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섯 번째 팀은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삼성 라이온즈다. 외부 FA로 베테랑 포수 강민호를 영입하면서 안방에 무게감을 더했고, 양창섭과 최채흥 등 뉴페이스들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다.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나 마찬가지이지만, 다행히 하위권에 처지진 않았다.
 
역투하는 보니야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1회말 삼성 선발투수 보니야가 공을 던지고 있다. 2018.5.10

삼성 투수 보니야 ⓒ 연합뉴스

 
근본적인 문제는 끊임없이 단점으로 꼽힌 마운드였다. 외국인 원투펀치 팀 아델만(8승)과 리살베르토 보니야(7승) 두 투수 모두 두 자릿수 승수에 도달하지 못했고, 윤성환을 비롯한 국내 선발 투수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선발진만 좀 더 강했다면 삼성도 충분히 가을야구에 초대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아쉬움을 남긴 삼성의 2018시즌을 돌아보려고 한다.

'슬로우 스타터' 삼성, 출발만 순조로웠다면...

개막 이후 4월까지 31경기에서 삼성은 11승 20패 승률 0.355로 리그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하위권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던 KT 위즈와 NC 다이노스보다도 4월까지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김헌곤, 다린 러프, 이원석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의 방망이가 조용한 시기였다. 같은 시기에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선발 투수는 아델만으로, 단 2승에 불과했다.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7월 올스타전, 8월 아시안게임 두 차례의 휴식기가 있기 때문에 초반에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는 팀이 유리한 시즌이었다. 물론 KT와 NC처럼 빠른 시간에 미끄러지는 팀들은 예외이지만, 상위권에 자리를 잡은 팀들은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삼성이 시즌 초반의 성적을 그대로 이어갔다면 할 말이 없는데, 점점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한 삼성은 후반기 54경기에서 29승 2무 23패, 승률 0.558로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후반기 승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히려 5위 자리를 놓고 함께 경쟁했던 팀들보다 페이스가 훨씬 좋았다. 마지막까지 5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삼성이 전반기에 많은 승수를 쌓지 못한 게 결국 최종 순위와 성적에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타자 러프, 신예 양창섭 등... 삼성이 발견한 성과들은?

올 시즌에도 팀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단연 외국인 타자 러프다. 두 시즌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면서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시즌 종료 이후 그는 삼성과 재계약 도장을 찍으면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는 외국인 선수로 남았다. 내년 시즌에도 팀의 중심에는 러프가 있어야 한다.

국내 야수들 중에서는 김헌곤, 이원석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2016시즌이 끝나고 FA로 이적한 이원석이 타율 0.301 20홈런 93타점을 기록, 박석민(NC) 이적 이후 팀이 안고 있었던 3루 고민을 말끔히 씻었다. 다른 팀들에 비해 키스톤 콤비의 안정감이 떨어진 게 작은 흠이기는 했지만, 팀 성적과는 별개로 야수들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삼성 라이온즈 신인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신인 양창섭이 2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긴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 연합뉴스

 
마운드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특히 향후 선발진 한 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양창섭, 최채흥은 가능성을 충분히 나타냈다. 불펜에서는 최충연, 장필준, 심창민을 중심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고, 한화 이글스(4.28)에 이어 팀 불펜 평균자책점 2위(4.66)를 기록했다. 다만 심창민이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최충연은 선발 전환을 앞둔 상태다. 다가오는 시즌에 나머지 투수들의 호투가 요구되는 이유다.

아쉬움 털어내기 위해 삼성이 보완해야 할 점들

선발진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은 아델만, 보니야를 떠나보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 저스틴 헤일리가 2019시즌 삼성의 원투펀치를 책임질 예정이다. 5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삼는 삼성으로선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규시즌 우승을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던 2011년~2015년에 외국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다해줬다.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2015년에도 외국인 원투펀치 알프레도 피가로(13승)와 타일러 클로이드(11승)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3년간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올 시즌 아델만과 보니야가 2016년(앨런 웹스터, 콜린 벨레스터,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과 2017년(앤서니 레나도, 재크 페트릭)에 뛰었던 투수들보다 그나마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3년째 삼성의 발목을 잡은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

나머지 3~5선발은 양창섭, 최충연, 백정현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창섭과 백정현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발진의 한 축을 잘 지켜줬고, 검증을 받은 투수들이다. 불펜에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인 최충연까지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선발진은 한층 탄탄해진다. 오랜만의 삼성다운 선발야구를 보여줄 수도 있다.

타선의 색깔 찾기도 큰 과제다. 홈런 군단도 아니었고, 빠른 야구로 승부를 보는 팀도 아니었다. 개개인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팀 타선의 컬러가 없었다. 이는 타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코칭스태프도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타격 지표에서 드러나지 않더라도, 삼성만의 승리 방정식을 찾아야 하는 시즌이 돼야 한다.

2019시즌은 2017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한수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선수들 못지않게 김한수 감독의 마음가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2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퍼즐조각을 하나씩 채워갔다면, '김한수호'가 내년에는 확실한 결과로 팬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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