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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경실련,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 대표자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신규사업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경실련,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 대표자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신규사업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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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위법"

'이명박 4대강' 

정부가 예비타당성(아래 예타) 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하자 시민사회단체가 공통으로 꺼낸 말이다. 

29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총사업비 24조 1000억 원 규모, 23개 재정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기로 발표하자 참여연대와 한국환경회의 등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관련기사: 정부, 국가균형발전 내걸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이날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 "대규모 토목건설 SOC사업의 예타 면제 계획은 국민의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에서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예타 조사의 도입 취지는 물론 생활 SOC사업을 확충하겠다던 정부의 기존 정책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형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예타 제도는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다"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건설사업의 장기적인 경제성이나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경기 부양만을 목표로 예타를 면제할 경우 4대강이나 경인운하(아라뱃길)와 같이 국민 혈세 낭비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 "국내총생산 대비 토목∙건설사업에 과도하게 세금을 쏟아붓는 정책은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2016년 한국의 건설투자 비중은 GDP 대비 15% 수준으로 OECD 평균 10%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라며 "경기 침체와 자동차, 유통 등 주요 산업의 구조 조정으로 실업과 빈곤 등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토목∙건설사업보다는 사회복지 SOC사업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환경회의도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타가 예산낭비와 환경파괴 사업을 막는 최소한의 검증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예타는 그동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의해 실시됐다"라며 "예타 통과 실적을 보면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 2016년 12월까지 총 782건 중 509건(65%)만 예타를 통과했다"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과 예타 면제를 연결 짓기도 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을 포함해 예타를 거스르고 국토 생태계를 파괴한 토목사업이 부지기수였다"라며 "4대강 사업이 예타를 거쳤더라면 대규모 예산 낭비와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정부는 예타의 엄중함을 고려해 시행령에 명시된 면제 조항 10개를 삭제한 적이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시도는 예타 제도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예타 면제'가 위법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당시 부산고법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경우 경제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라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라며 "예타 면제 계획을 중단하고 재검토하라"라고 촉구했다.

홍종호 교수 "예타 면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물러나겠다"
  
28일 홍종호 교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와 관련해 비판의 글을 올리며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28일 홍종호 교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와 관련해 비판의 글을 올리며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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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태양광산업 관련 협회 및 기업 간담회에서 에너지전환 포럼 홍종호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8.9.10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태양광산업 관련 협회 및 기업 간담회에서 에너지전환 포럼 홍종호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8.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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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설치된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를 비판했다. 홍 교수는 29일 <오마이뉴스> 전화통화에서 "(이번) 예타 면제 발표는 국민 세금을 사용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라며 "(이번에) 면제된 사업들이 이렇게 시급을 요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러니 야당에서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발표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쓴소리했다.

홍 교수는 "저소득층 지원 사업 등 생활밀착형 SOC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예타가 필요 없으나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 4대 대규모 SOC 사업은 그렇지 않다"라며 "KDI(한국개발연구원)가 그동안 연구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매뉴얼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했다.

또 "지역끼리 경쟁시키고 비교하는 게 지역의 행복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라 (예타 면제 사업에 선정돼도)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예타 면제를 재검토하고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28일 밤 홍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공동위원장에서도 물러나겠다고 했다. 홍 교수가 몸 담고 있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홍 교수는 SNS에 "나는 4대강 보처리 조사평가단 위원들께 얼굴을 들 수 없다. 위원장으로서 너무 죄송하다. 정부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 버린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국민들께 4대강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나는 마음이 괴롭고 국민들께 죄송해서 도저히 이렇게 하지 못하겠다"라며 "언론의 보도대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SOC 사업들이 예타 면제로 확정된다면 나는 더 이상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자격도 없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함께 해 준 조사평가단의 활동가, 연구자, 일선 공무원들께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썼다.

태그:#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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