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 슛 8개를 오만 골문 안쪽으로 날렸지만 결국 페널티킥 하나로 승점 3점을 만들었다. 기록만 놓고 봐도 일본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지만 실질 소득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주심과 추가 부심이 나가토모의 핸드 볼 페널티킥을 잡아냈다면 더 크게 휘청거렸을 일본이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3일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F조 오만과의 두 번째 게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하라구치 겐키의 페널티킥 골을 잘 지켜내 1-0으로 이겼다.
 
 PK 선제골 후 환호하는 일본 선수들

PK 선제골 후 환호하는 일본 선수들 ⓒ AFP/연합뉴스

 
일본의 보물, MF 하라구치 겐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첫 경기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간판 골잡이 오사코 유야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부담감은 결국 일본의 결정력 부재로 드러났다. 미나미노 다쿠미와 후반전 교체 선수 무토 요시노리가 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오만 수비수들의 온몸 수비벽을 넘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그래도 일본의 전반전은 그들이 자랑하는 매끄러운 패스 게임을 비교적 신나게 펼쳤다. 경기 시작 후 2분만에 공격형 미드필더 도안 리츠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여 내준 컷 백 크로스를 하라구치 겐키가 오른발로 돌려넣고자 했는데 공이 그만 떠올라 크로스바 불운을 겪었다. 

24분에는 오만 골키퍼 알 루셰이디와 수비수가 믿기 어려운 슈퍼 세이브를 펼치는 바람에 미나미노의 1차 오른발 슛과 도안 리츠의 2차 왼발 슛이 모두 소득 없이 끝나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로부터 2분 뒤 일본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매끄러운 연계 플레이로 골잡이 미나미노가 상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절호의 기회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고 이 공이 골키퍼 몸에 맞고 나온 상황에서 하라구치 겐키가 2차 슛을 시도하는 순간 오만 수비형 미드필더 아메드 알 마하이리가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모흐드 아미룰 이즈완(말레이시아) 주심은 휘슬을 길게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판정에 대해 오만 선수들은 억울하다는 항의를 거듭했지만 주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서 끝줄 밖 추가 부심과 제2부심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주심의 판정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듯했다. 오만의 마하이리가 공을 걷어내기 위한 킥 동작이 커서 일본의 하라구치 겐키가 뒹굴었지만 심각한 접촉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 절호의 득점 기회를 일본의 기복 없는 에이스 하라구치 겐키가 놓칠 리 없었다. 오른발 인사이드 페널티킥을 빠르게 처리하여 왼쪽 구석으로 약간 띄워 성공시킨 것이다. 결국 이 페널티킥 골이 이날 경기 승점 3점을 찍어낸 셈이다.

이 결승골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자신이 직접 성공시킨 하라구치 겐키는 이번 대회 일본의 실질적인 해결사로 떠올랐다. 지난 첫 경기에서도 공격이 안 풀릴 때 하라구치 겐키의 날카로운 왼쪽 측면 움직임으로 3-2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나가토모의 핸드 볼 반칙은?

묘하게도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반대쪽 골문 앞에서 또 하나의 논란 거리가 생겼다. 45분,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오만의 공격이 날카롭게 이어질 때 살라 알 야햐에이의 오른발 강슛이 일본 골문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는데 바로 앞 일본 풀백 나가토모 유토의 팔에 맞은 것이다. 

핸드 볼 파울의 경우 주심의 주관성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완벽한 객관성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나가토모의 방어 행동은 상대의 슛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의 온몸을 내던진 것이었다. 나가토모의 몸 방향이 골키퍼처럼 정면을 향한 것은 아니지만 몸을 뒤틀며 팔을 약간 벌린 상태에서 왼팔에 공이 맞은 뒤 밖으로 나간 것은 축구 규칙 '반칙과 불법 행위' 중 '핸드볼' 규정에 명시된 '의도적인 행동(deliberate act)'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가토모가 온몸을 내던지며 팔로 공을 막아낸 바로 그 지점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추가 부심과 제1부심이 있었지만 이즈완 주심은 그들과 상의 없이 코너킥 선언만 고집할 뿐이었다. 또한, 나가토모 유토가 경기 후 일본 언론(게키 사커)과의 인터뷰에서 'VAR(비디오 판독 심판)이 있었다면, 핸드볼이 됐을 것'이라는 발언까지 한 것은 동작의 부적절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페널티킥 명암을 겪은 일본은 후반전에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한 오만의 반격을 잘 버티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지켜냈다. 이후 열린 F조 게임에서 우즈베키스탄이 투르크메니스탄을 4-0으로 크게 이겼기에 순위는 일본이 2위로 밀려났다.

이제 일본은 오는 17일(목) 오후 10시 30분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을 남겨놓고 있는데 골 득실 기록에서 우즈베키스탄이 1위로 16강을 치르기에 조금 유리한 상태라 할 수 있다.

2019 AFC 아시안컵 F조 결과
(13일 오후 10시 30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아부다비)

★ 일본 1-0 오만 [득점 : 하라구치 겐키(28분,PK)]

◎ 일본 선수들
FW : 미나미노 다쿠미
AMF : 하라구치 겐키, 도안 리츠(84분↔이토 준야), 기타가와 고야(57분↔무토 요시노리)
DMF : 시바사키 가쿠, 엔도 와타루
DF : 나가토모 유토, 요시다 마야, 도미야스 다케히로, 사카이 히로키
GK : 곤다 슈이치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일본 62.7%, 오만 37.3%
유효 슛 : 일본 8개, 오만 1개
슛 : 일본 11개(박스 안 10개), 오만 6개(박스 안 4개)
패스 : 일본 457개, 오만 265개
롱 패스 : 일본 59개, 오만 56개
패스 성공률 : 일본 81.6%, 오만 69.4%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일본 69.3%, 오만 56.4%
크로스 : 일본 16개, 오만 18개
크로스 성공률 : 일본 25%, 오만 22.2%
가로채기 : 일본 6개, 오만 7개
오프 사이드 : 일본 0개, 오만 1개
코너킥 : 일본 7개, 오만 5개
태클 : 일본 11개, 오만 10개
파울 : 일본 14개, 오만 16개
경고 : 일본 2장(도안 리츠, 미나미노 다쿠미), 오만 3장(아메드 알 마하이리, 라에드 살레, 사드 알 무카이니)

◇ F조 현재 순위표
1위 우즈베키스탄 6점 2승 6득점 1실점 +5 *** 16강 진출!
2위 일본 6점 2승 4득점 2실점 +2 *** 16강 진출!
3위 오만 0점 2패 1득점 3실점 -2

4위 투르크메니스탄 0점 2패 2득점 7실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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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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