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동국은 새로 부임한 감독과 14살 차이가 난다. 그리고 중국 프로 리그로 이적한 막내 센터백 김민재와는 17살 차이다. 올해 만 나이로도 불혹이 되는 이동국은 여전히 축구 도사로서의 능력을 맘껏 자랑하며 소속 팀의 시즌 첫 승리를 주도했다. 이들 셋이 묘하게 엇갈린 전주성의 수요일 밤, 맏형 이동국이 새 감독에게 뜻 깊은 부임 첫 승리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이동국 '기분 최고'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이동국 '기분 최고'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6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홈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전북은 1득점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결승골을 남긴 이동국 덕분에 3-1로 완승을 거두고 트레블(3관왕)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

김민재 더비
 
이동국과 충돌하는 김민재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이동국(오른쪽)이 베이징 김민재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이동국과 충돌하는 김민재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이동국(오른쪽)이 베이징 김민재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전북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먼저 골을 넣어 부담을 줄이고 경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14분, 왼쪽 측면에서 이승기의 기습적인 패스를 받은 발 빠른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한교원의 재치 있는 오른발 슛이 베이징 궈안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굴러들어간 것이다. 
 
선제골 넣은 한교원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한교원이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선제골 넣은 한교원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한교원이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대의 거센 압박을 벗겨내고 먼저 골을 터뜨려 한숨을 돌린 전북은 38분에도 좋은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로페즈가 왼쪽 옆줄을 따라 날카로운 역습 드리블 실력을 뽐낸 것이다. 이 기회에서 중국 국가대표 위 다바오를 따돌린 로페즈가 맏형 골잡이 이동국을 믿고 공을 밀어줬다.

하지만 이동국 바로 앞에는 전북이 키운 국가대표 센터백 김민재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동국이 한 번의 속임 동작으로 따돌려 왼발 슛을 내질렀지만 김민재는 곧바로 오른발을 내뻗어 이동국의 슛을 막아낸 것이다. 전북 홈팬들이나 이동국 입장에서는 김민재가 야속할 뿐이었다. 

이렇게 좋은 추가골 기회를 김민재로 인해 날려버린 전북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41분, 조나탄 비에라의 오른쪽 측면 컷백 크로스를 받은 장 시저가 강력한 오른발 돌려차기로 전북 골문을 흔든 것이다.

맏형 이동국, 챔피언스리그 통산 37호골 + 쐐기골 도움

자신감을 얻은 베이징 궈안 센터백 김민재가 후반전 초반에 드리블 빌드 업 실력을 자랑할 때 전북 선수들의 압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김민재가 센터백이지만 드리블 욕심을 내는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서 전북 특유의 빠른 역습이 이루어졌고 한교원의 집중력 뛰어난 패스가 맏형 골잡이 이동국을 빛낸 것이다. 김민재가 뒤늦게 따라왔지만 이동국이 오른발로 차넣은 슛 동작까지 막아내기에는 거리가 모자랐다.
 
날쌘돌이 티아고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티아고가 돌파하고 있다.

▲ 날쌘돌이 티아고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티아고가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의 믿음직스러운 해결사 이동국은 58분에도 오른쪽 코너킥을 받아 헤더 추가골을 노렸는데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공을 베이징 궈안 골키퍼 조 더하이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가까스로 쳐내고 말았다.
 
이동국의 클래스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이동국의 클래스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국은 그 이후에도 펄펄 날았다. 62분에 베이징 궈안 페널티 지역 반원 밖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쐐기골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이동국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는 아찔한 궤적을 그렸다.

다음 달 29일 만 나이로 40이 되는 이동국은 그 나이에 믿기 힘든 활약을 홈팬들 앞에서 이어나갔다. 71분에 더블 타워로 뛰게 된 김신욱의 헤더 쐐기골을 자로 잰 듯한 왼발 크로스로 도운 것이다.
 
추가골 넣은 김신욱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김신욱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추가골 넣은 김신욱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김신욱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로부터 4분 뒤에 이동국은 주장 완장을 벗고 벤치로 물러났다. 그가 75분간 보여준 공격수로서의 능력은 전문가 평점 10점 그 이상의 수준이었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이동국은 경기 종료 직후 이 게임 최고의 선수로 뽑혀 작은 트로피를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이렇게 이동국과 한교원이 나란히 1득점 1도움 공격 포인트 기록을 남긴 덕분에 완승을 거둔 전북은 오는 9일(토) 오후 4시 수원 빅 버드로 찾아가서 수원 블루윙즈와 K리그 원 2라운드 어웨이 게임을 펼친다. 그리고 전북은 13일(수) 오후 8시에 열리는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어웨이 게임을 위해 비행기 짐을 꾸려야 한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G조 결과(6일 오후 7시, 전주성)

★ 전북 현대 3-1 베이징 궈안 [득점 : 한교원(14분,도움-이승기), 이동국(48분,도움-한교원), 김신욱(71분,도움-이동국) / 장 시저(41분,도움-조나탄 비에라)]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75분↔이주용)
AMF : 로페즈(85분↔티아고), 이승기(59분↔김신욱), 한교원
DMF : 신형민, 손준호
DF : 김진수, 홍정호, 김민혁, 최철순
GK : 송범근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전북 K리그 챔피언스리그 베이징 궈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