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남북영화교류특위 문성근 위원장

영진위 남북영화교류특위 문성근 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영화 교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7월 발족한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가 그간 북측과 접촉하면서 남북영화교류에 대한 방향성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맡고 있는 문성근 위원장은 15일 기자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10.4 선언 11주기 기념행사 때 방북해 북측에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이사장도 맡고 있는 문성근 위원장은 "오는 2월 중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615남측위)가 금강산에서 신년모임을 열기로 했다"며 "이때 참석해 북측과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에서 6.15남측위와 6.15북측위가 회의를 통해 문예부분의 논의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와 영화부분도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와 금강산 신년모임을 하게 된 것이고, 1월말에 열릴 계획이 2월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제교류-로케이션-합작영화' 순으로 구상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행사에 참석한 문성근 남북영화교류특위 위원장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행사에 참석한 문성근 남북영화교류특위 위원장 ⓒ 사진공동취재단


문 위원장은 "단계별로 나가야 할 것 같다"며 "사람이 만나는 게 먼저고 일하는 것은 맨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이 지난 방북 때 북측에 제안한 남북영화교류의 첫걸음은 영화제를 매개로 한 영화인들의 방문과 학술토론이다. 영화제 교류를 통해 풀어나가자는 의미다. 남북이 부담 없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평양국제영화축전의 자매결연과 올해 8월 개최예정인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이하 평창영화제)에 북한영화와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게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문 위원장은 "북측에 평창영화제에 영화 출품과 심사위원 선정, 출품작 감독과 배우의 남쪽 방문, 금강산 폐막식 등을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또 "영화제 기간 중 VR기술을 활용해 평양과 개성 금강산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1단계가 진행되면 2단계는 북쪽으로 로케이션 촬영을 가는 방안을 구상 중이고, 3단계로 남북합작영화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쪽에는 없고 북쪽에 있는 한국영화 필름을 복원해 남쪽에서 복제하는 것도 문 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현재 북한에는 남쪽에 없거나 사라진 작품들의 필름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워낙 영화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모았기 때문인데, 북쪽 국가영화문헌고에는 최초의 한국영화인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이만희 감독의 <만추>는 확실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교류를 통해 사라진 한국영화의 역사를 복원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발기인 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문성근 이사장

지난해 11월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발기인 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문성근 이사장 ⓒ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문 위원장은 앞서 지난 14일 보도된 <통일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는 해외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를 통한 교류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월 열리는 베를린 영화제에 '원 코리아' 섹션을 만들자고 했고, 베를린 영화제 측도 동의했다"며 "올해는 너무 촉박해서, 영화를 출품할 수는 없고 심포지엄은 할 수 있다고 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분단국이었던 독일에 가서 유럽 문화계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북한으로의 로케이션 촬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선노동당의 고위 정책담당자가 '남북합작영화에 관심을 보이며 "남측 영화인들이 평양의 세트장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고 DMZ에 대규모 촬영장도 만들 수 있지 않겠냐"라고 언급한 사실을 평양에서 다른 분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교류가 잘 진행돼 합작투자까지 갈 수 있게 되면 합작내용을 북측에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일과 함께 남북공동촬영장 확보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남한에는 대규모 촬영장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사극을 찍기 위해서는 지방에 있는 세트장을 전전해야 한다"며 "중국처럼 수백만평의 세트장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은 DMZ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영화계 일부에서도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부산 이전에 따라 수도권 촬영소가 부재하게 되는 상황을 북한 촬영소나 DMZ 세트장 조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영화발전에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어려운 주문 
 
 지난해 7월 발족한 영진위 남북영화교류특위

지난해 7월 발족한 영진위 남북영화교류특위 ⓒ 영진위

 
문 위원장은 앞서 <통일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측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강하게 북쪽에 제안하고 싶은 게 뭐냐면, 남쪽의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촬영감독하고 녹음감독 딱 두 사람만 데리고 평양에 가서 북쪽 영화사가 만드는 영화에 대본 작성 때부터 같이 참여하는 것이다. 남쪽 감독이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이데올로기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남쪽 감독과 같이 해보면 단숨에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게 불편하면, 남쪽의 세계적인 감독이 자기가 쓴 대본을 가지고 가서 북쪽 배우들하고 북쪽 스태프들하고 작업하는 거다. 물론 촬영과 녹음은 데리고 가야 한다. 촬영과 녹음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나머지는 다 북쪽 인력을 가지고 영화를 한번 해보는 거다. 사람이 계속 만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은 걸릴 것 같지만 그런 구상들을 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북한의 당대회에서 "영화가 시대의 변화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나온 문화예술관련 내용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문학예술부문에서는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고 대중의 마음을 틀어잡는 영화와 노래를 비롯한 문예작품들을 훌륭히 창작하여 민족의 정신문화적재부를 풍부히 하고 오늘의 혁명적대진군을 힘 있게 고무추동하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어려운 주문을 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평가였다.
남북영화교류 문성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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