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한일 관계를 달구고 있는 레이더 갈등 문제에 대해 그 특이성, 경과, 추가로 해명돼야 할 의문점, 향후 한국 외교당국이 취해야 할 방향 등을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가 3회에 걸쳐 다룹니다. [편집자말]
'한일 레이더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① 한일 '레이더 갈등'이 충격적인 세 가지 이유 
② 한일 '레이더 갈등' 확전의 경과: 우리측 해명에 일본은 반박으로 맞불
③ 한일 '레이더 갈등' 해결의 실마리: 일본측 영상 자료 속에 있다, 정치 치도자가 위기를 직접 돌파하라

  
2018년 12월 20일 시작된 한일 '레이더 갈등'은 신년 들어 일본 측 최고위층까지 나서서 한국을 공개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우리 정부도 1월 4일 자체 동영상 자료를 만들어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제 한일 국방당국이나 한일 양국 정부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 문제를 표면에서 봉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난마처럼 얽힌 이 문제를 풀려면 우선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일본측 공개 영상은 중요한 실마리가 돼 줄 수 있다(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일본어 자막본과 영문 자막본 모두 시청 가능하다). 또한 우리 측 공개 영상은 그간의 한국의 주장을 종합 정리한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우리 측이 촬영한 일본 초계기 영상, 우리 측이 녹음한 일본측 무선교신 시도 음성 등 새로운 정보가 추가돼 있다. 

이 영상들은 한일 양측에게 무엇을 답변해야 하는지 숙제 또한 안겨 주고 있다. 이 영상이 제기하는 사실과 의문들은 아래와 같다.
  
일본 방위성은 12월 28일 한국 국방부측 해명을 반박하겠다면서 12월 20일 일본측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과 기내 대화 자료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동영상 캡쳐 화면 일본 방위성은 12월 28일 한국 국방부측 해명을 반박하겠다면서 12월 20일 일본측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과 기내 대화 자료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 일본 방위성

관련사진보기

  
일본 측이 뭔가 레이더 방사를 받은 것까지는 사실인 듯

첫째, 일본 측 공개 영상을 보면, 약 6분쯤 지점에 초계기 승조원들이 사격관제 레이더를 감지하고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 소리를 기억해 두라"는 대화가 나온다. 

이는 레이더에서 발사된 고강도 에너지를 음파로 전환하는 장치가 초계기에 탑재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 장치는 보통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 Radar Warning Receiver)라고 불린다. 레이더가 갖는 에너지를 소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측 공개 영상 자료 속에는 레이더 경보 수신기에서 나는 경보음은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전술 자원 노출을 회피하기 위해 이 소리는 영상에서 무음 처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기내 영상에 비춰 볼 때, 일본측 승조원들이 RWR 등 기내 장비를 통해 뭔가 레이더 전파를 감지했다는 점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영상 속에서 일본 승조원들은 레이더 감지 즉시 제일 먼저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포 방향부터 확인한다. 이것이 실제 상황인지 확인부터 한 것이다. 한 명의 승조원은 포 방향이 자기들을 향하지 않고 있다고 하고 다른 승조원은 포 방향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일본 초계기는 즉시 이격부터 실시한다. 즉 레이더 전파원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리 도망을 치는 것이다. 이때 기장은 "콘티뉴, 호르도(Continue, Hold)"라고 하면서 꾸준히 도망을 친다.

또한 초계기 기장이 기내에서 승조원들에게 "사격관제 레이더가 틀림없지"라고 재확인하는 장면도 나온다. 

다모가미 토시오 전 일본항공막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측 초계기와 함정들은 사격관제 레이더를 쏘기도 하고 맞아보기도 하는 등 수없이 많은 훈련을 실시한다. 따라서 당시 초계기를 조종하던 경험 있는 기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나름대로 경험에 근거해 발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일본측 영상을 종합해 본다면, 최소한 일본 초계기 입장에서는 그 정확한 에너지원이 무엇이었든지간에 자기들 딴에는 사격관제 레이더로 추정되는 뭔가 강력한 전파원에 노출되고 조준을 당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측 영상이 조작됐다는 음모론은 경계해야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해 둘 점은 일본측 영상이 조작됐다든가 사후적으로 목소리가 더빙됐다든가 하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사안을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영상과 음향을 조작하려고 한다면 수십 명 내지 수백 명의 자위대원들이 동시에 거짓말에 가담해야 한다. 다수의 일본 해상자위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단 며칠 사이에 그런 조작에 가담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이 영상과 음향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사건 발생을 예측하고 상당한 수준의 리허설과 연기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모두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MW-08 레이더는 네덜란드의 탈레스(Thales)사가 제작한 레이더로서 주로 수상 수색 용으로 사용된다. 한국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광개토대왕함이 사용한 것은 사격관제용 레이더가 아니라 바로 이 MW-08 레이더였다고 한다.
▲ 광개토대왕함에 사용되는 MW-08 레이더 사진 MW-08 레이더는 네덜란드의 탈레스(Thales)사가 제작한 레이더로서 주로 수상 수색 용으로 사용된다. 한국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광개토대왕함이 사용한 것은 사격관제용 레이더가 아니라 바로 이 MW-08 레이더였다고 한다.
ⓒ Creative Commons

관련사진보기

양국 국방 기술진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대목 

우리 국방부는 현재 수상 수색용 레이더(MW-08)는 운용했지만, 사격관제용 레이더(STIR-180)은 부속돼 있는 광학용 카메라만 사용했을 뿐 레이더 전파 방사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우리 측이 사격관제용 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조준했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양측 국방당국 실무진간에 직접 만나, 우리측 레이더의 제원 및 전파 특성과 일본측이 수집한 레이더 전파 정보를 대조해 봐야 한다.

이는 양측 모두에게 군사기밀의 노출이긴 하다. 그러나 더 이상 정보공개를 회피하다가는 한일 관계에 심대한 타격이 갈 수도 있다. 더욱이 한일 양국은 2016년 말부터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따라 중요 첩보도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두고 더 이상 군사기밀에 집착할 수 없다. 양국 지도부의 결단을 통해서라도 양측 기술 실무진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STIR-180 역시 네덜란드의 탈레스(Thales)사가 제작한 레이더이다. 사격관제용 및 광학적 목표 추적 및 목표 파괴 확인 등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레이더 바로 옆에 컬러 줌 카메라, 흑백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 등 여러 광학 카메라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 국방부는 사건 당시 이 광학용 카메라들은 사용했으나 레이더 전파는 방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광개토대왕함에 사용되는 사격관제용 레이더 STIR-180 STIR-180 역시 네덜란드의 탈레스(Thales)사가 제작한 레이더이다. 사격관제용 및 광학적 목표 추적 및 목표 파괴 확인 등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레이더 바로 옆에 컬러 줌 카메라, 흑백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 등 여러 광학 카메라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 국방부는 사건 당시 이 광학용 카메라들은 사용했으나 레이더 전파는 방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Creative Commons

관련사진보기

  
레이더 방사는 비교적 원거리에서 단속적으로 반복됐다

둘째, 일본 측 공개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사격관제용 레이더를 감지하는 것은 초계기가 우리 함정에 근접했을 때가 아니다.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는 사진 촬영을 위해 우리 측 함정에 이미 두 차례나 근접 비행을 했다. 그리고 나서 해경정과 우리 구축함을 모두 포함한 전경을 촬영하기 위해 이격 상승하는 과정에서 우리 구축함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곳에서 사격관제 레이더를 감지한다. 

레이더 감지 후에 초계기가 한국 측 구축함으로부터 멀리 도망을 가자 어느 시점(약 7분 54초경)에서 사격관제 레이더 감지가 멈춘다. 영상을 보면 한 승조원이 "이제 (거리가) 멀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다가 약 1분 정도 지나고 나서 다시 광개토대왕함에서 약 8km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사격관제 레이더 감지가 시작된다. 역시 이번에도 이격을 한다. 레이더 전파원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것이다.

일본 측 영상을 보면, 한 승조원이 "현재 이격중"(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거리를 넓히고 있다)이라는 내용도 보고해 두라는 언급이 나온다. 그리고 나서 일본 초계기는 바로 우리측 광개토대왕함에 무선 교신을 시도한다. 

이 부분과 관련해 한국 측 동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현장으로부터 이격했다가 다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 초계기가 찍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으로 보건대, 일본 초계기가 현장에 재접근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광학 렌즈로 줌인해서 광개토대왕함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일본 초계기가 현장에서 일단 떨어졌다가 다시 현장으로 물리적으로 재접근해 들어왔다는 다른 증거가 있다면 이 부분 역시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한국 측은 수상 수색용 레이더를 운용 중이었다. 만약 일본 측이 탐지한 레이더가 그 수상 수색 레이더였다고 한다면 일본 초계기가 앞서 2회 근접비행을 했을 때, 그때 레이더 감지가 울렸어야 했다. 그리고 레이더 감지는 계속돼야 했다. 감지가 되다가 말다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측 영상을 보면 초계기가 우리 함정에 가까이 있을 때는 레이더 탐지가 안 되다가 근접비행을 모두 마치고 이격 상승 중일 때 레이더가 탐지된다. 그리고 다시 레이더 감지가 멈췄다가 잠시 후 다시 감지되기 시작한다.

일본 측이 수상 수색용 레이더 전파를 맞은 것이 아니라 사격관제용 레이더에 조준 당했다고 의심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상 수색 레이더 전파였다면 근접비행 때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레이더 감지가 지속됐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측 조난선은 이미 발견된 상태

셋째, 일본 측 영상 첫 장면을 보면 한국 측 해경함 좌측으로 북한 조난 선박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보인다. 한국 해경구조정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조난 선박에 접근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북한 조난선이 맞다면, 당초 한국 국방부의 설명과 배치된다.

한국 국방부는 조난 선박 수색 목적으로 레이더를 사용했다고 했다. 나중에 조용히 설명을 바꾸긴 했지만 맨 처음에는 수색 목적으로 사격 관제용 레이더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 측 공개 영상에 보면 북한 조난 선박은 이미 발견돼 있다. 광개토대왕함에는 여러 종류의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이미 발견된 선박을 찾기 위해 수색용 레이더 혹은 사격관제 레이더까지 사용했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 수직 상공을 저공 비행한 것은 아니다 
 
일본 방위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2018년 12월 28일 오후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2018년 12월 28일 오후 공개했다.
ⓒ 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넷째, 국방부는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 상공을 저공 비행했다고 했다. 이 설명을 들으면 마치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 바로 위, 즉 수직 상공을 저공 관통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일부 한국 언론 보도에는 함교 위 혹은 갑판 위를 통과했다는 보도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위험한 비행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 영상을 보면 수백 미터 상공 저공 비행은 맞지만, 우리 함정 수직 상공은 아니다. 우리 측이 공개한 동영상을 봐도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의 수직 상공을 통과하진 않는다. 

서로 오해를 증폭시키는 표현은 피하고 표현을 명확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국 국방부가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 "상공"을 저공 비행했다고 한다면 여기서 "상공"은 정확히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가? 대각선 상공도 "상공"인가? 

일본은 자기들 초계기가 150미터 이하로 저공비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에 규정된 것보다 높게 비행하고 있었고, 따라서 저공비행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은 민간항공기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군용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군용기의 경우에 위협적인 저공비행의 기준은 고도 몇 미터부터인가? 실제로 군용기 조종 경험이 있는 이의 증언에 따르면 초계기는 그 기체 특성 및 전술 목적상 저고도 비행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초계기는 일본 해상자위대만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해군도 운용하고 있다. 우리 해군 초계기는 고도 몇 미터에서 운용을 하나? 아마도 일본 측은 이런 문제제기를 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정찰 목적 항공기의 운용은 군사자원의 운용에 관한 부분이고, 모두 주권사항이다. 일본은 물론 우리도 그 방법에 대해 그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갈등이 확대된 마당에, 차제에 한일 양국 해군 당국자들이 초계기 조종사들까지 포함한 회합을 직접 갖고 적절한 비행고도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시 기상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다섯째, 일본 측 영상에 보이는 날씨가 당초 국방부 설명과 맞지 않는다. 

국방부는 당초 설명하기를, 당시 현장이 악천후에다 파고가 높아서 조난 선박 수색을 위해 광개토대왕함이 보유한 레이더를 총동원해야 했다고 했다. 또 일본 측 교신 시도에 대해 응답을 안한 이유에 대해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 측 설명을 들으면 마치 현장이 대단히 악천후였던 것처럼 연상될 수 있다. 그런데 공개된 일본 측 영상자료를 보면 당시 현장 기상은 별로 나쁘지 않다. 구름도 많이 껴 있지 않고 시계도 좋다. 바람은 초속 약 7미터 정도이고, 파도도 약 1미터에 불과하다.

이것이 레이더 총동원을 불가피하게 하고, 무선 교신 상태조차 나빠지게 했던 '악천후'일까?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리 해군의 장비로는 이 정도 기상 상태에서 간단한 근거리 교신마저 어려워지는 것인가? 

왜 무선 교신 시도에 응신하지 않았는지 석연치 않다 
 
광개토대왕함.
 광개토대왕함.
ⓒ 위키백과

관련사진보기

 
여섯째,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이기도 한데, 우리 해군은 왜 일본 측의 무선 교신 시도에 대해 응신을 안한 것일까? 

일본 측 영상을 보면 당시 현장에서 일본이 세 개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각 2회씩, 총 6회의 교신 시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세 개의 주파수 대역은, 순서대로 VHF 121.5 MHz, VHF 156.8 MHz, 그리고 UHF 243 MHz이다. 

이 주파수 대역은 일본측이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 2014년 서명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관한 강령'(CUES) 3장 12절에 보면 각국 해군간 우발적 충돌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해군 함정과 해군 항공기간에 1차적으로 서로 사용해야 하는 주파수 대역을 아예 정해 놨다. 일본 측이 사용한 3개의 주파수 대역이 바로 여기에 정해진 3개의 주파수 대역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 주파수 대역들은 세계 각국의 해군들, 최소한 CUES에 서명한 나라의 해군들끼리,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 주파수 대역으로 교신하자고 사전에 합의를 해 둔 주파수 대역이다.

따라서 함정과 해군기의 통신 담당 사관은 반드시 항상 이 주파수 대역을 열어 두고 주시하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3개의 주파수 대역을 모두 사용하여 교신 시도를 했는데도 아무 응신이 없을 경우, 자칫하면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일본 측의 교신 시도를 청취하긴 했지만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다가, "Korea Coast"(해경)으로 들렸기 때문에 자기들을 호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경을 호출하는 줄로 알고 응신을 안 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국방부의 기존 설명은 물론 일본측 공개 영상 자료와 국방부가 스스로 공개한 동영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첫째,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의 비정상적인 저공 위협 비행에 위협감을 느껴서 광학렌즈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 측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는 해경함보다는 광개토대왕함 쪽에서 근접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체공 시간을 해경함보다는 광개토대왕함 쪽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 측 영상 자료상의 승조원간 대화에서 나오듯이 일본이 광개토대왕함의 함번 촬영을 못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해야 하니 그쪽으로 더 비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정황 하에서는 상식적으로 일본 측 교신 시도에 대해 답신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물론 현장 상황 판단은 당시 광개토대왕함의 함장 몫이다. 

그러나 내가 만약 함장이라면 타국의 초계기가 우리 함정 근처에서 위협적으로 저공 비행을 하고, 그에 대응해 우리가 촬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옆 쪽의 해경함이 아니라 내가 지휘하는 함정 근처에서 계속 체공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나서 일본 측 해상자위대 초계기로부터 교신 시도가 들어온 상황에서 우리 측에 대한 교신 시도가 아니라 해경 쪽에 대한 교신 시도라고 생각을 했다? 

둘째, 백 보 양보해 일본 측이 어느 쪽에 대해 교신 시도를 하는지 불명확했다면, 왜 우리측에서 교신을 시도해 일본 측이 어느 쪽으로 교신 시도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았는가? 

아니 그 이전에 일본 측이 저공 위협 비행을 하고 있다면 응당 무선 교신을 시도하여 일본 측의 의도를 추궁하고 '도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위협 비행을 즉시 중단하라'고 즉각 요구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관한 강령'(CUES) 3장 12절에 해군기와 해군 함정간 무선 교신 방식을 사전에 상세히 설정해 둔 것은 바로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우리 해군이 CUES를 모르지 않았을 텐데, 위협을 느꼈다면 왜 우리가 나서서 무선 교신 시도를 먼저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일본 승조원의 영어 발음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측 승조원의 영어 발음이 좋지 않아서 우리 측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코미디를 넘어서 등골이 오싹해질 이야기이다. 

군대의 통신 장교는 통신 기술만 알아서는 안된다. 각종 식별 부호나 통신 기호에도 능통해야 하고,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외국 군대와 교신하기 위해 기초적인 외국어 소양은 필수다. 영어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 측 영상 자료와 우리 측 동영상에 나오는 일본 승조원의 영어는 그리 길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우리측 동영상 자료를 들어보면 무선 통신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집중해서 들어보면 "Korea … Naval Ship Hull Number Niner … One. This is Japan Navy"이라고 하는 내용이 들린다. 그 정도 발음이라면 동양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억양과 별 차이도 없다. 

일반인들에게도 들릴 정도의 이 정도 문장을 고도의 훈련을 받은 구축함의 통신 장교가 놓쳤다는 것은 사뭇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겨우 그 정도 영어를 발음이 안 좋아서 못 알아 들었다는 것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일본 초계기 승조원이 사용한 문장은 그가 임의로 지어낸 형식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2014년 서명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관한 강령'(CUES) 3장 5절 2항에 보면 해군간 음성 통신을 할 때의 영어 문장 형식을 설정해뒀다. 일본 승조원은 정해진 문장 형식대로 말하고 있다. 우리 역시 그런 문장 형식대로 말하게 돼 있다. 훈련을 통해서 해군간에 이런 식으로 교신하는 것은 통신 장교들한테는 익숙한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일본 측 교신내용의 핵심은 사실 함번(Hull Number)이다. 당시 같은 해역에서 구조작업중이던 해경함 삼봉호의 함번은 5001번이다. 광개토대왕함의 함번은 971이다. 그러면 함번이 "나이너"로 시작되면 일단 한 번 우리측을 호출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해볼 법하지 않은가?

일각에서는 한국 측이 일본 측의 "Korea South Naval Ship"이라든가 "Japan Navy"라는 콜 사인을 듣고 매우 생소해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간 한일간의 국방협력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허울뿐이었던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한일 양국 해군간에 그동안 서로 콜 사인도 교환한 적이 없었단 말인가? 

백 보 양보해 정말 일본 측 발음이 안 좋아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면 바로 우리 측에서 무선을 쳐서 '방금 무슨 소리를 한 거냐'라고 물어보면 될 일이다. 

영어 발음과 무선 교신 상태가 그토록 커다란 문제라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사이에는 언어 장벽과 기술 장벽으로 인해 불과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교신조차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된다. 미사일과 전투기를 다루는 해공군의 세계에서 몇 킬로미터는 사실 매우 짧은 거리이다. 그 정도 거리에서 우리 통신 장교와 일본 승조원간에 간단한 의사 소통도 안 되는 상황이라면 유사시에는 서로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 것인가? 

정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가서 일본과 국지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영어 발음이 안 좋아서 혹은 무선이 잘 안 들려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으니 그냥 사격이라도 해버릴 것인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일본 측이 과도하게 정보 탐지 활동을 한 것은 아닌가 
 
2015년 4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게양된 일장기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 일장기 위의 까마귀 길조일까? 흉조일까? 2015년 4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게양된 일장기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마지막으로 일본 측 영상 자료를 보면, 일본 측으로서도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본 초계기는 당초 조난 선박 구조 해역에 접근해서 우리측 해경함을 선미에서부터 접근해 간다. 그리고 우리 측 해경함의 우현을 통과하면서 제원과 함번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대로 직진하여 광개토대왕함의 선미에서 조금 떨어진 쪽을 수직 방향으로 통과한다. 그리고 통과하기도 전에 일본 측은 이미 멀리서 보기만 하고도 우리 측 함정이 광개토대왕함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우리 측 동영상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기내 승조원간 대화를 들어보면 자기들이 갖고 있는 함정 정보와 자기들이 방금 촬영한 함정 정보를 대조한다. 자기들이 원래 알고 있던 함정이 맞는지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측 동영상을 보면 초계기 승조원 중 한 명은 상공 비행으로 우리 측 해경함과 광개토대왕함을 지나가면서 육안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특이사항 없다고 복창까지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본 초계기의 임무는 사실상 끝난 것이다. 상황을 파악했고, 어떤 함정들이 출동해서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두 파악을 했다. 그러면 그대로 고이 지나갔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일본 초계기는 선회해서 다시 광개토대왕함 쪽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선미에서부터 쫓아가서 우현으로 지나가면서 함번을 촬영한다. 그마저도 함번이 971인데 처음에 잘못 봐서 571로 파악했다가 다시 정정한다. 광개토대왕함의 함번이 971인 것은 구글에 입력만 해 봐도 금방 나온다. 굳이 그렇게 근접 촬영까지 해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초계기 기장은 이렇게 함번을 다 파악한 후 이번에는 상승해 해경함과 광개토대왕함을 모두 포함하는 전경 사진을 찍자고 한다. 여기서 사격관제 레이더 전파를 맞는 국면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초계기의 운용과 수집 정보의 범위는 군사기밀이며, 각 주권국가가 알아서 정할 사항이기는 하다. 그러나, 주권의 행사 역시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설 필요는 없다.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관한 강령'(CUES)를 보면, 2장 8절1항 a목에서 상대방에 대한 사격 관제 레이더 조준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같은 항 e목에서는 해군기에 대해 함정 주변에서의 곡예 비행이나 공격 태세 시연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금번 사건의 경우에, 우방국이 조난 선박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미 1차 근접 비행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함정 정보를 파악했으면 그것으로 일본 초계기의 해당 수역에서의 임무를 마쳤어야 했다. 

근접 비행을 해서 함번까지 재차 촬영을 하고 다시 상승해서 두 함정이 모두 포함된 전경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 것이 곡예 비행이나 혹은 우리 측 동영상에서 지적하고 있듯 "구조작업 방해"에 해당하는지는 전문가들간 논의를 해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구조 작업중인 우방국 군함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선뜻 납득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그 해역은 일본의 영해도 아니고 엄연히 공해였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군함에게는 어디까지나 공해에 불과하다. 

일본 측은 그러한 초계 활동이 해상자위대의 관행이다, 혹은 세계적으로 초계기들이 흔히들 하는 관행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본 측이 조난 선박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 측 초계기가 근접 비행을 수 차례 하면서 사진을 찍어대도 무방하다는 말인가? 

애초에 이 사건의 발단 자체가 일본 초계기의 과도한 정보 침투 활동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일간 레이더 갈등 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우선 양국 실무진이 마주앉아 차분하게 사실관계부터 복기해 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미 상당히 관계가 악화된 마당에 그것만으로는 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

정치지도자들의 적극적 대화 노력이 필요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 유튜브 계정에 올라 온 동영상에는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가 접근했을 때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우리 함정이 사격통제 레이더(STIR)를 조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했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담겼다.
▲ 브리핑하는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 유튜브 계정에 올라 온 동영상에는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가 접근했을 때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우리 함정이 사격통제 레이더(STIR)를 조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했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담겼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현재 한일관계는 최악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럴수록 정치 지도자들의 상황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지난 보름간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초기부터 일본은 장관급 인사들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지도자들 중 누구도 국민에게 설명하지도 일본의 주장에 반박하지도 않았다. 국방부장관도, 외교부장관도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나 '레이더 갈등'은 소장급 장군이나 국장급 관료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측 레이더의 제원과 일본 측 수집 전파 정보의 특성 등은 군사기밀이다. 실무 관료급에서 어떻게 이런 군사기밀의 공개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고위급 직접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일 갈등이 이 지경이라면 응당 내각이나 청와대 책임자가 직접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일본 측과의 솔직한 대화를 시도해야 했다. 

다른 문제들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들이 나서서 설명도 하던데 왜 유독 한일간 갈등 문제에는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나. 한일 관계는 아무리 경색돼도 손해볼 것이 없나.

현재 한일관계는 위험한 수준... 그리고 무관심한 미국

게다가 지금은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문제로 바쁘다. 아시아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인선 작업 조차 돼 있지 않다. 아시아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게 돈이나 더 내라는 태도이다. 

지금 한일관계는 위험한 수준이다. 도쿄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이던 중도 우파나 중도 진보 계열 언론인들마저 한일간 우호관계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측에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일본과 갈등이 심화되고, 이제 북한의 안보위협도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이니 한일관계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가 최악이기 때문에 방위협력 분야에서도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는 인식은 사실 본말이 전도된 문제인식이다. 사실은 아무리 한일 관계가 안 좋아도 방위협력 분야에서만큼은 기본적인 협력과 교류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국과 일본은 협력할 부분이 많다
 
2017년 5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태평양지역 육군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미일 3국 육군 지도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좌측부터 한국 육군 참모총장 장준규 대장,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 로버트 브라운 대장, 오카베 토시야 일본 육상자위대 막료장.
▲ 하와이에서 만난 한미일 3국 육군 지도부 2017년 5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태평양지역 육군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미일 3국 육군 지도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좌측부터 한국 육군 참모총장 장준규 대장,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 로버트 브라운 대장, 오카베 토시야 일본 육상자위대 막료장.
ⓒ 미국 국방성

관련사진보기

 
한국전쟁 휴전 이후 지난 65년간 진화해온 우리의 방위체계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미국·일본간 긴밀한 협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북한은 휴전선의 벙커 몇 개를 없앴을 뿐, 대규모 병력 감축에 나서지도, 미사일, 핵전력을 감축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의 핵물질 생산은 계속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 아니다. 현대 일본이라는 나라는 선거와 다당제가 있고, 언론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이 비교적 잘 보호되는 나라이다. 일본에는 정치범 수용소도 없고, 국가지도자를 비판했다고 적법절차 없이 구금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현대 한국과 현대 일본은 기본적인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정치적 가치를 달리하는 나라들은 묵과한 채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 갈등을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외교정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정책은 궁극적으로 우리 정치체제가 추구하는 가치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일간 수출입 금액이 줄잡아 90조 원이다. 매년 연인원 7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다 온다. 문화와 경제의 측면에서 한일 양국은 이미 대단히 친밀하게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문 대통령, 아베 총리를 만나 직격탄을 날려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은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장 메세홀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장 입구에서 서로 악수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은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장 메세홀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장 입구에서 서로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왜 한일간 대화에 나서는 인사가 없는지 이해는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협상에 나섰던 이들은 치욕적 퇴진을 경험했다. 협상의 본질은 주고받기인데, 일본에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찌 되는지 알면서 누가 일본과 대화하려 하겠나? 

일본과 협상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이 그리도 무섭다면 임기가 보장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라도 직접 나서야 한다. 

일본에 할 말이 있다면 아베 총리를 만나서 면전에 대고 직격탄이라도 날려라. 국가간의 관계나 인간관계나 마찬가지다. 일단 만나서 솔직하게 할 말부터 털어놔야 뭔가 돌파의 실마리라도 보인다. 곤두박질 치고 있는 한일관계를 목전에 두고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지난 기사 보기]
한일 '레이더 갈등'이 충격적인 세 가지 이유 (http://omn.kr/1ghsn)
한국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초계기... 갈등의 막전막후 (http://omn.kr/1ghsz)

덧붙이는 글 |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계 최대 국방 연구소인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간사이외국어대에서 국제관계와 외교정책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태그:#레이더 갈등, #한일관계, #주적, #일본, #영상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