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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27일 열린 선거제도개혁 시민대토론회에서 발표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정당이 퍼뜨리고 있는 가짜뉴스와 오해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본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1. 선거제도는 국회의원 밥그릇이다? 아니 '국민밥그릇'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월 6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월 6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 홍영표페북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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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원내대표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웹자보에서 '선거제도는 국회의원 밥그릇'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틀린 얘기다. 선거제도는 '국민밥그릇'이다. 굳이 표현한다면, 현행 선거제도는 '기득권 밥그릇'일 수 있겠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밥그릇'이다.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돼야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고, 그래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스위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1918년 스위스 전역에는 한 포스터가 나붙었다. 왼쪽에는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면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그림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5명 정도의 사람이 동등하게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그림이 있었다.

이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였다. 왼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당시 스위스가 채택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오른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이 국민밥그릇'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는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정치가 되는데,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가 가능해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918년 스위스 국민투표 포스터.
 1918년 스위스 국민투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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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덕분이었는지 그해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 66.8%가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데 찬성했다. 세 번째 국민투표만에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통과된 것이었다. 이는 오늘날 삶의 질이 높은 국가, 스위스를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됐다.

스위스의 포스터가 잘 표현한 것처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다수의 국민들, 특히 약자와 소수자들은 정치의 공간에서 배제되기 쉽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특권과 부패를 낳는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좀더 공정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2.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을 위한 것?  정당다운 정당에게 유리한 것

현재 거대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를 퍼뜨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거대정당이 짜놓은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선거제도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당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정당의 당리당략 차원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선거제도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선거제도는 정당답지 못한 정당,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정당에게 유리한 것이다. 정체성도 불분명하고 지역주의에나 의존하는 정당에게는 현행 선거제도가 유리하다. 정책도 없고 의정활동에도 소홀하고 정쟁만 일으켜도,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지역구 관리만 열심히 하면 이길 수도 있는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농성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야3당이 12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농성을 벌이고 있다.
▲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농성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야3당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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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다운 정당에게 유리한 제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당간의 정책 경쟁, 혁신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에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리하다.

군소정당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지금 존재하는 소수정당 중에서도 정책경쟁, 혁신경쟁에서 떨어지면 사라지는 정당도 있을 수 있다. 반면에 거대정당도 노력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지금보다 더 의석이 늘어날 수도 있다.

어차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에 대한 투표로 의석이 배분되는 시스템이므로, 정당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의석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시스템은 거대정당이 일종의 프리미엄을 누리는 구조이므로 거대정당의 내부 혁신세력에게도 불공정한 구조이다. 거대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거대정당 내부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정치인은 그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어렵고, 지역구관리만 열심히 하는 정치인은 재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이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할 의지가 없고, 제대로 된 경쟁을 해 볼 의지가 없으며, 기득권에만 안주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무한경쟁으로 몰아놓고, 자신들은 1,2위 정당이 나눠먹는 구조에 안주하겠다는 것이다.

3. 국회개혁이 선거제도 개혁보다 우선?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개혁의 확실한 방법

일부에서는 국회가 개혁돼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다른 것만 개혁한다고 해서 밥값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기 어렵다. 밥값하는 국회를 만들려먼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수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정책활동, 의정활동에 소흘한 이유는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지역구 관리하는 게 더 확실한 표가 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당의 지도부나 당원들도 지역구 관리하는 국회의원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야 다음번 선거에서 자기 정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국회의원이 해야 할 국가적 사안에 대한 정책개발이나 의정활동은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밥값하지 못하는 국회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없애고, 국회의원들을 철저하게 감시하면 나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재선'이다. 재선을 위해서는 정책활동, 의정활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밥값하는 국회가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들이 정책활동, 의정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독일, 뉴질랜드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꼭 1등을 하지 않더라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서 비례대표 후보가 돼 다시 국회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정당지도부와 당원들도 국회의원을 평가할 때에 '지역구 관리'보다는 정책활동, 의정활동을 중심에 놓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맡은 정책분야의 활동을 잘해야 그 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당 입장에서 보면 부패하거나 무능한 국회의원들은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정당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값하는 국회,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국회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그 외의 국회개혁 방안들도 필요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또한 국회개혁의 중요한 부분이 여성, 청년, 소수자 등의 국회진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비례대표제가 좋은 방안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비례대표제 국가에서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30%이상 된다. 비례대표제는 여성할당제를 결합하기에도 좋다. 또한 비례대표제 국가인 덴마크, 스웨덴 등은 20대, 30대 국회의원 비율이 30%가 넘는다. 20대, 30대 국회의원 비율이 1%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결국 남성-기득권-50대 이상으로 주로 채워진 대한민국의 국회가 바뀌려면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4. 연동형 비례제는 간접선거 또는 지역대표성이 없는 선거? 아니다, 직접선거다
 
입장하는 김병준-나경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입장하는 김병준-나경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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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비례대표제는 간접선거다' 또는 '지역대표성이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처구니 없는 얘기이다.

비례대표제는 직접선거다. 그리고 현재 논의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도 하는 방식이다. 유권자들이 1인 2표제로, 정당도 직접 선택하고, 지역구 후보자도 직접 선택한다. 그러니 간접선거니 지역대표성이 없는 선거니 하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비례대표제를 하면서 유권자들이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서 후보자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 명부제'도 고려할 수 있다.

5. 연동형 비례제는 극단적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 정치를 혼란스럽게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다

정치불안정성에 대한 국제 비교자료를 보면, 비례대표제 국가들이 정치가 더 안정된 것으로 나온다. 미국, 대한민국같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택한 국가들이 오히려 정치불안정성이 심하다.

2017년 세계은행(World Bank)가 국가별로 정치안정성지수(Political Stability Index)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40위 안의 국가들이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로 분류할 수 있는 나라들은 일본, 캐나다를 제외하면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노르웨이, 포르투갈, 핀란드, 우루과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비례대표제 국가들이 많았다(https://www.theglobaleconomy.com/rankings/wb_political_stability).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은 75위, 대한민국은 76위, 영국은 80위, 프랑스 84위에 불과했다. 덴마크(45위), 독일(62위)도 미국, 대한민국, 영국, 프랑스 보다는 나았다.

물론 한 국가의 정치안정성에는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다만 최소한 비례대표제가 승자독식의 다수대표제보다 정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얘기이다. 오히려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 내로 끌어들여, 국회 내에서 논의가 되고 문제해결 방안을 찾게 만드는 데 유리한 제도다.

비례대표제가 되면 극좌·극우정당이 국회내로 진출할 수 있지 않냐는 얘기를 하지만,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도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이 상당수 국회 내로 진입을 할 수 있다.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거대정당의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비례대표제 국가에서는 설사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국회 내로 들어오더라도, 다른 정당들이 협력을 꺼리기 때문에 그 세력이 실질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에는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6.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는 맞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대표단 접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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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에 하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 얘기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우선 OECD국가 중에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는 매우 적다. 36개국 중에 대통령제를 택한 국가는 미국, 대한민국, 멕시코, 칠레의 4개 국가뿐이다. 이 국가들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보면 미국은 순수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 대한민국과 멕시코는 병립형, 칠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다. 참고로 칠레는 1선거구에서 2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다가 2017년부터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

따라서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가 맞지 않는다는 충분한 경험적 증거가 없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다가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혼란의 원인이 대통령제 탓인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탓인지도 불분명하다. 오히려 라틴아메리카의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은 대통령제 국가이면서도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결합시켜 안정적인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우루과이는 세계은행 2017년 정치안정성 지수 평가에서 23위, 코스타리카는 65위였다).

명백하게 팩트가 아닌 것은 '대통령제 국가중에서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대통령제+비례대표제를 결합시킨 국가들이 더 많다. 프리덤하우스가 '부분적 자유' 등급 이상으로 분류한 국가들 중 대통령제를 택한 국가 20개국 중에서 11개국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택한 국가들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의회제적인 요소가 결합된 대통령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직선제 +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포르투갈(흔히 이원집정부제로 분류가 되는)은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한국정당학회가 2016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 <한국의 대통령제에 적합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연구 -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 친화적인가?>에서도 "비례대표제는 (1) 대통령의 정당이 단독으로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여 야당과 협력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서 대통령의 독주를 제어할 수 있게 하고, (2) 상대 정당의 패권 지역에서도 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지역정당 체제의 해소에 기여하고, (3) 정당 중심의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개별 후보들 간의 선심 경쟁보다 정당들 간의 정책 대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음"이라고 장점을 밝히고 있다.

7.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석 확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니다, 가능하다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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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지금의 의원정수를 갖고도 가능하다.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는 의석 배분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의 의원정수 300명으로 연동형 방식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지역구 253 대 비례 47로 연동형을 도입할 경우에, 초과의석이 많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전체 의석 총수를 고정하는 총의석 고정방식(스코틀랜드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스코틀랜드 방식은 총의석을 고정하기 때문에,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이 손해를 보게 되고 비례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병립형보다는 획기적으로 비례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즉 연동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의원정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연동형 방식은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석수 확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현행 300석(지역구 253, 비례47)을 가지고도 연동형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행 300석으로는 연동형 개념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선거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연동형 개념을 도입하면서 초과의석이 발생하더라도 총의석을 늘리지 않고 고정시킬 경우에도, 비례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가령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의석은 38석에서 62석으로 늘어나고 정의당의 의석은 6석에서 12석으로 증가한다.
 
 선거제도 관련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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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격차도 줄어든다. 아래의 표를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석비율은 정당득표율에 보다 근접하게 낮아지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의석비율은 정당득표율에 근접하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선거제도 관련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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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효성, 즉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게 확보될수록 좋다. 즉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수록 비례성은 보장된다. 그런 점에서 의석수 확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효성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1년에 6300억 원대에 달하는 국회예산으로 300명이 아닌 360명의 국회의원을 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993년 뉴질랜드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당시에도 국회의원 숫자를 99명에서 120명으로 늘렸다. 그리고 60석 정도의 증원은 국회기능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의원정수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한 숫자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국회가 입법기능, 행정부 감시기능, 예산·결산 심의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지금 300명 의원으로 470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제대로 심의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인구 8200만 명의 독일 의원 수는 작년 총선 기준 하원의원만 해도 709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의석을 확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동형 개념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거대양당이 끝내 의석수를 늘리지 못하겠다고 하면, 연동형 개념이라도 도입하자.

8. 국회의원이 보기 싫으면 숫자를 줄여야 한다? 늘려야 꼴보기 싫은 국회의원을 안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의 갑질, 부패, 예산낭비 등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안 보려고 해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만약 지금의 선거제도가 유지된다면, 이런 국회의원들은 다음번에 재선할 확률이 높은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쉽게 재선하기가 어려워진다. 각각의 경우에 대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될 경우 : 지금은 여론이 들끓지만, 비판받던 국회의원들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음번에 공천을 받을 수 있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 확률이 높다.

정당 입장에서도, 그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리만 잘해서 지역구 여론만 좋으면 공천을 하는 게 더 이익이다. 어차피 비례의석은 얼마 안 되니(300명 중에 47명), 그걸 정당지지율대로 배분해 봐야 전체 선거판에는 큰 변수가 안 된다. 결국 지역구에서 얼마나 많이 당선되느냐가 중요한데, 지역구 경쟁력이 있으면 아무리 문제가 많은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지금 선거제도가 유지된다면, 국민들이 보기 싫어하는 국회의원들이 또 다시 당선될 확률이 높다.

②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뀔 경우 :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가 바뀌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가 많아서 비판받았던 의원을 또 공천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타 정당의 비판이 쏟아지고, 이는 정당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일단 전체 의석(300석이면 300석 전체)를 정당지지율대로 배분하기 때문에, 선거의 승패는 정당지지율로 결정된다. 따라서 한두 명 잘못 공천했다가 정당지지율이 떨어지면 엄청나게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정당은 여론의 비판을 받는 의원들을 공천하기가 어려워진다. 잘못하다가는 당이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꼴보기 싫은 국회의원들을 안 보는 지름길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9.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정당지도부가 낙점하는 사람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

지금 선거제도가 유지되면 다음번 선거 때에도 밀실 공천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각 정당은 공천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투표가 중요한데, 공천을 엉터리로 하는 정당은 정당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에도 거대양당에서 공천파동이 일어난 덕분에 정당투표가 국민의당으로 많이 이동하는 현상이 있었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각 정당은 공천개혁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정당의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더 확실하게 하는 방법으로 공직선거법에 민주적인 공천원칙을 명시하고, 어기는 정당에게는 불이익(후보등록 거부, 국고보조금 삭감 등)을 주는 방법도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당원(또는 당원들이 뽑은 대의원)의 비밀투표로 선출한 후보자만 후보등록을 할 수 있도록 선거법에 명시하고 있다.
 
최고위 주재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원내대표.
▲ 최고위 주재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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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선거제도는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선거제도는 합의처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헌법과 국회법을 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얘기이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은 공직선거법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2019년 1월 말로 정해진 5당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시한이 지나면 합의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그때에 선거제도 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유치원3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공직선거법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지가 없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했던 선거제도 개혁의 기회가 왔는데, 이를 놓치는 것은 민주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통령선거의 공약이었고, 지난 3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에도 '투표자의 의사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돼야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이 명시돼 있었다(민주당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자신들의 당론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필요하다. 합의처리가 된다면 바람직하지만, 합의가 안 된다면 패스트트랙으로 가야 한다.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것이 안건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330일 후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고, 그때까지 협상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본회의 표결 전에 협상이 타결되면 수정안을 발의해서 먼저 표결에 붙일 수도 있다. 패스트트랙은 일방처리가 아니라, 시한을 둔 협상을 강제하는 것이다.

어떻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여야 5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합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여야 5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합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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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여야 5당 합의문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도 개혁의 길은 험난하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없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걸음 더 나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2019년 1월 말까지로 정해진 합의시한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원내에서는 진정성 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협력해서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특단의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원외에서는 각 분야, 각 지역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거대양당 항의방문, 그 외 가능한 모든 직접행동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다시 힘을 모을 때가 됐다.

그렇게 해서 국회 안팎에서 모인 힘으로 기득권의 반발을 뚫고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하승수씨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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