵을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정도입니다. (…)
종이컵은 버린 뒤 또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화학물질로 비닐코팅을 분리해서 재생펄프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 과정에서 많은 물과 화학물질을 쓰게 됩니다. 수거해 재활용하는 종이컵은 생산량의 13.7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 86.3퍼센트는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재활용해도 다시 종이컵으로 태어날 수는 없고, 한 단계 낮은 재질의 종이가 됩니다. -13~14쪽에서.
'(사)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녹색출판운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로, 관련 다양한 활동과 출판물들을 발행해오고 있다. 1996년, 국내 최초 생태환경잡지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월간지)를 창간했으며, 2019년 1월 현재 265호를 발행했다.
이와 같은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지난 4년 동안 여러 독자들이 '지금과 미래의 환경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무엇을 바꿔야 할까? 어떻게 함께 만들어가야 하며,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등 환경 관련 다양한 질문들을 해왔다고 한다.
이에 분야별 전문가들과 자료의 도움으로 답을 제시하는 형태로 월간지에 연재, 최근 단행본으로 엮었다.
<녹색상담소>가 그 책. '머그잔이 종이컵보다 친환경일까요?'는 이 책 첫 번째 질문이다. 책에 의하면 '종이컵 1톤을 만드는 데에는 20년생 나무 20그루가 필요하고, 이런 종이컵 한 개가 썩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년, 스물세 명이 날마다 종이컵 한 개를 덜 쓴다면 1년에 20년생 나무 한 그루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대부분의 천연펄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의 재활용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책은 관련된 법과 통계, 발표된 사실 등과 같은 자료들을 근거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머그잔과 종이컵의 친환경성을 비교해준다.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 매장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금지'를 시행해오고 있다. 시행 초기 한동안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과 '친환경을 위한 공익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한편 손님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한 혼선이나, 머그잔 사용에 따른 설비와 인력부족 등 다양한 고충을 하소연하는 등 사회적으로 여러 파장이 일었다.
시행 8개월 째, 다행히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커피 전문점 풍경도 많이 달라졌음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뤄 짐작,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취지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좋다. 하지만 한편에선 일회용품 사용금지 관련 정책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환경부가 올해 안에 보다 강력한 규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 매장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조치 이후 내 주변에는 "처음에는 많이 불편했는데 몇 달 지나니 불편하지도 않고, 당연한 조치라는 생각이다"는 사람도 있고, "매장에서 몇 번 마셔보니 이제는 (테이크아웃 해) 들고 다니며 마시는 것이 신경 쓰이고 귀찮아 가급 매장에서 마시고 움직인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그동안 우선 당장의 편한 것만 생각하고 너무나 무책임하게 즐긴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의 변화를 보며 친환경적인 생활을 위한 어떤 선택들이 우선 당장은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습관 잘 들이면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책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중인 '커피전문점 매장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금지'와 2003년에 도입했으나 2008년 3월에 폐지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언급하는 등 관련 이야기들도 이해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친환경 관련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도입 후 일회용 컵 회수율이 2003년 18.9퍼센트에서 2006년 37.6퍼센트로 늘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폐지된 이유는 '소비자가 불편해 하고 회수율이 낮다'라고 한다. 폐지 이후 종이컵 사용량을 다시 조사했는데, 업체에 따라 45퍼센트까지 늘어났다니 이미 지난 일임에도 아쉽고 씁쓸하다.
보다 친환경적인 삶의 자세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폐지와 같은 과오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책은 종이컵과 머그잔의 친환경성 비교처럼 어떤 게 환경에 좋은지 알쏭달쏭하거나, 환경을 위해 어떤 것들을 지켜야 하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것으로 참여를 돕는다.
지구인이 한해 쓴 비닐봉지를 모으면 약 5조 개 정도로 추산합니다. 우리나라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은 가파르게 늘어왔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비닐봉지는 2013년 192억 개에서 2014년 212억 개로 늘었고, 2015년에 216억 개를 썼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15개, 한 해에 약 420개를 쓴 셈입니다. 이는 독일의 8배, 아일랜드의 20배, 핀란드의 100배에 달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비닐봉지 생산과 수입을 금지했고, 프랑스는 2016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재활용 가능한 비닐봉지와 종이봉지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비닐봉지 사용량을 2010년 대비 50퍼센트 줄이기로 했습니다.-46~47쪽.
난방비는 그대로이고 보일러 온도를 올려도 집안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면, 어딘가 열이 새나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전문가에게 집 전체 단열 상태를 점검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 전체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해 열 손실 지점을 찾아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담해줍니다. 비용(10만원 안팎)이 들지만 열화상카메라를 빌려주는 업체를 통해 직접 빌려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너지컨설턴트' 제도가 있는 지자체는 신청하면 무료 방문 점검을 받을 수 있습니다.-75쪽.
단행본으로 엮으며 그동안 바뀐 법과 통계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한다. 매 주제마다 관련 자료가 풍부한 책으로도 기억될 그런 책이다.
외에도 ▲천기저귀와 종이기저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휴지를 변기에 넣을까요? 말까요? ▲전기자동차는 친환경자동차인가요? ▲에코백? 말만 '에코'가 아닌가요? ▲친환경 돌잔치, 방법이 없을까요? ▲환경에 해롭지 않는 제설방법 없을까요? ▲제습제로 쓰이는 실리카겔, 정체는 무엇일까요? ▲비행기와 고속열차, 어떤 게 환경에 더 이로운가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내 스스로의 친환경지수를 정리, 확인 하며 읽은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