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두 번째 팀은 겨우 최하위를 면하고 9위로 시즌을 마감한 kt 위즈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1군 무대 진입 이후 네 시즌 만에 최하위에서 벗아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9위라는 결과, 한 시즌을 치르는 과정 모두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독보적인 페이스로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와 외국인 타자 로하스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돋보인 선수가 없었다. 외부 FA 황재균 영입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시즌이었다.

니퍼트와 피어밴드, KBO리그 경력이 있는 외국인 투수의 합류로 선발진이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두 투수의 임팩트가 부족하기도 했고, 이들을 받쳐줄 3~5선발 투수를 확실하게 찾지 못했다. 그나마 고영표가 선전한 것이 위안거리가 됐다. NC 못지않게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팀, kt의 2018년을 돌아본다.

'강렬한 등장' 강백호의 존재감, 그러나 문제는 '팀 성적'
 
kt 강백호, 솔로 홈런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상황 kt 강백호가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kt 강백호, 솔로 홈런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상황 kt 강백호가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t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는 단연 '슈퍼루키' 강백호다. 고교 시절부터 투-타 모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당장 프로 데뷔 첫 해부터 kt 야수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됐다. 강백호는 KIA 타이거즈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선발로 출전했고, KIA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올시즌 1호 홈런을 터뜨리면서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1년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전반기에만 16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후반기에 13개의 홈런을 추가하면서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강백호를 넘을 만한 신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그의 독주 체제 속에서 신인왕 레이스가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문제는, 강백호만 빛났고 팀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홈런 개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올 시즌 SK 와이번스(233개)에 이어 가장 많은 홈런(206개)을 때려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3년간 시즌을 치르면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홈런군단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홈런 개수가 많은 것 이외에는 뚜렷한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또한 득점 생산이 이전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거나 이기는 경기가 많아졌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 전력에 없었던 강백호, 황재균의 합류로 중심 타선까지는 어느 정도 무게감을 더한 것이 소득이었다. 그러나 다른 팀들보다 위력이 떨어지는 하위 타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만큼 짜임새 있는 타선을 완성하진 못했다. 득점을 만드는 방식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하고, 주축 타자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결코 팀 홈런 2위라는 성과만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마운드 높이 낮았던 kt, 다시금 느낀 투수놀음의 중요성

지난해 kt가 거둔 선발승은 31승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올해 kt의 선발승은 36승으로, 전체 8위였다. 지난해보다 승수가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NC(25승), 한화(25승) 다음으로 적었다. 니퍼트의 합류가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2년 연속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피어밴드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KBO리그 경험이 많은 투수들로 구성된 원투펀치가 합작한 승수는 16승에 불과하다.

국내 선발 투수들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니퍼트, 피어밴드와 함께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한 좌완 금민철, 전반기에만 세 차례의 완투로 가능성을 보인 고영표 두 투수가 묵묵히 제 몫을 다해줬다. 확실하게 자리를 꿰차지 못한 주권, 김민, 박세진, 김태오 등 젊은 투수들의 경쟁은 내년 시즌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원은 충분하지만, 한 시즌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투수가 등장해야 한다. 여기에 고영표의 군 문제 해결, 선발진에 큰 힘이 되어줄 이대은의 합류 등 kt 선발진은 크고 작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선발진 못지않게 아쉬웠던 불펜에서도 마무리 김재윤이 홀로 고군분투했다. 선발진이 앞에서 잘 막아줘야 필승조에게 등판 기회가 마련되기는 하지만, 뒷문이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든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줄 투수가 필요해 보인다. 결국, 홈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투수놀음이다.

이대은 합류하는 2019년의 kt,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kt와 삼성 품에 안긴 이대은과 이학주 1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19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kt 이대은(오른쪽)과 삼성 이학주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kt와 삼성 품에 안긴 이대은과 이학주 1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19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kt 이대은(오른쪽)과 삼성 이학주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kt는 실망스러웠던 2018시즌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즌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외국인 투수 니퍼트, 피어밴드와 재계약을 포기했고 새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 알칸타라를 영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경험이 많고 리그에서 검증된 투수를 믿었다면, 이번에는 말 그대로 '뉴페이스'를 영입했다. 필 어윈, 앤디 시스코 등 그동안 외국인 투수 영입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kt로선 이들이 성공 사례로 남길 바라고 있다. 여기에 재계약 협상 중인 로하스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고영표, 금민철의 부담을 덜어줄 이대은의 합류도 반갑다. NPB(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고, 2015년에 열린 프리미어 12에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올해까지 경찰청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했고, 내년부터 KBO리그 1군 무대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NPB나 퓨처스리그 기록으로 그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올 시즌보다는 선발진 사정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3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고도 홀가분하게 시즌을 마감하지 못했다. 신생팀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는 시선도 많다. 외부 영입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부적인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올 시즌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어느덧 1군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할 2019년의 kt는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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