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에자즈바쉬

 
운도 실력이다. 제 아무리 세계 최고의 호화 멤버라도 부상으로 경기를 못 뛰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김연경과 소속팀 에자즈바쉬가 올 시즌 막판,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주전 선수의 잇단 부상으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일(아래 한국시간) 벌어진 2018-2019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에자즈바쉬는 주 공격수 보스코비치의 부상 여파로 이모코 볼리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그러면서 4강 PO 진출이 좌절되는 충격에 휩싸였다.

에자즈바쉬는 지난 1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8강 PO 1차전에서 이모코에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때문에 19일 2차전에서 2세트만 따내면 4강 PO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2-3으로 패하더라도 1, 2차전 합산 승점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2차전은 모든 면에서 에자즈바쉬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4강 진출이 무난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홈 경기인 데다 8강 PO에 진출한 8개 팀 중 1차전에서 유일하게 3-0 완승을 거두었다. 그것도 상대가 이탈리아 리그 정규리그 1위 팀인 이모코였다. 에자즈바쉬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2차전을 앞두고 팀의 핵심인 보스코비치(22세·193cm)가 부상으로 훈련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스코비치는 2차전에서 선발 출전을 하지 않고, 세트 후반에 교체 멤버로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주 공격수가 빠지고 주전 라인이 변동되면서 조직력과 경기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에자즈바쉬는 1세트부터 이모코의 반격에 끌려다니다 1-3(21-25, 23-25, 25-21, 21-25)으로 패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골든 세트'마저 10-15로 패하면서 4강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골든 세트는 다음 단계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추가 세트다. 5세트와 마찬가지로 15점제다.

'안타까운 분전' 김연경, 팀 최다 득점·리시브 맹활약

터키 리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20일 기자에게 "보스코비치가 14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이후 팀 훈련을 하지 못했다"며 "배가 아파서 복근 부위 검진을 했는데, 복근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쪽의 부상을 찾고 있다. 검사는 하고 있는데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선수인 보스코비치의 부상 여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19일 2차전에서 보스코비치 대신 라이트 선발로 출전한 괴즈데(28세·195cm)는 10득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면서 공격 삼각편대의 균형과 안정감이 무너졌다. 에즈기 세터의 토스 부진까지 겹치면서 에자즈바쉬는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모타 에자즈바쉬 감독의 선수 기용 등 안이한 전략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스코비치를 출전시킬 생각이 있었다면, 최소한 1세트 패배 직후 2세트부터는 선발 투입해 2세트를 먼저 따고 4강 PO를 확정 짓는 방향으로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점수 차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 멤버로 투입하는 건, 부상 중인 보스코비치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결국 경기도 패하고, 선수 보호도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연경은 18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서브 리시브에서도 많은 부분을 책임졌다. 3세트 승리를 따낸 것도 김연경이 주도했다. 그러나 에자즈바쉬는 전반적으로 김연경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보스코비치는 1~3세트는 세트 후반에 교체 멤버로 투입됐고, 4세트와 골든 세트는 선발로 뛰었다. 그러나 부상 여파로 결정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보스코비치는 15득점을 기록했다. 라슨은 11득점을 올렸다. 

센터진의 격차도 패배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모코 센터진 3명이 29득점을 올린 반면, 에자즈바쉬 센터진 3명은 12득점에 불과했다. 주전 센터인 뷔쉬라는 2득점에 그쳤다.

감독·세터·센터 '3대 약점'... 중요한 경기 '번번이 발목'
 
 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

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 ⓒ 에자즈바쉬

 
김연경과 에자즈바쉬는 올 시즌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김연경(대한민국·192cm), 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 라슨(미국·188cm)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하면서 '무적 함대'로 평가받기도 했다.

실제로 터키 리그 정규리그에서 19연승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모타 감독의 선수 기용 등 전략 부족, 주전 세터의 토스 불안과 단조로운 경기 운영, 센터진의 부진 등 '3대 약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결국 중요한 경기에서 번번이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올 시즌 전체 경기에서 에자즈바쉬가 패배한 건 딱 3번이다. 지난해 12월 2018 클럽 세계선수권 준결승 미나스전 2-3 패배, 지난 2월 23일 터키 리그 정규리그 바크프방크전 0-3 패배, 그리고 19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이모코전 1-3 패배다. 모두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일전이었다. 이들 경기의 패인을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3대 약점이 문제였다.

주전 선수의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 1월 주전 센터였던 베이자(24세·192cm)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베이자 대신 미국 대표팀 선수인 기브마이어(31세·187cm)가 들어가면서 터키 리그에서는 공격 삼각편대를 가동하기 어렵게 됐다. 터키 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코트에 3인) 규정 때문이다. 그러면서 공격력이 약화되고, 조직력도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보스코비치마저 중요한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PO 2차전을 앞두고 갑작스런 부상으로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부담감 더욱 커져

김연경과 에자즈바쉬가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하는 2개 대회가 있다. 2018~20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4강 진출 실패로 모두 마감했다. 이제 남은 건,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그래야 올 시즌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야 진정한 터키 리그 우승 팀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에자즈바쉬는 그동안 초호화 군단을 구축했음에도 2011~2012시즌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지난 시즌까지 6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김연경을 영입하면서 7년 만에 터키 리그 왕좌 등극을 노리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실패로 우승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은 8강 PO(3전 2선승제), 4강 PO(3전 2선승제),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순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8강 PO가 진행 중이다. 8강 PO는 정규리그 1-8위, 2-7위, 3-6위, 4-5위가 맞붙는다. 에자즈바쉬의 8강 상대는 베이리크뒤쥐다. 29일 1차전, 30일 2차전, 4월 7일 3차전을 갖는다.

한편,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중간에 2019 '터키 컵' 대회도 열린다. 우승컵이 걸린 대회다. 터키 컵은 22~24일까지 3일 연속 펼쳐진다. 8강, 4강, 결승까지 모두 단판 승부다.

에자즈바쉬의 터키 컵 8강 상대는 닐뤼페르다. 올해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캐나다 대표팀의 주전 레프트인 오텀 베일리(24세·178cm)가 주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에자즈바쉬의 터키 컵 경기는 22일 오후 11시(8강), 23일 오후 8시(4강), 24일 오후 11시(결승) 순으로 예정돼 있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에자즈바쉬의 터키 컵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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