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연구원과 LAB2050 등이 공동주최한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토론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연구원과 LAB2050 등이 공동주최한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토론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서울시 청년수당을 20대 청년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정책 실험이 진행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과 민간 정책연구소인 'LAB2050'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서울시에 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 2.0' 정책 실험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중위소득 150% 미만 20대(만 19세~29세) 청년 가운데 미취업기간 등을 따져 월 50만 원의 '청년활동지원수당'(아래 청년수당)을 6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청년수당 2.0'은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150만 명에 이르는 서울시 20대 청년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목표다.

2년간 월 50만 원씩 지급한 뒤 '전체 청년 확대' 검토

LAB2050은 이날 본격적인 '청년수당2.0' 정책 실행에 앞서 앞으로 2년간 진행할 정책 실험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20대 청년 1600명에게 2년간 월 50만 원씩 지급한 뒤, 정책 효과를 측정해 확대 시행할지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LAB2050' 연구위원장인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청년들의 자유안정성 수준이 높아지면 혁신적인 시도가 늘고 공동체 참여가 증진되며 건강과 행복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는 '자유안정성 모델'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 2.0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청년 기본소득의 성격을 가진 청년수당2.0 제도는 기존 서울시가 2016년 시행했던 청년수당의 정신을 이어가면서도 조건에 얽매이거나 구직한 청년에게만 안정성을 주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더는 돈을 위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당이 아니라 안정을 보장하고 실질적 자유 수준을 높여 주면서 자신의 삶을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계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존 청년수당 제도가 '선별복지'라면 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2.0은 '보편복지' 개념에 가깝다. 따라서 '부유층 청년'에게까지 청년수당을 주는 게 바람직하냐는 해묵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최 교수는 "청년은 가난한지 파악하기 어렵고 청년수당 목적이 단순히 소득 보전도 아니다"라면서 "중산층 청년이라고 안정된 삶을 누린다고 볼 수 없고 (앞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는) 부유층도 함께 부담하고 함께 받는 '연대'를 배운다는 점에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부모 의존도 높은 20대 청년수당이 50대 수당이기도"
 
최영준 LAB2050 연구위원장(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이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청년수당 2.0 토론회에서 ‘자유안정성과 혁신, 청년수당 2.0 제안’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최영준 LAB2050 연구위원장(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이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청년수당 2.0 토론회에서 ‘자유안정성과 혁신, 청년수당 2.0 제안’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자칫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최 교수는 "청년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신'은 월 500만 원 이상 주어야 일을 그만두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면서 "월 50만~100만 원 정도가 개인의 근로의욕 자체를 낮출 액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 LAB2050에서 청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00만 원 미만을 줄 때 일을 그만두겠다는 응답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20대 청년들이 의존하고 있는 40~60대 부모의 노후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20대 청년수당이 50대 (부모)수당이기도 하다"면서 "청년수당은 청년뿐 아니라 그 부모인 중고령층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실험이라고는 해도 예산이 최대 96억 원 투입되는 큰 프로젝트다. 이날 정책실험 설계안을 발표한 LAB2050 연구위원인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많은 비용이 드는 전국 스케일의 정책을 무작정 실행하면 많은 갈등과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먼저 작은 스케일의 실험을 통해 정책 효과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대 목소리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LAB2050에서 서울시에 제안한 실험 모형에 따르면, 실험 집단을 크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는 집단과 매달 50만 원을 조건 없이 지원하는 '기본소득형', 50만 원을 지원하되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그만큼 기본수당에서 빼는 '근로연계형' 등 셋으로 나눠 진행한다.

2년 동안 3회에 걸친 기초조사와 매달 핵심조사를 통해 대상자들의 구직 행태, 자기계발, 혁신과 창업활동 등 '일'의 변화와, 주거환경, 공동체 참여, 건강, 가족형성 등 '생활'의 변화를 조사하게 된다. 안정과 연결되는 복지와 더불어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보겠다는 것이다.

"청년수당이 투자 개념? 청년에게 책임론" 지적에 "수용성 함께 고려해야"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토론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연구원과 LAB2050을 비롯해 남인순 기동민 서형수(더불어민주당), 김세연(자유한국당),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과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연석회의가 공동 주최했다.
 ‘대한민국 전환의 전략, 청년수당 2.0과 정책실험’ 토론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연구원과 LAB2050을 비롯해 남인순 기동민 서형수(더불어민주당), 김세연(자유한국당),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과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연석회의가 공동 주최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기본소득 방식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정책 실험 방식이나 목표에 이견을 제시했다.

특히 "청년 기본소득 지원이 혁신경제를 지향하는 미래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개념"이라는 구교준 교수 발표에 대해, 청년층을 대변하는 정준영 청년유니온 활동가는 "우리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당장 취업'이나 '혁신 요구' 같은 끊임없는 책임론을 만들고 있다"면서 "어떤 정책을 권리의 뒷받침 없이 일종의 투자처럼 설명하면 당장 누군가를 설득할 순 있지만 정책의 존속을 위해 그러한 투자의 효용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교준 교수는 "권리만 얘기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용하겠나"라면서 "(정 활동가가) 투자처럼 설명하면 설득은 많이 되겠다고 한 것처럼 수용성 측면에서 투자 개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을 위해 지급한 기초연금도 보편적인데, 오히려 노인 고용이 증가했다고 해서 정책 실패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기초연금 되고 나서 노인들 '힘'이 세진 것처럼 청년수당도 수백 가지 목표가 있겠지만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연석회의 외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기동민, 서형수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등 여야 3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제는 청년수당이 여야를 뛰어넘는 공동의 화두가 됐지만, 지난 2016년 서울시 청년수당 시행 초기만 해도 박근혜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단 한 번만 지급하고 직권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제는 정부도 오는 3월 말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8만 명에게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중위소득 120% 이하로 대상자가 제한되며, 지자체 청년수당과 중복 지원도 되지 않는다.

기현주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장은 이날 "서울시 청년수당이 풀지 못하고 있는 지점 중 하나가 다른 제도와의 연계성"이라며 "현행 제도는 실업급여, 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취업성공패키지 등 다른 제도와 동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막아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태그:#청년수당, #기본소득, #서울시, #청년수당2.0, #LAB2050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