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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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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가 법정 방청객에게 "주제넘은 짓"이란 표현을 사용한 판사의 행위를 인격권 침해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15일 보도자료에서 "판사가 법정 방청객에게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어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현재 해당 판사가 속한 지방법원장에게 주의 조치, 사건 당시 해당 판사가 속했던 지방법원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라고 밝혔다.

사건은 2017년 6월 배임·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던 전 청암대 총장의 재판에서 벌어졌다(이후 대법원에서 배임만 유죄). 인권위는 "이날 재판장인 A판사는 방청석에 있는 청암대 소속 B교수를 일어나게 하더니 교직원과 학생들이 방청하고 있는 자리에서 10여 분간 수차례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A판사는 "진정인의 잘못된 행동을 명확히 이해시키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던 과정에서 '주제넘은 짓'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라는 의견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A판사의 의견과 인권위 조사를 종합하면, B교수는 2017년 2월 2일, 2017년 5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탄원서와 피고인(강 전 총장)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A판사는 2017년 5월 26일 재판에서 제3자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괜찮으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안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피해자(동료 교수)와 변호인을 향해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B교수에게 이 내용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상황에 대한 판단은 A판사의 의견과 인권위 조사 결과가 다르다. A판사는 2017년 5월 30일 B교수가 세 번째 탄원서와 함께 또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제출했고, 2017년 6월 13일 열린 재판에서 "주제넘은 짓"이란 표현이 포함된 자신의 발언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세 번째 탄원서에는 앞선 사건에 대한 사과와 탄원서 제출 이유가 담겨 있었으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는 담겨 있지 않았다. 문제가 된 발언 직후 A판사는 B교수가 그동안 제출했던 탄원서를 모두 가져가라고 명령했고, B교수는 이를 받아갔다.

인권위는 "'주제넘은 짓을 한다'는 통상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이라며 "A판사가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B교수를 제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B교수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은 자존감 훼손에 이른다고 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B교수의 피해감정에 공감했다"라며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이는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나 A판사가 B교수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법원, #판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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