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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부지의 24일 오후 모습. 표준지 공시지가는 ㎡당 지난해 9천130만 원에서 1억8천3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부지의 24일 오후 모습. 표준지 공시지가는 ㎡당 지난해 9천130만 원에서 1억8천3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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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가 올해 표준지 공시가격을 책정하면서 밝힌 원칙은 '초고가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였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초고가 토지의 공시가격을 높여, '가진 사람이 가진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12일 국토부가 발표한 표준지 공시가격 자료를 보면, 추정시세가 1㎡당 2000만 원 이상인 토지(전체 토지의 0.4%)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0.05%로 나타났다. 나머지 99.6%의 토지 상승률은 7.29%였다.

일단 상위 0.4% 토지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일반토지의 2배가 넘으니,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올해 공시가격 하나하나 살펴보면, 여전히 공시가격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옛 한국전력 부지) 부지를 보자. 이 땅은 지난 2014년 평당 4억 2000만 원에 팔렸다. 부동산업계는 현재 이 땅의 시세를 평당 최소 5억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한참 저평가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인 삼성동 167번지 일대 공시지가는 ㎡당 4000만 원, 3.3㎡당 1억 3200만 원 수준이다. 올해도 이 땅에 대한 공시가격은 3.3㎡당 1억 9000만 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삼성동 GBC부지 공시가격, 실제 매매가의 절반도 못미쳐

5년 전 3.3㎡당 4억 2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책정된 공시 가격조차 3.3㎡당 2억 원에 못 미치는 것이다. 부지 소유주인 현대차는 여전히 낮은 공시가격에 따른 수혜자다.

매년 공시지가 1위를 기록하는 서울 명동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서울 중구 명동8길)도 마찬가지다. 올해 이 땅의 1㎡당 공시가격은 1억 8300만 원, 3.3㎡로 환산하면 6억 300만원 가량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명동 일대 주변 부지의 거래가격은 3.3㎡당 평균 10억 수준이다. 명동에서도 핵심 부지인 이 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가격은 3.3㎡당 10억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 공시가격은 3.3㎡당 6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네이처 리퍼블릭이 아닌 다른 명동 상권의 공시가격은 더 낮다. 서울 중구 명동8나길의 경우 평당 3억 9000만 원, 중구 명동길은 3억 7000만 원으로, 실제 거래가격(10억) 대비 30~40%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64.8%와도 차이가 크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공시가격의 현실화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공평과세, 시세반영률 의지가 무색할만큼 또다시 엉터리가격이 고시됐다"며 "찔끔 인상된 표준지공시지가로 공평과세는 어림없으며, 정부는 시세반영률 산정 근거 등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가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 상승률을 높인 것은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공시가격은 시세의 6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세의 70~80%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공시가격의 가장 큰 문제는 조세 형평성의 문제인데, 형평성을 확보하려면, 극소수(고가토지)로만 제한해선 안된다"면서 "형평성을 제고할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정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공시지가, #공시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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