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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충남지역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추모의 뜻을 담은 국화를 손에 들었다.
 25일 오후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충남지역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추모의 뜻을 담은 국화를 손에 들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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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충남지역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25일 오후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충남지역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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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동료들과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와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그들의 손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국화(조화)가 손에 들려 있었다. 김씨의 동료들이 만든 것이다. 

추모문화제에선 김씨의 죽음을 부른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문화제 도중 한 노동자는 감정에 북받친 듯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린다. 

김씨가 숨지기 2개월 전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태안화력발전소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렇게 외쳤다. 

"정규직 안 해도 좋습니다. 더 이상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같은 외침이 무색하게 2개월 뒤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었다. 그토록 간절했던 호소가 무참히 외면당했기에, 그래서 발전소 내 다른 작업장에서 일하던 젊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기에, 살아 남은 노동자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늘도 그 마음을 아는 듯, 추모문화제 내내 부슬부슬 비를 뿌렸다.
 
25일 오후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충남지역 추모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태안서부발전소 본사 앞 헌화대에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를 헌화하고 있다.
 25일 오후 충남 태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충남지역 추모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태안서부발전소 본사 앞 헌화대에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를 헌화하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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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노동해방투쟁연대 준비모임'의 배예주씨가 추모문화제에서 낭송한 추모시 <목숨보다 비싼 석탄 한 줌> 전문이다.
  
석탄 한 줌이 더 값어치 있단다
석탄 한 줌 취급도 받지 못한
스물넷 노동자 당신을
어찌 보내란 말이냐

미안하다
미안하다

거대한 아궁이로 실려가는
4키로미터 석탄 컨베이어벨트
스르르 바닥에 떨어진
석탄 한 줌이
스물 넷 너의 목숨보다 귀하단다

불빛도 없는 탄 구덩이
너는 혼자
가쁜 숨 뿌옇게 쉬어대며
라인을 핥아야 했다
너보다 비싼 석탄가루를 주워야 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거칠게 연신 달리는 컨베이어벨트가
네 몸을 동강이 내버려
질렀을지 못 질렀을지도 모르는
비명소리조차 검은 공장에 묻혀버렸다

몸에서 콸콸 쏟아 내린 붉은 피마저
몇 시간
또 몇 시간
너보다 귀한 탄가루에 검게 뭉개져버렸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너의 마지막 숨결이 실린 석탄은
먼저 간 그의 마지막 숨결이 실린
보일러실 잿더미공장에 이르렀구나
목숨을 삼킨 전기가 천지에 흐르는구나

너의 희고 검은 몸을 더듬기 전
먼저 전기가 되어버린 선배노동자의
싸구려 몸값을 막았더라면
그 전 아니 그 전에 막았더라면

미안하다
미안하다

너의 죽음에서
어머니 아버지 손으로 옮겨간 석탄가루는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의 손으로 옮겨간
당신의 죽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당신은 우리 가슴에 흘러라
무엇보다 소중한 노동자 당신, 그리 가지마라

당신은 우리 가슴에 흘러라
우리의 머리는 당신을 기억하고
우리의 몸은 당신을 실천하리다
죽음의 제도를 걷어 내리다

태그:#고 김용균, #추모문화제, #위험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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