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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고 박준경씨 추모대회에서 박씨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12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고 박준경씨 추모대회에서 박씨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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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경아, 좋은 데로 가거라, 이 엄마가 미안하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마포아현철거민 고 박준경 열사 추모 대회'. 박씨를 추모하는 춤사위가 펼쳐지자 고 박준경씨의 어머니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아니 통곡했다.

자식을 보낸 어머니의 한에 찬 통곡은 추모 공연 음악이 나오는 와중에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찬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다음 생에는 좋은 데로 가거라, 이 엄마가 미안하다"라며 오열했다.

김소연 마포아현철거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어머님이 고인 얼굴을 쓰다듬으며 '집에 있을 때보다 더 편한 얼굴인데 그런 모습으로 눈 감고 있으면 편하게 눈 감고 있으면 내 마음이 어떻겠니'라고 우는 모습을 봤다"라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구역에 살던 박준경씨는 지난 3일 자신의 주거지가 강제 철거되자 한강에 투신했고, 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에겐 임대아파트를 드려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관련 기사 : 석달 동안 빈집 전전하던 그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추모 공연이 끝난 뒤 박씨의 어머니가 어렵사리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강제집행이 없었다면 우리 아들은 죽지 않았다"며 "어이없는 강제집행 때문에 한 젊은이가 죽음으로 내몰렸고 구청에서 조금만 더 신경써주셨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 정책에 의해 철거민들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있는데 바꿔야 한다, 정책이 잘못됐으면 바꿔야 한다"며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데 왜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열린 마포아현철거민 고 박준경씨 추모대회
 12일 열린 마포아현철거민 고 박준경씨 추모대회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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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 이원호 마포아현철거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과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시장과 구청장이 재건축 조합이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

그는 "면담 결과에 대해 기대했지만, 두 분(서울시장, 마포구청장)에게서 나온 말은 '법 제도 내에서'란 표현이었다"라며 "그것은 아현 2구역 조합이 우리에게 했던 말이고, 용산 4구역 조합이 헀던 말이다. 마포구와 서울시, 국가가 또다시 그 말을 반복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에게도 긴급 호소문을 발송했다"며 "그가 현장 방문했던 아현 2구역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이에 대해 긴급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재개발 재건축 제도 개선과 아현2구역 모든 공사 일체 중단, 강제철거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사과, 아현 2구역 철거민 주거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마포구청 앞에 고 박준경씨의 분향소를 차리고 시민 조문을 받는 한편 매일 오전 마포구청 앞에서 선전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태그:#마포아현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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