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황의조가 지난 7일 필리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대표팀의 승리를 이끄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 황의조 황의조가 지난 7일 필리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대표팀의 승리를 이끄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벤투호가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었다. 한국축구에 언제나 따라붙던 꼬리표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가 없게 됐다. 하지만 벤투호를 바라보는 시각은 싸늘하다. 시원스러운 대승을 원했던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용이냐 결과냐를 놓고 약간의 온도차는 있을 수 있다. 아직 대회 초반인데다 "스포츠는 결과"라는 논리에 따라 이에 대한 비판이 과하다는 시각과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약체를 상대로 졸전을 치른 것은 실망스럽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16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각) UAE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지난 2경기에서 나타난 벤투호 문제점은?

한국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현격한 전력차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난 1일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부터 쭉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전을 포함하면 3경기에서 2득점의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높은 볼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상대 밀집 수비를 분쇄하는 공격 부분 전술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2선 공격수와 좌우 풀백의 컨디션 난조도 부진의 원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측면 지향적인 공격과 세밀한 후방 빌드업을 강조한다. 특히 좌우 풀백을 최대한 높은 지점으로 전진시키면서 2선 좌우 윙포워드를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는 움직임을 주문한다.

빌드업 상황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센터백 2명 사이 공간으로 내려와서 패스를 전개하는데 주로 패스의 방향 설정이 측면으로 쏠린다. 이러한 역할은 주로 기성용이 담당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첫 경기 필리핀전 후반에 부상으로 빠졌다. 기성용의 부재로 인해 파트너 정우영이 흔들렸고, 황인범은 기성용의 패스와 경기 조율 능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2선 공격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필리핀전에서 출격한 황희찬-구자철-이재성, 키르기스스탄전의 이청용-구자철-황희찬 조합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렇다고 손흥민의 부재를 꼬집기엔 상대가 너무 약했다.

최전방 원톱 황의조는 필리핀전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으며,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비록 무득점에 그쳤지만 두 차례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대를 맞추는 등 군계일학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2선 공격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만 잘 발휘된다면 황의조의 득점력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구자철 한국의 2선 공격수들이 지난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에서 부진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 구자철 한국의 2선 공격수들이 지난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에서 부진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 대한축구협회

 

조 1위 진출, 8강 사우디-4강 호주 유력

비록 2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중국전에서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성난 축구팬들의 마음을 누그러트릴 수 있다. 그럼에도 고민은 남아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굳이 많은 체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경고 누적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축구는 한국에 대한 열등감이 상당하다. 20-30년 동안 이어온 '공한증'을 이번 기회에 탈피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조별리그 2연승을 거두며 자신감에 차있다. 한국은 2경기 2골에 머물렀지만 중국은 무려 5골을 폭발시켰다. 특히 한국만 만나면 거친 플레이를 일삼으며 부딪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와 반대로 한국은 언제나 중국보다 앞서있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객관적인 전력상 언제나 한국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승리해도 본전, 비기거나 패하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중국을 잡으려면 100%를 쏟아부어야 한다. 조1위로 16강에 오르면 A, B, F조 3위 중 한 팀과 상대한다. 16강전은 큰 고비가 아니다. 8강부터는 다소 부담스럽다. E조 1위-D조 2위 간의 16강전 승자와 만난다. E조 1위는 2승을 거둔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력하다. D조 2위는 이라크에 무게가 쏠린다.

4강에서는 B조 2위가 유력한 호주, A조 1위의 개최국 아랍에미리트 중 한 팀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패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팔레스타인을 3-0으로 완파하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개최국 아랍에미리트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에이스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손흥민은 중국전부터 출전이 가능하지만 14일 소속팀 토트넘 경기를 치른다. 이후 7시간의 장거리 비행으로 아랍에미리트에 입국하고, 시차와 기후 적응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상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 2위 진출, 8강 이란-4강 일본 유력…결승까지 가시밭길

중국의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한국전에서 부분적인 로테이션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오르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장점은 주전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손흥민을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으면서 토너먼트를 대비하는 것이다. 2진들의 실전 감각을 위해서라도 중국전에 최대한 활용하면 향후 토너먼트에서 조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조 2위의 경우의 수는 중국전 무승부나 패배다.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토너먼트를 준비해야 하는 리스크를 감수하자니 꺼림칙하다.

만약 조 2위로 오르면 오는 20일 16강전을 치른다. 그리고 8강전은 24일, 4강전 28일, 결승전은 다음달 1일이다. 4일 간격으로 경기가 짜여져 있다.

반대로 조1위로 16강에 오르면 22일이다. 조별리그 3차전과 16강전의 간격이 무려 6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8강전은 26일, 4강전은 29일에 열린다. 8강부터 결승전까지 3일 간격으로 매우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A조 2위와 맞붙는다. 인도, 태국 중 한 팀이 유력하다. 16강전은 큰 고비는 아니다. 8강에서 이란, 4강전은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액면가의 전력상 이란과 일본이 가장 강력한 한국의 라이벌로 꼽힌다.

두 팀은 언제나 한국 축구를 가로막았다. 한국은 1996년과 2004년 대회 8강전에서 이란에 패했고, 2011년 아시안컵 4강에서는 일본에 덜미를 잡혔다. 가뜩이나 이란은 이번 아시안컵 2경기에서 7득점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공수 밸런스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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