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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멈추어다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한 가운데, 거센 바람이 불어 머리가 날리자 두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있다.
▲ "바람아 멈추어다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한 가운데, 거센 바람이 불어 머리가 날리자 두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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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고 대통령 후보 측에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그건 (이건희) 회장에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 입장에선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또는 청와대, 이런 데서 이야기하면 일단 현실적으로 그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도와드리면 회사에 여러 가지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오후에 진행된 이명박 전 대통령(아래 MB) 항소심 재판(서울고법 형사 1부, 부장판사 정준영)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MB의 '삼성 뇌물' 유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 전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나와서도 MB 측이 다스(DAS) 미국 소송비용의 대납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MB에게 불리한 증언이 이어진 상황에서, 재판 도중 MB가 욕설을 내뱉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월 9일 열린 재판에 불출석했던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는 출석해 적극 증언했다. 재판 시작 직후 복도에서 대기하던 이 전 부회장은 재판장의 지시에 따라 법정에 들어와 MB와 변호인 측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MB도 이 전 부회장의 인사에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증인 선서 후 MB 변호인 측 신문이 시작되자 이 전 부회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이날 답변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2007년 말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MB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법률적 비용이 들어가니 그걸 삼성에서 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다스 미국 소송을 대리한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삼성과 오랜 인연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유력한 대권주자 측의 요구라고 인식해 이를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이 회장의 승인에 따라 삼성은 김 변호사가 속한 로펌 '에이킨검프'에 2007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매월 12만5000달러를 지급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김 변호사는 아주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은 사람이고, 또 그 당시 김 변호사 개인생각이라기보다 후보 측에서 그런 요청이 있었던 분위기로 이해했다"라며 "김 변호사가 저희와 오래 거래한 사람인데 우리에게 (MB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송비용 대납을 요구하고) 그러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특별사면' 이야기 나오자 이학수도 '흔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에 오르는 이 전 부회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에 오르는 이 전 부회장.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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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회장은 2008년 말 혹은 2009년 초로 기억하는 시기에 김 변호사가 다시 한 번 찾아왔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가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대통령(MB)을 뵙고 왔다며 '지금까지 삼성에서 잘 해주고 있어서 (두 사람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계속 지원을 좀 받아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라고 떠올렸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역시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고, 승인에 따라 매월 12만 5000달러를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비교적 차분히 답변을 이어가던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측이 '이 돈과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사이의 관계'를 묻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 : 증인(이 전 부회장)은 피고인(MB)을 지원한 것이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죠?
이학수 : 네.
검사 :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학수 : 뭐, 이유라는 게 저희가... 그 도와드린 것도 있고, 그 당시에 이건희 회장의 사면 필요성도 있었고, 그런 여러 가지 그런... 제가 지금 오랫동안 감기를 앓아서 머리가 혼미해졌습니다. 질문을 다시 한 번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은 MB 측 변호인이 "피고인을 지원한 게 이건희 회장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는데, 맞나"라고 묻자 "개별 현안 하나하나를 갖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의 뉘앙스를 바꿨다. 그럼에도 "저희가 (MB를) 도와드렸으니까 (회사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도움이 좀 됐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이건희 회장 또한 피고인을 지원하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나"라고 묻자 "말씀은 안 하셨지만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을 상대로 한 증인 신문은 오후 2시 5분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법정을 나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에 올라 법원을 떠났다.

재판부 자제시키자 MB "알겠다, 증인 안 보겠다"
 
지지자들에게 손 흔드는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며 "이명박"을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지지자들에게 손 흔드는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며 "이명박"을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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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의 실소유주를 MB로 판단한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정계선)는 삼성이 MB에 지급한 총 67억원 중 59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과 금산분리 완화 입법 때문에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다스에서 245억 원을 횡령한 것을 더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을 선고했다(관련기사 : "대통령이 범행 저지르고 측근에게 뒤집어씌워").

1심에서 MB의 삼성 뇌물이 인정된 데에는 이 전 부회장의 입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와 '자수서'란 제목의 문건을 통해 MB 측이 삼성에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요구한 사실을 진술했다.

MB 측은 1심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추궁하는 것은 금도(타인을 포용하는 도량)가 아니다"는 이유로 이 전 부회장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던 2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지난 6일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MB는 법정에서 이동할 때 벽이나 구조물에 손을 짚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관련기사 : 보석 허가한 법원 "집에만 있어야 한다" MB "난 공사 구분하는 사람, 걱정마라"). 피고인석에 앉거나 일어날 때도 부축을 받았다. 옆사람이 물을 흘리자 함께 휴지로 닦는 모습도 보였으며, 재판 중간에 피로한 듯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가자 MB는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 증인(이 전 부회장)이 이야기할 때 '미친X'이라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라고 항의했다.

이에 재판장은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이 듣기 싫을 수 있지만 (그런) 표현을 하면 증인의 증언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재판부 입장에선 (그런 행위가 계속될 경우) 퇴정시킬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알겠다, 증인을 안 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조해진 전 국회의원 등 MB 측근들과 10여 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MB가 법정에 입장할 때 모두 기립해 허리를 숙인 이들은 재판이 마무리된 후 이 전 대통령이 법원을 떠날 때 "이명박! 이명박!"을 연호하기도 했다. MB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귀가하는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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