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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부 사립대학들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 사립대학은 개설 과목의 20%를 없애고 졸업이수학점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시도들은 내년 8월에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강의 교과목 수를 줄여서 시간강사들이 설 자리를 빼았고 그들을 대량해고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해 마련한 이번 개정안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개정되는 강사법을 보면 주 9시간 이상 수업하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방학 중에도 시간강사에게 임금과 퇴직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간강사의 지위와 고용 안정성을 높여줄 법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만하다. 

일부 사립대학들이 법안의 제정 의도와는 정반대로 시간강사들을 대량 해고하려고 하는 이유는 '재정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시간강사들의 처우와 안정성을 높여주면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맞다. 교육부도 사립대학들의 재정부담을 의식해 최근 국회 교육위에 내년도 지원예산 550억원을 제출했고, 450억원이 시간강사들의 임금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가 확정한 예산은 교육부가 제출한 예산의 절반 수준인 288억원이다. 이 중 국립대에 배정된 예산은 71억원이고 사립대에 배정된 217억원이다. 217억원의 예산을 250여 개의 사립대학들이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사립대학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의 경영진들은 자본의 논리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대학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일정 수준의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학문 연구에 힘써야 할 대학이 민간기업처럼 자본의 논리에만 매몰되어 시간강사들을 해고한다면 대학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이건 대학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학 경영진들의 자성과는 별개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외부에서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많이 받는 대학들은 재정 상태가 좋아서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되어도 큰 타격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상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런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줘야 사립대학들이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강사법,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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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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