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방금 막 들어온 얘기인데 이제 방용훈씨 측에서 저희한테 뭐 반론보도를 청구를 했어요.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게 본 소송으로 들어가게 되면 저희도 뭐 여러 가지 자료를 요청해서 받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큰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위 '핫'한 인물의 '핫'한 소식이었다. < PD 수첩 > 서정문 PD가 7일 MBC 표준라디오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한 소식은 그야말로 '핫'했다. 서 PD는 지난 5일 방송된 < PD 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의 주인공이었던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측이 < PD 수첩 >에 반론보도를 청구했다고 전하면서, 이에 대한 추가보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앞서 < PD 수첩>은 5일 방송에서 2년 전 자살한 방 사장의 부인 고 이미란씨의 죽음과 관련된 정황을 다뤘다. < PD 수첩 >은 그 죽음에 방 사장과 그의 자식들이 깊게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더불어 그 죽음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수상한 행태를 다뤄 이목을 끌었다.

방용훈 사장이 누구인가. 7일로 10주기를 맞은 고 장자연씨의 '장자연 리스트' 속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지목돼 작년 12월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자, < PD 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편에 몸소 전화 인터뷰 등으로 출연, 방송 직후부터 6일 하루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그 분 아니던가.

이러한 방 사장의 활약 덕분인지, < PD 수첩 > 6일 방송은 전국 시청률 6.1%(닐슨 코리아 기준), 수도권 7.1%라는 올해 최고 성적을 거두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이요, 방송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미란씨 사건 재수사", "방용훈과 용산경찰서, 검찰 담당자들 엄벌을 처해야 한다"와 같은 내용의 청원이 수십 건 게시됐을 정도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이러한 방 사장의 인기(?)는 아마도 서정문 PD와 나눈 통화,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그 범상치 않은 통화 내용 덕분일 터다. 서 PD는 이날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방 사장과 약 1시간 통화를 했다며 그 후일담을 털어놨다. 진행자인 박지훈 변호사는 연신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취재하는데, "솔직히 PD도 사람이지 않느냐"고. 그에 대한 서 PD의 답은 이랬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

"이번에는 조금 살벌했어요", "약간 소름 돋습니다."

박지훈 변호사의 질문에 이러한 대답을 내놓기에 앞서, 서 PD는 가족들의 걱정 때문에 본인의 집에 CCTV 설치를 준비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방 사장은 5일 방송된 서 PD와의 통화에서 은근하지만 노골적인 협박조 말투를 이어갔고, 서 PD는 방송 직후 한 인터뷰에서 방 사장이 "애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접한 일반인이라면 협박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서 PD가 털어놓은 더 자세한 상황은 이랬다.

"제가 방용훈 사장과 거의 1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는데 우선 방용훈 사장이 그렇게 길게 통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어쨌든 본인의 반론권 행사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 했던 것 같고요. 그 다음에 방송에 나가지 않았던 부분은 자꾸 저한테 '애가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왜 물어보시느냐고 몇 차례 여쭤봤는데 뭐 명쾌한 대답은 제가 듣지 못했고 어쨌든 '애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셨고 그 다음에 방송에 나갔던 부분은 '당신 살면서 내가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협박은 아니다'."


서 PD는 방 사장과의 통화와 함께 본 방송에서 못다 한 사건의 디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 PD가 공개한 건, 애초 자식들이 이미란씨를 다그치게 됐다는 이유인 돈 얘기다. 50억과 관련된 상황은, 서 PD의 표현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방용훈 사장의 아들이 진술한 내용인데, 20여 년 전에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50억을 맡겼다. 그렇게 진술을 하고요. 그 다음에 이 방용훈씨 측이나 그 이미란씨 친정 측 이야기는, 방용훈씨 측에서 50억을 친정댁에 이제 맡겼다. 그런데 그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 돈의 용처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걸로 지금 갈등이 생긴 거고 그 과정에서 그러면 이미란 당신은 뭐했느냐, 이런 얘기가 나왔던 것 같고요. 자녀들도 그 돈이 어디 있느냐, 그 돈을 찾아라, 그렇게 갈등이 시작된 걸로 지금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방송된 < PD 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중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 PD 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중 한 장면 ⓒ MBC

 
또 하나, 이미란씨가 자살 일주일 전까지 한남동 자택 지하실에 '감금 됐느냐', '격리돼 생활을 했느냐' 또한 방송에서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서 PD는 "이건 양측의 주장이 좀 엇갈리는 부분"이라며 "확인된 건 지하실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이미란씨가 생활했던 건 사실로 확인됐다. 가족들이랑 분리돼서 생활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론보도 청구한 방용훈, 추가보도 가늠하는 'PD수첩'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이 사건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이를 테면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많이 있잖아요. 호텔 사모님의 죽음이라든가 언론재벌, 경찰, 검찰, 이런 게 등장하니까 일단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고요. 그 다음에 기본적으로는 1등 신문이라고 우리가 많이들 부르는 <조선일보>의 일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습니다."

서정문 PD가 꼽은 5일 < PD 수첩 >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다. 그 시청률에 걸맞게, 방송 직후 방상훈 사장과 <조선일보> 일가에 대한 관심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이번 < PD 수첩> 방송이 <조선일보> 일가를 향한 국민적 관심을 방상훈 사장의 형 방용훈 사장 일가에서 방상훈 사장 일가로 옮겨가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셈이 됐으니 말이다. 앞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일가는 지난해 11월 둘째 아들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의 딸이 운전기사에게 한 욕설과 막말이 공개돼 곤혹을 치른 데다, 이어 12월 방 전 대표이사가 장자연 사건 재조사로 인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4일 방영된 < PD수첩 > '고 장자연 1부'의 한 장면.

지난 2018년 7월 24일 방영된 < PD수첩 > '고 장자연 1부'의 한 장면. ⓒ MBC

 
국민적 관심이 몰렸던 이유는 또 있다. 사건 내용으로 알려진 요소들이 워낙 패륜적으로 보이는 데다 자살로 이어진 결과가 안타깝기 때문이다. 방송된 < PD 수첩 > 내용에 따르면, 유족 입장에서 억울한 사연으로 점철돼 있다. 여기에 더해, 고인이 된 이미란씨와 이씨 친족과 관련된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보인 석연치 않은 행태가 의혹을 키운 측면이 다분하다. 이에 대해 서 PD는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방용훈 사장이 부인 이씨의 친언니 집을 침입한 행위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해당 CCTV 영상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준 까닭이다. 수사기관은 방 사장이 아들을 말렸다며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했는데, 만나본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수사가 이상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진짜 대충 수사했거나 실수했거나. 실수를 하고 싶어도 그렇게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남은 건 '수사기관의 정무적 판단'인데 외압과 청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무릎을 꿇은 건데…. 결과적으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유리한 수사 결과였다."

 
 지난 5일 방송된 < PD 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중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 PD 수첩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중 한 장면 ⓒ MBC

 
한편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 사장의 대리인 이상욱 변호사(법무법인 영진)는 이날 "MBC에 언론중재법에 따른 반론보도를 청구할 예정"이라며 "고인의 멍 등은 구급대원들에 의한 이송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자녀들의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돼 상해 부분이 불기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과 방송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 PD와의 통화에서 '휴먼', 즉 사람 운운했던 방 사장. 취재 과정에서 1시간 넘게 서 PD와 통화를 하며 반론권을 행사했던 그가 이번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반론보도를 신청했다. 추가보도도 가능하다는 < PD 수첩 >의 후속취재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가능하다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인터뷰 요청에 "북미 정상회담을 봐야 한다"던 방 사장의 아들은 꼭 인터뷰 해주시기를 바라며.
방용훈 PD수첩 서정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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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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