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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식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자유한국당 입당한 황교안 전 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식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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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절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영욕을 함께한 황교안.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시기에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온 그였다. 총리직을 마친 후 한동안 조용히 지내던 그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강하면서 발언의 강도를 높이다가 야권 대선후보 1위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유한국당에 입당, 당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홍준표, 오세훈과 함께 왕성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황 전 총리는 대구상공회의소, 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 부산 유엔기념공원 헌화, 대구시당과 부산시당 방문 등을 목적으로 영남 지역을 찾았다.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여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질문을 받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라면서 자신이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2일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세종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자신을 "통합진보당 해산의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보수세력의 결집과 경쟁대상에 비교우위를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당 해산제도 존재의 이유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사상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던 2014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사상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던 2014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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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장관으로 있으면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진두지휘한 걸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사례로 기록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그 정당성을 두고 아직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당 정치'와 '정치적 결사의 보장'이라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됐을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헌법 제8조 4항).

종합하면, 우리 헌법의 가치기준이 돼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파괴하려는 정당의 존립을 인식하면서도, 그 해산은 정치적 중립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신중한 심판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정부의 자의적(恣意的)인 처분에 의한 정당 해산과 이로 인한 야당 탄압을 금지한 것이다.

헌법에서 정당의 해산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정당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다수당에 의해 소수당의 존립이 위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민주주의는 정당의 다양성을 기본적 가치로 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그만큼 정당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생명수다.
 
2014년 11월 5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2014년 11월 5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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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을 빌미로 정당 해산을 추진했다. 그 정당해산을 주도한 사람이 당시 법무부장관 황교안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통합진보당의 정강정책은 곧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이석기 의원과 함께 형사처벌을 받은 통합진보당 소속 구성원들의 행동을 빌미로 정당해산을 추진한 것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정당해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모든 절차를 거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면으로 들어가서 통합진보당의 어떤 활동들이 우리 헌정질서에 위반된 것인가를 살펴보면 통합진보당의 해산이야말로 진정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만행이다. 해산을 추진하는 세력이 당시의 정부여당인 보수세력 일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한 방식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 정당한 것이었는지는 당시 유일하게 소수의 목소리를 낸 김이수 재판관의 주장으로 갈음하겠다. 당시 김이수 재판관은 이런 의견을 냈다.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위험한 시각

어찌 됐든 황 전 총리가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추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자랑삼아 업적으로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대여투쟁의 업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적 투쟁에 의해서 소수정당이 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정당해산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정치투쟁의 산물로 보고 있는 위험한 시각을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아직 역사적 평가가 시작되지도 못 했고, 많은 지식인들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오히려 황 전 총리는 자신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임하고 있는 동안 정당 해산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해야 한다. 자신이 주무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정도로 말이다.

재판은 결과로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다른 진실이 얼마든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심제를 보장하고, 일정한 경우 재심까지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확신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혹시 숨어 있는 진실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확신을 품은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얼마나 위험한 반 헌법적 사고인가?

임무 방기 
 
2016년 12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구속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황교안이 박근혜다" 2016년 12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구속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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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교안 전 총리의 과오는 통합진보당 해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법무부장관으로 있으면서 이뤄진 국정농단, 국무총리로 재임하는 동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인해 당시의 장관들과 실무자들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각부 장관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법무부 장관이면 사정기관의 수장으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그런데도 황 전 총리는 최순실 등의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말만을 믿으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방기한 것으로 당연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더라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방조범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 전 총리는 균형감과 합리성을 기본으로 하는 법조인이다. 그런데도 국정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국가보안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모든 잣대가 국가보안법이다. 북한은 함께할 수 없는 적대세력이고 타도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국제정세에 있어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북한 정권만 하더라도 우리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볼 때 끊임없이 대화를 추진해야 하는 세력이다. '공안'의 시각만으로 북한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국가보안법만을 외치는 황 전 총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정답인지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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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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