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래미의 진짜 수상자들: 여성.(The Real Winners at the Grammys this year: Women.)"

미국의 유명 디지털 잡지 <페이스트(Paste)>의 총평은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의 '여풍(女風)'을 갈무리한다. 지난해 제60회 시상식부터 여성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한 그래미는 올해 화려한 퍼포먼스와 시상을 통해 현 대중음악계를 주도하는 여성들의 당당한 메시지를 생생히 전달했다. 힙합, 팝, 록, 인디 신까지, 팝 시장의 주제 의식에 변화를 불러온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을 소개해본다.

알리샤 키스, 그래미의 새로운 안방마님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의 새로운 사회자로 등장한 가수 알리샤 키스는 시상식 후반부 완벽한 퍼포먼스로 시상식의 격을 높였다.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의 새로운 사회자로 등장한 가수 알리샤 키스는 시상식 후반부 완벽한 퍼포먼스로 시상식의 격을 높였다. ⓒ Grammy 공식 홈페이지 캡쳐

 
7년 연속으로 그래미 사회를 맡은 인기 래퍼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자리를 알리샤 키스가 대체했다.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21세기의 소울 가수인 그는 첫 사회자 경력에도 불구하고 능수능란한 진행을 선보였다.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그래미 어워드의 힘찬 시작을 외친 데 이어 레이디 가가,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 제니퍼 로페즈, 인기 배우 제이다 핑켓 스미스와 함께 음악과 여성의 힘을 함께 역설했다.

시상식 후반부 펼쳐진 그의 솔로 퍼포먼스는 이날 최고의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했다. 피아노 두 대 사이 홀로 앉은 그는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호로 연주하고 노래하며 그래미가 음악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위대한 시상식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스콧 조플린, 냇 킹 콜의 시작부터 로버타 플랙과 로린 힐, 드레이크와 주스 월드(Juice WRLD)를 거쳐 19세기 말부터 2019년까지의 시간 여행을 펼친 그는 마무리로 대표곡 'Empire state of mind'를 열창했다. 사회자 알리샤 키스는 시상식의 격을 높인 멋진 선택이었다.

컨트리 스타? 레이디 가가는 레이디 가가였다 
 
 지난해 <스타 이즈 본>으로 컨트리 스타로의 새 생명을 얻은 레이디 가가는 시선에 아랑곳않고 그 대표곡 'Shallow'를 과감한 의상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스타 이즈 본>으로 컨트리 스타로의 새 생명을 얻은 레이디 가가는 시선에 아랑곳않고 그 대표곡 'Shallow'를 과감한 의상으로 선보였다. ⓒ Grammy 공식 홈페이지 캡쳐

 
2018년 영화 <스타 이즈 본>과 그 사운드 트랙으로 미국 대중음악계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은 레이디 가가. 제61회 그래미 시상식 방송분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로 첫 번째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여성 사회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꾸준히 노래해온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 <스타 이즈 본>으로 수수한 컨트리 스타로의 새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가가는 역시 가가였다. 영화의 대표곡 'Shallow'를 공연하러 나온 가가는 번쩍거리는 드레스와 화려한 드랙 복장의 차림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컨트리 소녀 이전에 퍼포먼스 제왕이었다는 걸 각인하듯, 가가는 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흔들고 과감한 춤사위를 선보이면서 이 시대의 멀티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대세의 증명 카디 비, 의미있는 피아노 연주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대세의 지위를 입증한 여성 래퍼 카디 비.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대세의 지위를 입증한 여성 래퍼 카디 비. ⓒ Grammy 공식 홈페이지 캡쳐

 
2018년은 명실상부 이 여성 래퍼의 해였다. 'Bodak Yellow'로 깜짝 차트에 등장했던 뉴욕의 카디 비는 'Bartier Cardi', 'Motorsport'의 연이은 히트곡을 발표하더니, 힘찬 < Invasion of Privacy >를 발표하며 인기의 정점에 섰다. 카디 비를 빼놓고 작년의 대중음악을 논할 수 없단 걸 인정하듯 그래미도 본상 2개 부문 (레코드 오브 더 이어, 앨범 오브 더 이어)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이날 카디 비는 한 마리 화려한 공작으로 분해 특유의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멋진 언니'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카디 비 옆에서 'Money'의 피아노 리프를 연주하며 화제를 모은 클로이 플라워(Chloe Flower)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로 인권 운동에 힘써온 인물이다. 알리샤 키스의 피아노와 또 다른 의미를 확보한 피아노 연주였다. 

프린스의 환생! 자넬 모네의 아름다운 무대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프린스의 환생'을 선보인 팝스타 자넬 모네.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프린스의 환생'을 선보인 팝스타 자넬 모네. ⓒ Grammy 공식 홈페이지 캡쳐

 
자넬 모네는 지난해 평단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은 < Dirty Computer >로 대중음악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흑인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고발하며 성소수자와 유색 인종의 인권을 노래한 이 앨범은 제61회 그래미 '올해의 앨범' 부문에도 후보로 오르며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받았다. 

과감한 의상으로 레드 카펫에서부터 화제를 불러온 자넬 모네는 이윽고 펼쳐진 단독 퍼포먼스에서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다. 기타 한 대와 함께 대표곡 'Make me feel'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완벽한 군무를 보여준 자넬 모네의 모습은 2016년 세상을 떠난 전설 프린스(Prince)의 환생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그래미 최고를 다툴 만한 퍼포먼스였다.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우아함

제61회 그래미 시상식 '올해의 앨범'의 영예는 1988년 신예 컨트리 뮤지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지난해 앨범 < Golden Hour >로 마약 문제, 동성애 문제와 여성의 진취적인 메시지를 풀어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보수적인 컨트리 장르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래미 어워드 역시 가장 마지막 시상 순서에 케이시 머스그레이브를 위치하며 작년의 공적을 치하했다.

'베스트 컨트리 앨범'까지 수상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퍼포먼스로도 빛났다. 하얀 드레스에 청아한 목소리로 앨범의 대표곡 'Rainbow'를 열창하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언제나 머리 위에 무지개가 떠있다는 걸 말해줄게'라는 아름다운 가사는 덤. 

세인트 빈센트 X 두아 리파, 그래미를 뒤집어놓다
 
 제 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대를 펼친 세인트 빈센트(좌)와 두아 리파(우). 고고한 카리스마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제 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대를 펼친 세인트 빈센트(좌)와 두아 리파(우). 고고한 카리스마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 St.Vincent 유튜브 캡쳐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온 퍼포먼스다. 독특한 개성의 싱어송라이터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와 신인상을 수상한 두아 리파(Dua Lipa)는 시크하고 도도한 카리스마 듀엣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흑백의 드레스와 화려한 액세서리, 검정 단발의 두 여인이 'Masseducation'과 'One kiss'를 부르며 등을 맞대는 광경은 여성 아티스트의 당당한 자신감을 상징했다.

세인트 빈센트는 2017년 앨범 < Masseducation >으로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에 노미니 되었으며 '최우수 록 노래'를 거머쥐었다. 최근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의 엔딩곡을 맡는 등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는 일생 한번뿐인 신인상을 수상하고 눈물을 흘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에도 실렸습니다.
그래미 페미니즘 여성 여성아티스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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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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