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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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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고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면, 저는 그 부분에 관해선 책임지겠다고 (의원들께) 말씀드렸다. 책임지는 게 정치적 도의라고 생각한다."

21일 오전, 바른미래당 원내대책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관영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책임', '도의'를 언급하는 김 원내대표의 낯빛은 어두웠다. 선거법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릴지 여부를 두고 바른미래당이 찬성·반대로 나뉜 가운데, 김 원내대표는 이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걸었다.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20일 의총의 결과는 존중하돼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담은 편지를 의원들에게 보냈다.

김 원내대표의 고민은 당 지도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만든 '선거제 개혁'이라는 판이 같은 당 의원들의 반대로 깨지게 생겼다는 데에 있다. 유승민·유의동·지상욱 등 당내 바른정당 출신의 의원들은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기 때문에, 반드시 합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유승민)"는 게 주된 이유다.

바른미래당 내 반발로 좌초 위기에 놓인 선거제 개혁

선거제 개혁은 지난해 12월 초, 당 대표인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비슷한 시기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 단식 농성으로 끌어낸 결과다. 당시 자유한국당(한국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70이 넘은 손 대표가 10여일간 곡기를 끊으면서 결국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만든 합의문에 서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1항)"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었다.

이 합의 또한, 당대표의 단식에 부담을 느낀 김관영 당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사이를 오가며 만들어낸 조율 결과이기도 하다. 어렵사리 나온 결과로 정치개혁특위 간사들이 모여 지난 17일 여야4당(한국당은 불참) 합의도 도출했다. 약 7시간 협의한 끝에 나온 초안이었다(관련기사 보기). 이런 4당의 선거제 개혁안 합의가 내부 반대로 인해 원점으로 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내부 설득 작업 중이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당내 인사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계속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오늘 중 설득을 위한 제안이 또 있을 것"이라며 "요지는 한국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거다. 이것마저 포기하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보면 이건 당내 주도권 싸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한국당은 '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는 황교안 대표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바른정당 출신의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가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2020년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내 주도권을 놓고 국민의당 출신이 중심이 된 현재 당 지도부와 유승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기 싸움을 벌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지상욱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지상욱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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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미래당은 20일 의총 뒤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바른미래당의 안을 전제로 선거제 패스트트랙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결론 내린 상태다. 민주당이 이를 받으면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다시 당내에서 추인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그렇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 관련 여야 4당 공조에서 아예 내리겠다는 것이다. 한 당내 인사는 이에 대해 "이제는 민주당의 결정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은 "선거제 개혁안 통과는 현 정부·여당의 큰 치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이 던진 안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당 내부의 '반대파'도 더는 이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주 내로 (선거제 패스트트랙) 가·부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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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관영,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여야4당, #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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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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