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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저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수축사회> 저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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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한 것처럼 홍성국 대표는 위기의 본질을 수축사회에서 찾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요인이 얽힌 위기인 만큼 해법도 단순하지는 않다.

홍 대표는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지만, 갈등과 문제를 사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의하는 사회적 자본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앵글로색슨 계열 국가에서 형성된 개인의 자유 선택과 자기책임 원리가 통용되는 사회적 특성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자본이 가장 잘 축적된 나라로 그는 독일을 꼽았다.

"독일은 1871년 통일부터 1945년 2차대전 종전까지 70~80년간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 두 번의 패전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히틀러의 집권, 재통일까지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 사회적 자본이 쌓였다. 독일은 주 52시간 아니라 38시간을 일해도 노동생산성이 우리보다 높다. '감시자 없어도 알아서 일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힘들어도 이런 사회로 가야한다.

우리나라도 표면적으로는 이런 가치를 떠받들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극한 대결, 법치의 부재, 패거리 문화, 이기주의 등이 뒤섞여 사회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갈등을 중재할 권위 있는 기관과 사람이 없고, 합의에 이르게 할 만한 최소한의 룰도 갖춰지지 않았다. 중국도 민주주의 도입 등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지 못하면 다양한 갈등이 폭발하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가 내린 수축사회의 해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수축사회에서 이기주의에 기반한 이데올로기와 생활방식 등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세계 석학들도 다른 용어와 표현을 쓰긴 했지만 결론은 수축사회를 피할 수 없으므로 인류는 살아가는 방식을 모두 바꿔 선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이타적으로 바뀌어야 공동체를 구할 해법도 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팽창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던 인간의 욕망을 조절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엄청난 고통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래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해왔다. 법과 제도만 잘 갖추면 사회가 좋아질까? 인간의 이기심을 법으로 다스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사회적 자본은 관습 같은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압축해서 만들어낼 수가 없다."

문제는 인간의 욕망을 조절한다는 것
 
<수축사회> 저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수축사회> 저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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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근원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류의 시각과는 선을 그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좀 더 멀리 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인건비 상승으로 자영업 등의 경영이 악화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52시간 근로와 최저임금 인상, 공정 경영 등이 어우러진 정책이다. 이런 것들이 사회의 보편적 상황으로 굳어지면 노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단순히 저소득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선진국형에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정책이다. 일본과 같이 파트타임 일자리를 몇 개씩 가진 소위 프리터족(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고용의 유연성이 다소 높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과 소비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꾸려는 정책으로 판단해 단계적으로 실시하면 궁극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더딘 변화에 대해서는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다. 홍 대표는 일단 "수축사회가 왔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미투 등등 과거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데 이건 세대 차 때문이 아니다. 뭔가 큰 변화가 오는 것은 다들 느끼는데,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날 것이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축사회의 해법은 1년, 5년 단위로 나올 수 없다. 정부가 지금 어떠한 대책을 내놔도 인구감소가 만들어 낼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대로 가면 30년 후에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현실부터 얘기해야 한다. 일단 대통령부터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이미 어려워졌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물론 수축사회를 인정하는 것이 비관론을 확산해 수축사회를 촉진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근시안적 생각이다. 벌써 준비하는 사람들은 다 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온갖 재앙과 죄악이 세상에 퍼지는 와중에도 상자 속에 희망만은 남았다"는 그리스 신화처럼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답답한 가운데서도, 희망들

홍 대표는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은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한다'고 하는데, 지나친 걱정이 국민들의 자신감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위기이자 기회로 본다.

"한국은 하드웨어 강국이다. 일단 시간을 벌면서 하드웨어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에 동승한 후, 점차 AI 등 소프트웨어로 나아가면 승산이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응용 분야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집중해도 늦지 않다.

문제는 교육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다. SKY대 들어가려면 평균 20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한다. 교육의 본질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인데, 아이들 머리에 쓸 데 없는 지식만 잔뜩 주입시키고 있다.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는데..."


'통일'도 수축사회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돌아올 편익이 분명히 있다. 이·공계 분야는 우리보다 탄탄하다. 우리가 못 만드는 ICBM을 북한은 훨씬 오래 전에 만들지 않았나?(웃음)

문제는 남남 갈등과 북한 경제의 자생력 확보다. 주변 4강의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10년, 15년 내에 기회는 올 것이다. (통일이) 30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북한이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수축사회가 진행될수록 '내가 살기 어려운데 무슨 통일이냐'는 여론도 비등할 것이다. 어쨌든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통일은 한국의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궁극적으로 중립국으로 전환되면 주변 4대 강국의 간섭에서 벗어날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수축사회> 저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수축사회> 저자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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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홍성국 지음, 메디치미디어(2018)


태그:#홍성국, #수축사회,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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