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한 행정관이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만난 것이 부적절했다는 언론보도에 청와대가 "못 만날 일도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6일 KBS는 정아무개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지난 2017년 9월 국방부 근처의 한 카페에서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당시 한창 준비되고 있던 장성급 인사와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
특히 정 행정관은 김용우 총장을 만난 직후 군 장성급 인사자료 등이 담긴 가방을 잃어버렸다. 이 인사자료에는 장성 인사 후보자들의 인적사항과 세간의 평가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는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고, 결국 정 행정관은 인사자료 분실에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났다.
이를 두고 청와대 기강해이 논란과 함께 군 장성급 인사를 앞둔 시기에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 참모총장이 만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는 "이들이 만난 (2017년) 9월은 장성급 인사 절차가 한창 진행되던 예민한 시기, 장성 진급 추천권을 가진 참모총장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사전에 비공식 회의를 가진 것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라고 지적했다.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다 똑같은 대통령 비서"
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전 브리핑에서 "왜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만나느냐는 이의제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다 똑같은 대통령 비서다, 대통령 지침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비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육군 참모총장을 만날 때 되도록이면 인사수석이나 인사비서관이 만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못 만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그다음은 절차문제인데 꼭 격식을 갖춰서 사전에 통보하고, 사무실을 방문하고 그렇게만 (만남이) 이뤄져야 하는가?"라며 "이 행정관이 새로 맡은 일에 의욕이 앞서서 초기부터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싶어서 육군 참모총장에게 '뵐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해서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정 행정관이 잃어버린) 문서는 (청와대) 공식문서가 아니라 정 행정관이 임의로 만든 것이다"라며 "군의 인사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임의자료이고, 육군 참모총장을 만나서 논의·협의하기 위해 가지고 간 대화자료다"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장성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육군 참모총장 등 각군 참모총장에게는 추천권이 있다"라며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서 일하는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인사추천권자인 총장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만나서 하는 얘기는) 어떤 사람을 승진시키고, 탈락시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갖고 있는 군 인사에 대한 방침, 큰 방향에 대해 얼마든지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 참모총장이) 논의하고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예를 들어 장성 진급 인사에서 기수는 어디까지 올릴지, 육군의 경우 (장성진급이) 육사에 편중돼 있는데 그걸 고치기 위해 학군이나 3사는 어떻게 올릴지, 특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야전에서 일한 장교를 우대해야 한다는 지침을 공개적으로 내린 것 등을 대통령 비서가 육군 참모총장을 만나서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날 해명 "개별 인사자료는 논의한 적 없어"
전날(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도 김 대변인은 "2017년 9월 만남은 군 인사를 앞두고 담당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에게 군 인사시스템과 절차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고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담당 행정관은 군 인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군 사정에 밝지 않은 형편이었다"라며 "참모총장은 인사선발 시스템(진급 심사시 갑·을·병반 운영 등)과 자신의 인사철학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개별 인사자료에 대해서는 본 적도 없고, 논의한 적도 없다고 한다"라며 "만남도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20분가량 짧게 이뤄졌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