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황의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벤투호가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황의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 대한축구협회


비록 첫 경기였지만 약체 필리핀을 상대로 보여준 벤투호의 경기력은 무기력했다. 내심 대량 득점을 기대하는 시각도 적잖았던 탓에 간신히 1-0으로 승리한 결과 또한 축구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키르기스스탄, 중국과의 조별리그 두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두 팀 모두 필리핀보다 앞선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벤투호, 밀집수비 파훼법 찾아야 우승 보인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국) 열린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보여준 벤투호는 전체적으로 답답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비록 손흥민이 결장한 데다 필리핀이 5백을 형성하며 빽빽하게 밀집수비를 펼쳤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인 마인드로 나온다.

심지어 필리핀은 최근 베트남과의 3연전에서 모두 패했으며, 매 경기 많은 실점을 내줄 만큼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필리핀을 맞아 겨우 1골을 터뜨리는 데 그쳤다. 후반 22분 황의조가 촌철살인의 골 결정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이 경기서 가장 큰 아쉬움은 2선 공격수와 좌우 풀백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좌우 풀백을 최대한 높은 지점으로 전진시키고, 공격 지향적인 전술을 구사한다.

후방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수비진으로 내려와서 빌드업에 관여하고, 측면 공간으로 빠른 패스를 전개하며 하프 라인을 넘어선다. 이후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세밀한 측면 부분 전술을 통해 득점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선발로 출전한 황희찬, 구자철, 이재성 2선 조합과 좌우 풀백 김진수, 이용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창의성이 결여되고, 다소 경직된 전술로 돌파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구자철과 이재성은 개인 전술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니다. 김진수는 벤투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실전 경기를 뛰었으며, 컨디션도 정상궤도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용은 상대 골 라인부근까지 전진하지 못한 채 부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남발하는 데 그쳤다.
 
 이청용이 지난해 11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장했다.

이청용이 지난해 11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장했다. ⓒ 대한축구협회


'히든카드' 이청용-황인범, 조별리그 열쇠를 쥔 이유

하지만 희망도 발견했다. 이청용과 황인범의 등장이다. 두 선수 모두 필리핀과의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벤투 감독의 고민을 한결 덜어줬다. 

필리핀전 후반 22분 황의조의 결승골은 이청용의 발에서 시작됐다. 이청용이 침투하는 황희찬을 발견한 뒤 수비 사이로 스루 패스를 찔러줬고, 이후 황희찬의 컷백과 황의조의 마무리로 이어졌다. 교체 투입된 지 불과 3분 만에 만들어낸 창의적인 패스 한 방의 위력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영의 행진이 깨지자 공격은 한층 유연하고 역동성이 가미됐다. 비록 추가 득점에 실패했지만 후반 중반 이후의 경기력은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청용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부드러운 볼터치와 드리블로 소유권을 잃지 않았다. 센스 있는 판단력과 노련함이 빛났다. 앞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선보인 구자철, 이재성과는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황인범이 벤투호의 황태자로 떠오른 가운데 기성용 대체자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황인범이 벤투호의 황태자로 떠오른 가운데 기성용 대체자 1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기성용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남은 조별리그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황인범의 등장은 한 줄기 빛과 같다. 후반 12분 기성용 대신 교체 투입된 황인범은 의욕적인 플레이로 3선에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33분을 소화했지만 총 37회의 패스를 시도했으며, 91.9%의 높은 패스 정확도를 선보였다. 또, 한 차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역시 돋보였다.

황인범은 이미 벤투호의 황태자로 각광받은 바 있다. 벤투호 출범 초기 꾸준하게 후반 교체 자원으로 출전한 황인범은 10월 파나마전에서 선발 출장해 1골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11월 A매치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에서는 기성용이 빠진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며 기대감을 모았다.

벤투호는 오는 12일 오전 1시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앞두고 있다.

벤투호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과 기성용의 결장이 아쉽지만 플랜 B는 확실하다. 이청용, 황인범 모두 남은 두 차례 조별리그에서 선발 출전을 점쳐볼 수 있다. 황희찬, 구자철, 이재성 등 2선 공격진들이 컨디션 난조에 빠져있고, 이승우는 최근에서야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이청용은 2선의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기성용이 없는 상황에서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정우영, 황인범, 주세종이 전부다. 자연스럽게 기성용의 빈 자리는 황인범이 메꿀 것으로 보인다.  

벤투호의 2차전 상대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발레리 키친을 중심으로 하는 스리백을 통해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펼쳐보였다. 하지만 세 명의 수비수의 신장은 그리 크지 않다. 또, 수비 조직력은 대체로 허술했다. 특히 골키퍼가 두 차례 어이없는 실수로 골을 헌납하는 등 대체로 안정감에서 문제를 드러낸 것. 창의적인 이청용과 황인범이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뿜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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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황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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