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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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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더 챔피언, 위아더 챔피언, 노타임 포 루저스..."

영화화면에 빨려들 듯 모두 일어서서 노래 부른다. 그것도 영어가사를. 모르는 사람도 서로 어깨동무하고 눈물을 흘린다. 세계가 놀라는 대한민국 '떼창문화'가 이제 '싱어롱(sing along·노래를 따라부르다)문화'도 만들어냈다.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열풍이 "한국에 2002년 월드컵 이후 처음인 '화합의 장'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음악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하자마자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다. 너무나 귀에 익숙한 '위아더 챔피언'이 록 밴드 퀸이 만든 노래라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처음엔 관심이 적었다. 점점 인기가 오르더니 관객 수가 860만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상영 음악영화중 최고 관객 수이자 퀸의 본거지 영국보다 더 많은 관객 수란다.

8년 전 이창동 감독 영화 <시>를 본 기억이 난다. 개봉한 지 4일째였다. 너른 극장 안에 관객은 4명뿐이었다. 관객이 많지 않아 일찍 종영되었다. 유서 같은 시 한 편을 쓰고 자살한 주인공 양미자(66)할머니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풀어낸 영화, <시>는 칸 영화제 각본상등 국제적인 상은 많이 받았으나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다. 총 관객 수가 22만여 명에 그쳤다.

누적관객수로 영화를 평가할 수는 없다. 수상경력이 작품 감동을 재는 기준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관객 수 많은 영화가 그만큼 많은 사람을 움직일 힘(감동)을 가졌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한다. 감동전달이 빠른 음악에 영상까지 붙은 음악영화는 대개 관객 수가 많다. 그런데 <보헤미안 랩소디>는 여러 번 보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싱어롱 상영관까지 몰려가 떼창을 하는 열정 관객이 생겨난 때문이다.

50번을 본 사람도 있다. 여러 번 보고 싱어롱 상영관까지 가는 이유? 그들은 '위로'라고 말한다. '위아더 챔피언'을 따라 부르며 감동하고 위로를 받는다. 에이즈로 죽어가면서도 그 고통과 공포를 노래로 승화시킨 프레디 머큐리(1946.9/5~1991.11/24) 실제 스토리가 감동의 원천이다. 아무리 잘 만든 이야기(허구)도 실제 스토리(실화)를 당할 수 없다. 실화는 역사와 우리 삶속에 살아있다.

2년 전 이준익 감독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인, 해방 몇 달 전 일본감옥에서 요절한 윤동주(1917.12/30~1945.2/16) 실화를 바탕으로 <동주>를 만들었다. 흑백영화인데도 117만 명이 관람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지금도 우리는 괴로운 날, 윤동주의 '서시'를 암송하며 위로를 받는다.
 
"But it`s been no bed of roses / No pleasure cruise / I consider it a challenge before the whole human race / And I ain`t gonna lose / And I need just go on and go on, and on, and on, and on... "
(하지만 언제나 장미꽃밭은 아닐테지 / 언제나 순풍에 순항하지는 못할 거야 / 이건 모든 사람 앞에 놓인 도전이라는 것을 알아 / 난 결코 지지 않을 거야 / 난 계속해서 계속, 계속 가야만 해.)

 
노래도 글로 읽으면 시가 된다. '계속해서, 계속 걷는 길에 패배자를 위한 시간이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챔피언이다.' 죽음의 고통을 안고 살았던 프레디 머큐리가 주는 위로의 시구다.

노래는 시구보다 감동전달이 빠르다. 떼로 부르는 떼창은 감동을 더욱 증폭시킨다. 함께 목청을 높이면 '화합의 장'도 높아진다. 우리가 영어로 위아더 챔피언을 떼창하듯. 방탄소년단 외국인 팬들은 한국말로 BTS노래를 떼창한다. 이러다 싱어롱도 새로운 한류가 되는 게 아닐까.

태그:#떼창, #보헤미안랩소디, #위아더챔피언, #프레디머큐리, #싱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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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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