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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19특수구조대원들이 한강에서 투신자 긴급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2013년 119특수구조대원들이 한강에서 투신자 긴급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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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119 상황실에서 사고 위치만 제대로 전달했어도 우리 애는 살 수도 있었어요."

20대 여성의 한강투신 사망사고에 대한 119의 대응이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숨진 최아무개(21)씨 유가족이 4일 오후 <오마이뉴스>를 만나 119 통화 음성파일과 녹취록 2분10초 전체 분량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씨 유가족은 "일부 언론에서 편집해 나온 대목만 들어서는 사고 당시 절박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파일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 한강 투신 여대생 구조 신고 119 통화 녹취록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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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119 신고 접수 통화 녹취록 전문>
2018년 11월 27일 새벽 1시 28분~1시 31분 09초(2분 10초 분량)
 
119 접수자 : 예, 119입니다.
최씨: 죄송한데요.
 
접수자 : 예
최씨 : 들리세요?
 
접수자 : 여보세요?
최씨 : 들리세요?
 
접수자 : 여보세요? 잘 안 들려요. 뭐라고요?
최씨 : 예, 들리세요?
 
접수자 : 들리냐고요?
최씨 : 네
 
접수자 : 네, 말씀해보세요.
최씨 : 제가, 죄송한데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는데
 
접수자 : 네?
최씨 :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는데
 
접수자 :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고요?
최씨 : 네, 뛰어내렸는데 지금 한강이거든요.
 
접수자 : 여보세요? 아
최씨 : 한강이에요. 지금.
 
접수자 : 누가 한강이에요?
최씨 : 제가요. 뛰어내렸거든요.
 
접수자 : 선생님이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고요?
최씨 : 네, 뛰어내렸는데 한강인데
 
접수자 : 에
최씨 : 콜록, 콜록, 안 죽어서
 
접수자 : 에
최씨 : 전화 드렸거든요.
 
접수자 : 근데 이렇게 지금 말을 잘할 수가 있나요?
최씨 : 헉(숨가쁜 소리), 헉, 지금, 제가 지금 수영을 하고 있어서
 
접수자 : 에?
최씨 : 헉, 헉
 
접수자 : 뛰어내린 거예요, 뛰어내릴 거예요?
최씨 : 뛰어내렸어요.
 
접수자 : 지금 한강이라고요?
최씨 : 네, 네, 헉
 
접수자 : 아, 그래요.
최씨 : 네
 
접수자 : 그런데 한강인데 말을 잘 하시네요. 지금 강에서 수영하시면서 저하고 통화하는 거예요?
최씨 : 죄송한데 장난전화 아니거든요.
 
접수자 : 네? 여보세요?
최씨 : 헉, 예 장난전화 아니에요.
 
접수자 : 예, 장난전화, 그러면 우리가 장난전화라고 생각 안 해요. 아니.
최씨 : 헉

접수자 : 좀 대단해서 말씀을 드린 거에요.
최씨 : 헉
 
접수자 : 한강에서 수영 하시면서 이렇게 전화까지 하는거 보니까 대단해 가지
고. 알았어요. 우리가
최씨 : 네
 
접수자 : 그 마포대교 남단 쪽이에요, 혹시 북단 쪽이에요?
최씨 : (말없음)
 
접수자 : 여보세요?
최씨 : 네
 
접수자 : 여의도 쪽이에요, 아니면 마포구 쪽이에요?
최씨 : 가운데요.
 
접수자 : 가운데 쯤이에요?
최씨 : 헉, 네
 
접수자 : 예, 알았어요. 우리 전화 좀 잘 받아주세요.
최씨 : 네
 
 
"한강에 뛰어내렸다"는데 "수영하면서 통화해서 대단"

유가족에서 제공한 통화 내용을 보면 물에 빠진 최씨는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숨가쁘게 통화를 이어갔다. 물을 삼킨 듯 콜록거리면서도 최씨는 비교적 침착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내가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고 밝혔지만, 119 접수자는 "뛰어내린 거예요? 뛰어내릴 거예요?"라고 답했다. 또 접수자가 "한강인데 말을 잘 하시네요, 지금 강에서 수영하시면서 저하고 통화하는 거예요?"라며 말하자, 최씨는 장난전화가 아니라고 두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접수자는 "한강에서 수영하면서 이렇게 전화까지 하는 거 보니까 대단해서 그런다"라고 답한 내용도 음성 파일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접수자는 결국 통화 마무리쯤 돼서야 최씨가 마포대교 가운데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통화 직후 수난구조대가 탄 배가 마포대교에 도착해 20여 분간 수색했지만 결국 최씨를 발견할 수 없었다. 최씨는 지난 12월 1일 가양대교 북단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일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최씨가 실종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최씨 장례를 치른 후, 지난달 12일에야 문제의 119 통화 내용 사실을 알게됐다. 이어 최씨의 마지막 음성이라도 듣기위해 해당 통화내용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냈다.

뒤늦게 당시 통화 내용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너무 어이가 없어 실제 119 대원이 전화를 받은 게 맞는지 의심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삼촌은 "접수자가 너무 성의 없이 전화를 받고 구조대를 보냈다는 얘기조차 없이 계속 비아냥거리기만 해 처음에는 장난전화로 판단해 구조대조차 출동 안 한 줄 알았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당시 119 접수자는 이미 통화 도중 구조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고, 실제 수난구조대가 1분 30초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이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사고 당일 '긴급구조 상세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씨가 신고전화를 한 시점은 11월 27일 새벽 1시 28분 59초였고, 출동 지령은 그로부터 1분 10초가 지난 1시 30분 11초에 떨어졌다. 최씨의 전화 통화가 종료된 시점은 1시 31분 09초. 최씨가 통화를 마친 뒤 30초가 지난 1시 31분 39초에는 수난구조대가 마포대교 아래에 도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최씨 휴대폰 통화기록상 신고 전화가 끝난 직후인 1시 32분~34분 사이에 현장 출동 차량에서 한 구조대원이 최씨와 한 차례 통화를 시도해 연결이 되긴 했지만 잡음이 심해 이야기를 주고받지는 못한 것으로 돼 있다. 그게 최씨의 마지막 통화기록이었다. 이때 통화가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 최씨가 적어도 최초 신고에서 5분 이상 버텼다는 얘기다.

최씨 유가족은 "119 접수자가 우리 애가 마포대교 가운데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출동 지령 이후"라면서 "장난전화 여부 확인한다고 시간 낭비하지 않고 구조대에 사고 위치만 제대로 알렸다면 우리 애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씨를 구할 수 있는 '골드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이밖에 이날 구조대가 최씨를 살릴 기회는 더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선 수난구조대 관제요원이 마포대교에 있는 CCTV 25대를 통해 최씨의 모습을 미리 발견했다면 사고를 막거나 바로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마포대교 위에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이라 사람이 서성거리는 모습만 미리 발견했어도 구할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장난전화 팩트체크' 해명에 유가족 분통...서울소방본부 "적절 대응여부 조사중"

아울러 유가족은 최씨가 신고한 직후라도 CCTV를 제대로 확인했다면 정확한 사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난구조대에서 신고 접수 이전 5분까지 영상만 확인하는 바람에 최씨 모습을 놓쳤고, 결국 추가 수색이나 시신 인양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구조대에서 CCTV 영상을 다시 확인해 사고 직전 최씨 모습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12월 21일이었다.

유가족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실제 접수자가 장난전화로 판단해 대응한 건 아니다"면서 "투신한 사람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고, 목소리도 다급하지 않고 차분해 팩트체크(사실검증)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단하다'는 표현도 일단 구조 지령을 내고 나서 상황을 파악하는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고 덧붙였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현재 감사부서에서 이번 사건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령 과정에서 사고자가 말한 위치가 구조대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최씨와 추가 통화가 이뤄진 정확한 시간과 통화 내용, 책임자 징계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최씨 유가족은 "침착한 말투는 평소 집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차분하고 예의바르게 얘기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인데, 그럼 당황해서 소리라도 크게 질러야 구해주겠다는 건가"라면서 "접수자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도 장난전화를 확인하는 스킬(노하우)이라는 얘기를 듣고 더 화가 났다"고 반박했다.

최씨 유가족은 현재 이번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징계, 재발방지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최씨 삼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누군가가 물에 빠져 살고 싶다고 119에 신고했을 때, 우리 애는 수영하면서 5분 가까이 버텼지만, 그 절반만 버텨도 살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태그:#119구조대, #수난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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