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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혐의 의혹이 세상에 폭로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폭행 혐의로 고소함과 동시에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추가로 제출하면서 밝혀진 것입니다. 심석희 선수는 지난해 12월 17일, 2014년 여름부터 조재범 전 코치가 강제 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그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지난 8일 SBS는 <단독/힘겹게 침묵 깬 심석희…"코치가 상습 성폭력">(1/8 고정현 기자)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후 8, 9일엔 지상파 3사와 종편․YTN 등에서 심석희 선수가 폭로한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줄줄이 다뤘는데요. 언론사들이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줄곧 문제되었던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보도는 여전히 발견됐습니다. 

또 가해자 대신 피해자만 남은 뉴스

우리 사회와 언론의 피해자 호명은 오래된 문제입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호명하거나 피해자의 평소 처신․인간관계 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면서 가해자는 사건에서 사라지고 피해자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면서 동시에 문제 되었던 것도 피해자 위주의 보도, 그로 인한 2차 가해 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심석희 선수의 폭로에 대해 '심석희 성폭행'이라고 이름 붙이는 언론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 보도전문채널인 YTN에서 이런 보도 행태가 발견됐습니다. YTN은 평일 저녁 6시 저녁종합뉴스인 <뉴스Q>에서 <심석희 성폭행 고소…경찰, 증거 확보 주력>(1/9 차유정 기자)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KBS는 저녁종합뉴스는 아니지만 저녁 7시에 방송하는 <뉴스7>에서 <'심석희 성폭행' 본격 수사…곧 조재범 조사>(1/9 고은희 기자)라며 피해자 이름으로 사건을 호명했습니다.
 
조재범 성폭행 의혹에 ‘심석희 성폭행’ 이름 붙인 KBS <뉴스7>(1/9)
 조재범 성폭행 의혹에 ‘심석희 성폭행’ 이름 붙인 KBS <뉴스7>(1/9)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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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방송용 제목이 문제였지만, 온라인 송고용 제목이 문제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TV조선의 <"때린 뒤 성폭행 했다"…경찰, 집중조사>(1/9 김승돈 기자)나 YTN의 <"조재범이 성폭행"…경찰, 증거 확보 주력>(1/9 차유정 기자), 두 보도의 경우 방송용 제목에서는 '심석희 성폭행'이라고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TV조선이 <경찰, '심석희 폭행 후 성폭력' 집중수사…조재범 휴대폰 분석>, YTN이 <"조재범 전 코치, 심석희 성폭행"…경찰 증거 확보 주력>이라고 달아 내보냈습니다.
 
‘조재범 성폭행’이라고 온라인에 송고한 SBS(위)와 KBS(아래)(1/9)
 ‘조재범 성폭행’이라고 온라인에 송고한 SBS(위)와 KBS(아래)(1/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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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송고용 제목까지 다 신경 쓸 수 없다'거나 '전파를 통해서는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다'고 반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밝혔듯이 요즘 국민의 80%는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이용합니다.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각각의 뉴스를 접하게 되는 이용자들은 '심석희 성폭행'이란 제목을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또한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관리하는 SNS에서 또한 온라인에 송고한 제목이 시민들에게 노출됩니다. 그만큼 온라인 송고용 제목의 파급력이 큰 상황에서, '방송에선 제 역할 다했다'며 둘러대는 것은 옳은 보도 행태가 아닙니다.

방송용 제목과 인터넷 송고용 제목 모두 '선방'한 언론사들도 있습니다. SBS의 경우 방송에선 <용기가 깬 '침묵 카르텔'…합의 취소 '엄벌 탄원'>(1/9 정경윤 기자)이란 제목의 보도를, 오히려 인터넷에선 <'조재범 성폭행 피소'에 폭행 합의 취소…엄벌 탄원>이란 제목으로 내보냈습니다. KBS의 경우에도 방송에선 <16일 조재범 조사…"합의 요구에 폭로">(1/9 천효정 기자)라고 제목을 뽑았던 기사를 인터넷에선 <조재범 '성폭행' 조사…심석희 "집요한 합의 요구에 폭로">라고 가해자를 호명해 제목을 붙였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서는 피해자를 사건 이름에 호명하는 데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부르는 것은 피해자를 주목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2차 피해를 입힐 소지가 있으므로 피해자를 전면에 내세워 사건에 이름을 붙이는 등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보도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미투 운동의 물결 속에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언론사가 있다면 자사의 보도 제작 과정을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


태그:#조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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