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승리 광역수사대 자진출석 인기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가 27일 오후 자신이 사내이사였던 강남 클럽 '버닝썬', 마약, 해외 투자자 성접대 등 각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 '빅뱅' 승리 광역수사대 자진출석 인기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가 27일 오후 자신이 사내이사였던 강남 클럽 '버닝썬', 마약, 해외 투자자 성접대 등 각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꽁꽁 닫혀 있던 문들 가운데 하나가 끝내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 있던 '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문을 '승리 게이트'라 부르기로 하자. 출발점은 강남의 한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야밤에 술에 취한 남자들(클럽 직원과 손님) 간에 흔히 벌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싸움으로 여겼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과 후속 조치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번지기 시작했다. 

경찰과 강남 내 클럽들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버닝썬과 관련한 여러 제보들이 잇따랐다. 마약류인 이른바 물뽕(GHB)과 성폭행 의혹 등이 그것이었다. 또, 빅뱅의 멤버'였던' 승리(이승현)가 버닝썬의 이사직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이 갖는 무게감은 한층 묵직해졌다. 대중들은 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지난 8일 경찰은 승리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승리가 포함돼있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의 '성접대' 정황이 드러난 것. 호기롭게 경찰에 출석해 마약 검사(음성)를 통해 면죄부를 받고, 군입대를 할 예정이었던 승리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고, 직후 그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때가 되면 입대하는 게 당연지사라지만 지금의 승리 상황에서 대중은 도피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물론 범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이렇게 묻고 싶다. 그에게 과연 은퇴할 자격이 있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
 
모자 푹 눌러쓴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모자 푹 눌러쓴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1일 < SBS 8 뉴스>는 가수 정준영이 문제의 그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서 본인이 불법 촬영한 영상을 유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피해자만 10명으로 추정. 정준영은 승리와 함께 있던 채팅방 외에 다른 지인과의 채팅방에서도 불법 촬영 영상과 사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2일 정준영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안을 간략히 정리하기에도 벅차다. 앞으로 밝혀질 게 더 많은 사건이기도 하다. 버닝썬의 폭행 사건이 승리를 거쳐 정준영까지 왔다. 물론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참담한 심정이다. 그럴듯한 이미지, 그러니까 위대한 개츠비에 자신을 빗댄 '승츠비', '악동'으로 위장한 연예인들의 몰락 때문만은 아니다. '승리 게이트'를 대하는 언론 및 대중들의 시선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그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승리와 정준영을 '미꾸라지'에 비유하며, 그들이 연예계 이곳저곳에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 때문에 연예계 전체가 자신에게도 흙탕물이 튀기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런 글은 (본의 아니게) 승리 및 정준영 등과 연예계를 분리하는 이분법에 가깝다. 그들이 흙탕물을 튀기는 미꾸라지일 수 있지만 애초 연예계라는 곳의 생리와 시스템이 그리 깔끔하거나 깨끗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한 반응이다. 승리와 정준영 같은 이들을 '낳고' '키워준' 곳이 바로 연예계 아니던가.

SBS <미운 오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등에서 승리는 본인이 직접 버닝썬을 언급했고, 심지어 "연예인이라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전 진짜로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정준영은 2년 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1박2일>에서 하차하는 등 자숙에 들어갔는데 무혐의 처분이 나자 제작진은 4개월 만에 그를 다시 <1박2일>에 복귀시켰다. 심지어 tvN <짠내투어>는 김생민, 승리, 마이크로닷, 정준영 등 대부분 출연진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법 혐의로 하차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모두 출연진의 윤리성과 도덕성 검증을 소홀히 하고 시청률만 신경 쓴 결과라 할 수 있다. 

 
 정준영과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재현한 장면

정준영과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재현한 장면 ⓒ SBS 8시 뉴스

 
또, 어떤 기사는 "지금 승리에게 필요한 건 은퇴 아닌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으로 읽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도서 <미움받을 용기>를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고 그 말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강력 범죄 피의자에게 붙이는 표현으로는 부적절해 보인다. 수사 결과에 따라 승리가 받아야 할 건 '죗값'이지 미움이라는 감정이 아니며,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반성과 참회'다.

어떤 이들은 정준영의 불법 촬영 동영상 뉴스가 중요한 이슈를 덮는다고 주장한다. 족벌 언론, 전두환 재판 등 정치권의 민감한 사안을 가린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주장은 사건의 경중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는데 이는 성폭력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다. 어떤 건 중하고 어떤 건 가볍다는 시각이 자금의 사태를 불러온 건 아닐까.

혹자들은 버닝썬 사건 관련해 YG와 경찰, 검찰, 국세청이 어떻게 유착되어있는지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면서 "진짜 실세를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곁가지에 불과한 연예인들의 이름에 현혹돼 한 눈 팔지 말고 본질을 향해 직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분 동의한다. 구조 문제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실세'라는 표현에서 여전히 경중에 대한 섣부른 인식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에게 먼 사건이 아니다
 
'짠내투어' 가성비 그뤠잇!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tvN 예능 <짠내투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여회현, 개그맨 박나래, 가수 정준영, 방송인 김생민이 스케줄상 불참한 개그맨 박명수 등신대를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짠내투어>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해외 자유여행을 하며 돈이 없어도 자기 만족을 위한 작은 사치를 아끼지않는 소비 트렌드인 '스몰 럭셔리'를 체험해보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25일 토요일 오후 10시 20분 첫 방송.

tvN 예능 <짠내투어> 제작발표회 당시 현장. (오른쪽부터) 배우 여회현, 개그맨 박나래, 가수 정준영, 방송인 김생민. ⓒ 이정민

 
승리와 정준영을 비롯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관련자들의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승리 게이트' 이전에 '버닝썬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일까? 우리는 목격했다. 여전히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성접대(라는 언어가 존재하고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면서 누군가는 낄낄대고 있었다. 남자들에 의해서 말이다. 

이 사건이 드러나기 전에는 몰랐을까? 연예계든 문화계든 정치계든 그곳이 어디든 간에, 심지어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한 곳에서조차 여성들이 마치 '물건'처럼 소비되고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시 남자들에 의해서. <SBS 8시 뉴스>의 앵커 역시 "(정준영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의 성적 대상화, 도구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왜곡된 성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만에 하나 승리와 정준영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이들을 한낱 미꾸라지에 비유한다면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두 사람 역시 예외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 건 어떨까. 

이들이 발 딛고 숨 쉬며 살아온 이 사회는 대체 어떤 사회인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정체불명의 명분을 위해 성접대라는 비인간적 행동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걸 으레 있을 수 있는 혹은 불가피한 일인 것처럼 묵인한 사회다. 우리 사회 구성원은 어떤 식으로든 이 디스토피아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 해왔다. 누군가는 그 현장에 있었고, 누구는 묵인했으며 외면했다. 

연일 쏟아지는 기사로 분노하고 경악하는 와중에 저마다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분법을 들이대거나, 이슈가 덮인다고 한탄하거나 실체를 잡으라고 야단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다들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이다. 쏟아지는 오물 틈에서 우린 무엇을 찾을 것인가. 여성의 성을 수단과 도구처럼 생각하는 이 사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고를 비판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것 없이 잘잘못을 서로에게 넘기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승리와 정준영 같은 이들은 끊임없이 이후에도 등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승리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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