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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노조사무실 오픈 때 모습
▲ 사무실 개소식 때 지난해 12월 12일 노조사무실 오픈 때 모습
ⓒ 아산시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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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이다. 아산시비정규직지회(이하 아산비정규지회)가 조직되고도 사무실이 생기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동안 아산시에서 공무원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다른 공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권리를 챙기는 사무실 하나 없었다.

윤영숙 아산비정규지회장은 "사무실 하나 내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규직이 가진 당연한 권리를 우리는 일일이 투쟁하고 쟁취해야만 가질 수 있었다. 지금도 공공연히 공무원과 공무직의 근무여건 차별이 있고 복지 조건들이 다르므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직'은 공무원이 아니지만, 시청 같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군이다. 공무원은 공무원법에 따른 적용을 받고 공무직은 노동법에 따른 적용을 받는다. 아산시는 법에 따라 지난해 무기계약직 근무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무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윤영숙 지회장은 "공무직은 정부가 퇴직을 보장하고 호봉은 있으나 아무리 오래 일해도 승진 승급이 전혀 없다. 공무직이 주체적으로 업무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안 된다. 공무원의 관리를 받는 하부조직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차이는 인정한다. 하지만 유사한 일을 하면서 인권을 해치는 차별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피력했다.

2012년 공무직노동조합(이하 노조)가 결성된 후 윤 지회장은 "행정안전부에서 우리 인건비를 따로 책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2013년 첫 교섭 때 알았다. 그때까지도 시가 우리 인건비를 책정해 주는 줄 알았다. 공무원이 직무수당으로 항상 받는 것을 우리는 위험수당 위생수당 자격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따내야만 했는데 당시 시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다. 정말 기가 막혔고 이때 노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노조가 있기 전후는 매우 달랐다. 공무원과 공무직의 식비도 노조 활동을 통해 2017년 평등해졌다. 명절휴가비도 교섭을 통해 같아졌다. 여성 육아휴직 기간도 지난해야 비로소 공무원과 같은 기간을 휴직할 수 있었다. 그전까진 똑같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휴직하는데도 공무원에겐 3년을 주고 공무직에는 1년만 주었다.

2016년 영인산자연휴양림이 시설관리공단 관리로 넘어갈 때 노조는 시를 상대로 한 달 동안 싸웠다. 난데없이 시설관리공단에서 일하게 된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당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시 안에서 일했던 것과 같은 임금을 보장할 것과 아산시 소속으로 4년 파견약정을 받았다. 파견을 원치 않는 사람은 시 안에서 그대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까지. 모두 싸워야만 쟁취할 수 있는 권리였다.

윤 지회장은 "이 모든 불평등이 노조가 있음으로써 해소되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된 거"라며 "지난해 12월 12일 노조사무실이 생기면서 떠돌이 생활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임원 전원이 모여 회의하기는 좁은 공간이지만 조합원들이 언제든 찾아와 부당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불평등은 아직도 진행 중
 
아산비정규지회는 지역의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계약서 점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김용균 노동자 추모집회와 파인텍 고공 농성자들의 시위에도 참석하는 등 연대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아산시비정규직지회 근로계약서 점검 캠페인 아산비정규지회는 지역의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계약서 점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김용균 노동자 추모집회와 파인텍 고공 농성자들의 시위에도 참석하는 등 연대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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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조는 아산시 내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불평등한 업무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몇 년간 팀장들이 2~3달에 한 번 반나절씩 일했던 대민안내 데스크 일을 공무직 1명에게 전담시킨 것이다. 이경복 총무과장은 "인사과를 통해 교대근무가 가능하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 현재는 교육 대기 공무원들이 당분간 돌아가면서 오후를 맡고 있다"고 답변했다.

해당부서인 민원봉사과 황인석 민원행정팀장은 "공무원노조가 전담인력배치를 요구했다"며 그 이상의 답변은 회피했다. 공무직노조는 민원행정팀장이 공무직 혼자 시청 로비에 설치된 안내데스크에서 전담할 것을 지시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정하명 공무원노조위원장은 "팀장들이 돌아가면서 했던 일인데 안내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 전문인력이 배치되길 전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붙박이로 누군가가 혼자 상시 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회의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사무실 개소와 함께 지회장이 된 윤영숙씨.
▲ 윤영숙 아산시비정규직지회장 사무실 개소와 함께 지회장이 된 윤영숙씨.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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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회장은 "안내데스크는 매우 협소하며 화장실만 다녀와도 자리를 비운 셈이 돼버리는 전면 개방된 공간이다. 출입문과 가까워 겨울엔 매우 춥다. 공무원 팀장들은 몇 달에 한 번 하는 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왜 공무직은 혼자 전담해서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지. 이것은 인권의 문제다.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조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진정 조합원들을 위해 움직이는지, 그들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타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그동안 노조가 해온 일을 보면 안다.

윤영숙 지회장은 "우리 요구는 무조건 해달라고 떼쓰는 요구가 아니다. 공무원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므로 승진 승급 안 되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 밥을 먹는데 밥값을 달리 주며 아이를 키우는 데 육아휴직 기간을 달리 줄 수 있나. 또 안내데스크 배치만 보더라도 근무여건이 명확한 불평등이다. 누구든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받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노조는 이런 불평등을 없애고 조합원 인권을 찾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윤영숙 지회장, #아산시비정규직지회ㅣ, #공무원공무직차이, #아산비정규노조, #아산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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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소식 등을 전합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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