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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이 토론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참석했다.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이 토론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참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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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희생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결국 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내년 4.3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제주4.3 70주년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전망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999년 제주4.3특별법('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19년 만인 지난해 12월 희생자 국가 보상금 지급, 군사재판 무효,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4.3명예훼손 처벌 등을 포함한 전면 개정안('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한 뒤 추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아래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인 정연순 변호사를 비롯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수단체인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을 맡고 있는 부상일 변호사 등 진보-보수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 모두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군사재판 무효, 명예훼손 처벌 등 주요 쟁점에선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쟁점1] 군사재판 무효와 재심 절차 간소화 '투트랙' 제안

제주4.3 당시 군사재판 희생자는 25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 군사재판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소기각'을 구형했다. 4.3 수형인 명단 외에는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사자들은 다음달 17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사실상 무죄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나머지 수형인들이나 유족들이 일일이 재심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특별법 개정안에는 4.3 당시 군사재판을 아예 무효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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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의원은 "공소기각은 공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검찰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국가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진상 규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부상일 변호사는 군사재판 무효화 법안이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부 변호사는 "4.3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의미 있겠지만 법원 판결을 입법적 조치로 무효로 한 전례가 없는데 선례를 남길 수 있어 법률가로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연순 대표는 "군사재판 수형자나 사형 당한 사람이 2500명이 넘는데 모두 공소기각에 따라 재심을 청구하면 사법부도 큰 부담이 되고, 연로한 분들이 살아 있는 동안 국가의 실질적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재판을 다하라는 건은 그분들과 유족에 요구할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권분립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반역죄나 국가보안법은 재판기록이 다 보관돼 언제든 재심이 가능하지만 이분들은 영장도 없고 판결문도 없는데 수형기록만 가지고 범죄자로 남기는 게 삼권분립 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도 "실체가 없는 법원 판결을 존중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당시 형식적이고 실체 없는 군사재판은 무효로 하고, 그렇지 않은 재판은 재심 사유를 확대하고 재심 기간을 줄여주고 재심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등 재심 절차를 줄이는 '투트랙'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쟁점2] 희생자 보상금 1조 8천억 원? "예산 문제는 장벽 아냐"

희생자 국가보상금도 특별법 개정안 쟁점 가운데 하나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난 9월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해 "보상금 지급 대상이 1만4천여 명에 이르고, 비용도 1조 8천억 원으로 추산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필요하면 비용을 들여야지, 예산 문제가 특별법에 장벽이 돼선 안 된다"면서 "소요 예상 예산이 한 해에 다 지출되는 것도 아니어서 생각보다 큰 부담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미래시민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부상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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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일 변호사도 "예산 문제는 한 번에 지급할지 나눠서 지급할지에 따라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예산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거짓말이지만 어떻게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순 대표는 "99년 법안에서는 빠졌지만 보상은 희생자에게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구현하자는 취지"라면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바로 돈이 지급되는 건 아니고 시기와 방법은 법안 통과 이후 논의할 문제"라고 밝혔다.

[쟁점3] 집단적 명예훼손 처벌 조항 "4.3 같은 사태 재발방지 차원"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가운데는 4.3 진상조사 결과를 부정하거나 희생자, 유가족, 관련 단체를 비방,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안도 포함돼 있다.

이에 부상일 변호사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더 건전하기 때문"이라면서 "집단적 명예훼손을 처벌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민사소송이나 형법 같은 법률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추가로 특별조항을 둘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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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연순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채택한 4.3 진상보고서에 나온 사실을 왜곡하거나 희생자에게 인간적으로 해선 안 되는 말로 폄훼하는 걸 상징적으로라도 특별법에 규정해서 교육적, 예방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면서 "개개의 범죄가 아닌 큰 역사적 사건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표현의 자유 지적도 타당하지만 아동 포르노나 독일의 나치 옹호처럼 사상의 자유 시장에 넣지 못하는 표현 행위도 있다"면서 "4.3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해선 일반적 표현 행위와는 달리 특별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의원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걱정되면 이 조항은 살리되 '명예훼손할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문구를 구체적으로 다듬을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이 약속했는데..." 정부여당 엇박자에 쓴소리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별법 개정이 해를 넘긴 데 대해 정부여당 책임론도 나왔다. 박진우 범국민위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으면 정부와 당에서 노력해야 하는데 당·정·청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 정부가 행안위에 와서 돈 없다고 거부하는데 당에서 뭐하나"라면서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고 민주당이 야당 지도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연순 대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개정에 동의하는데 명예훼손 처벌이나 배·보상 문제, 군사재판 무효화 문제 등이 거리끼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군사재판은 재심 판결이 나오면 탄력을 받을 것이고 배·보상 문제도 법안에서 천명만 해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서 통과 못 시킬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1년간 많은 성과에도 특별법이 통과 안 돼 아쉬운 한해였지만 쉽사리 낙담하기보다 꾸준히 해보자는 게 지난 4.3 70년을 관통했던 수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었다"면서 "다만 생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분들을 진정으로 위로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며 내년 4.3 이전에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를 당부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4.3동백꽃 배지를 계속 달고 다니면서 마음은 있는데 보여드린 게 부족했다"면서 "내년 4.3 이전에는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석.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석.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 서울K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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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4.3_70년, #제주4.3특별법, #박주민, #정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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