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된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한 장면. ⓒ KBS

 
지난 11월 정규 편성 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탑방>)이 최근 상승세를 타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파일럿 방영 당시 호평을 받았던 <옥탑방>은 이후 약 두 달 만인 11월부터 정규 편성이 됐다. 그러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MBC <라디오스타> JTBC<한끼줍쇼> 등 수요일 밤 쟁쟁한 예능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 회 1%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쉽지 않은 경쟁을 펼치던 <옥탑방>은 지난해 12월말 2%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 6일 방영된 설 특집에선 자체 최고 시청률인 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뒤늦은 발동을 걸었다. 13일 방송 역시 1부와 2부가 각각 3.2%와 3.6%를 기록하며 점차 수요일 심야 예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초대손님 활용으로 분위기 전환 + 실검 장식하는 토요일 재방송
 
 KBS < 옥탑방의 문제아들 > 20일 예고편의 한 장면.  다음주 방송에는 개그맨 박성광의 출연이 예정되었다.

KBS < 옥탑방의 문제아들 > 20일 예고편의 한 장면. 다음주 방송에는 개그맨 박성광의 출연이 예정되었다. ⓒ KBS


정규 편성 후 <옥탑방>이 한동안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로는 긴장감을 유발할 만한 요소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고정 출연진 5명의 합은 좋았지만 뭘 해도 전원 퇴근이라는, 어쨌든 승자가 정해진 게임만으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 중 하나는 초대손님(게스트) 활용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지난 5회(지난해 12월 5일) 배우 곽동연을 시작으로 김종민, 유병재, 김준현, 허경환 등 다양한 연예인들이 제6의 멤버로 가세해 기존 5인방과 합을 맞추며 다채로운 웃음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1%대 시청률 탈출에 성공하며 위축된 프로그램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전후에 편성된 재방송의 인기 역시 본 방송의 뒤늦은 상승세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옥탑방>에서 다뤘던 다양한 문제 속 단어 혹은 인물들이 속속 토요일 재방송 이후 주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잘 몰랐던 이들에게도 존재감을 인식시켰다.

설특집 서장훈의 출연 + 대결 구도 조성으로 재미 배가
 
 설특집을 맞아 진행된 KBS < 옥탑방의 문제아들 >은 서장훈의 출연 외에도 2대2 팀 대결로 구성해 변화를 모색했다.

설특집을 맞아 진행된 KBS < 옥탑방의 문제아들 >은 서장훈의 출연 외에도 2대2 팀 대결로 구성해 변화를 모색했다. ⓒ KBS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이 2회 연속 등장한 지난 6일 설 특집 편과 13일 방영분은 기존 <옥탑방>과는 다른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6명 출연진 vs. 제작진 사이의 퀴즈 대결로만 진행되던 방식에서 탈피해, 우등반(송은이+정형돈)과 열등반(나머지 출연자들)로 나눈 2대2 구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변화된 방식 속에 옥탑방 5남매의 우애(?)는 사라지고 치열한 문제 맞추기 경쟁이 펼쳐졌고 긴장감도 상승해 강력해진 흥미 유발을 도모한다. 고정 출연자들의 '집단 지성'과 '아무말 대잔치급' 토크의 대향연도 여전히 진행돼, 각종 파일럿 예능이 쏟아지던 설날 연휴에도 <옥탑방>은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13일 방송에서 무려 4문제를 맞추며 게스트 최다 기록을 수립한 서장훈의 활약은 적절한 초대손님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향후 <옥탑방> 제작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재방송의 화제, 본 방송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최근 들어 < 옥탑방의 문제아들 >에 등장하는 문제 속 인물, 단어 등은 각종 인기 검색어에 등장할 만큼 점차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 < 옥탑방의 문제아들 >에 등장하는 문제 속 인물, 단어 등은 각종 인기 검색어에 등장할 만큼 점차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 KBS

 
일부 재방송의 시청률은 오히려 본 방송 시청률보다 높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심야에 TV 시청이 쉽지 않은 가족 단위 시청자들이 자녀들과 함께 방학을 맞아 주말 점심 시간에 이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등장한다. 실제로 인터넷, SNS 상에선 수요일 대신 토요일 재방송을 자주 본다는 의견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으론 '악마의 편집', '독설' 논란에 종종 휩싸이는 기존 수요 지상파 예능과는 다른, '순한 맛' 예능이라는 점도 차별화 지점이다.

이를 고려할 때 3월 신학기 이후에도 <옥탑방> 본 방송의 관심과 인기를 올리기 위해선, 밤 12시 30분 이후에나 끝나는 지금의 늦은 편성 시간의 탄력적인 변경도 생각해봄직하다. 타 프로그램 대비 폭넓은 시청자 층 확보을 지닌 퀴즈 형식임을 감안하면 굳이 지금의 시간대를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기존의 6명 단체전 외에 새롭게 선보인 2대 2 대결 등을 적절히 섞는 식으로 융통성 있는 변화를 주는 것도 현재 상승세를 맞은 <옥탑방>으로선 인기 부양책의 방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여전히 동시간대 타사 프로들과의 경쟁에서 <옥탑방>은 아직까진 열세에 놓여있다. 하지만 우직한 발걸음 속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기회를 뒤늦게나마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인기 예능으로의 자리매김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옥탑방의문제아들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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