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포스터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우리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장례 문화다. 죽은 가족을 집 안에 두는가 하면 집 안에 유골함을 두기도 한다. 일본은 종교에 있어 수많은 미신을 섬기는데 그 중 하나가 조상신이다. 죽은 사람이 현세에 남은 이들을 위해 복을 줄 것이라 여기는 이런 믿음은 죽음을 완전한 소멸이 아닌 육체의 소멸이자 영혼은 살아있다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는 귀여운 그림체와 발랄한 주인공들의 모습과 함께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우정과 믿음을 통해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이다.
 
12살 초등학생 옷코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는 슬픔을 경험한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시골의 작은 여관, '봄의 집'으로 오게 된 옷코. 그곳은 나이 많은 안주인 할머니와 뛰어난 요리솜씨와 완벽한 일처리를 선보이는 사용인 부부가 있다.

예절과 부지런한 생활을 강조하는 할머니와의 만남은 옷코에게 무섭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가슴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옷코는 자신의 방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남자아이 우리보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우리보를 보고 당황한 옷코. 유령 우리보는 짓궂지만 애정이 많다. 할머니의 친구였던 우리보는 죽은 이후에도 친했던 할머니를 지켜주기 위해 이 여관에 머물렀던 것.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스틸컷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우리보는 많은 나이 때문에 자신을 잇는 후계자가 없다면 여관을 접을 생각을 하는 할머니를 위해 옷코가 여관을 이어받겠다는 말을 하게끔 유도한다. 얼떨결에 '봄의 집'의 후계자가 된 옷코. 매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유리창부터 닦는 여관 일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손님의 행복이다.

여관 직원들은 손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얻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관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되는 건 물론 공손하고 예의바른 모습으로 좋은 인상을 주어야만 된다. 하지만 이 일은 초등학생 옷코에게 힘겹게 느껴진다. 그런 옷코가 멋진 안주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보와 미요, 먹깨비 종돌이 유령 3인방이 도와준다.
 
이 작품의 웃음 포인트는 유령 3인방과 옷코의 만남에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벽을 통과하는 우리보와의 첫 만남은 옷코를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옷코에게 더욱 짓궂은 장난을 치는 우리보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종돌이는 이 작품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을 만큼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다. 주방에서 만드는 맛있는 요리들을 먹어치우는 식탐왕 종돌이는 예기치 못한 행동을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낸다.

미요는 웃음과 동시에 감동을 주는 인물이다. 옷코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여관을 운영하는 초등학생 마츠키의 언니인 그녀는 동생이 옷코 때문에 곤란을 겪자 옷코 얼굴에 낙서를 하는 등 소소한 복수를 선보이며 웃음을 유발해낸다. 여기에 가장의 역할을 하느라 고생하는 초등학생 동생을 걱정하며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는 인물이다.

이런 유령들의 존재는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감동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흔히 죽음은 소멸로 여겨진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세상에서 사라지며 남아있는 죽은 자는 깊은 원한이 있거나 미련을 지닌 이들이라 생각된다. 반면 이 애니메이션에서의 유령들은 현세에 남겨진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게 노력한다.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스틸컷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옷코는 우리보를 비롯한 유령들과의 만남을 통해 슬픔을 망각하기보다는 받아들인다. 초등학생 옷코에게 부모님의 죽음이란 너무나 큰 구멍과도 같다. 그 끝없는 심연 속에서 길을 잃었던 옷코에게 유령들은 웃음과 사랑을 전해준다.

부모님도 어딘가에서 우리보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미요가 마츠키의 주변을 지키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운을 내고 용기를 얻게 된다. 유령들이 채워준 옷코의 빈 공간은 주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인내와 관용의 힘을 준다.
 
옷코는 어려웠던 할머니와도, 제멋대로인 여관 손님의 아들과도,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처럼 보였던 마츠키와도 점점 가까워지면서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변해간다.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옷코가 미소를 찾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힐링을 선사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으며 멋진 숲속의 풍경을 감상하는 애니메이션 속 온천이 주는 힐링처럼 옷코의 슬픈 눈물이 따뜻한 눈물로 변하는 순간 어느새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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