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이디푸스> 공식 포스터.

연극 <오이디푸스> 공식 포스터. ⓒ (주)샘컴퍼니

 
배우 황정민이 1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황정민이 택한 작품은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명성을 떨쳤던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다.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아 버려졌지만,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다. 

2500년 전 쓰인 이 이야기는 <왕세자 실종사건> <리차드 3세>를 만든 서재형 연출-한아름 작가 콤비에 의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 될 예정. 제작진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개척해온 인간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황정민의 첫 비극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서재형 연출.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서재형 연출. ⓒ (주)샘컴퍼니


올 초 황정민의 10년 만의 무대 복귀작 <리차드 3세>의 연출이기도 했던 서재형 연출은 "<리처드 3세>를 준비하는 동안 황정민이 어떻게 살고, 연습하는지 가까이 지켜봤다. 그때마다 언젠가 저 배우와 운이 닿으면 비극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비슷한 시기 맡게 된 <오이디푸스>를 통해 다시 한번 황정민과 함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서 연출은 "운명에 휩쓸려 살아가는 게 인생일까, 아니면 어렵지만 딛고 일어나는 것이 인간이지 않을까 싶었다. 오이디푸스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힘든 일을 딛고 일어나는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기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리차드 3세>로 받은 호평에 대해 "작품이 흥행하면 나빴던 것도 모두 좋아지고, 모든 관계가 좋아진다"면서 "(<리차드 3세>를 함께 했던) 연출 선생님, 작가님과 한다고 했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 웃었다. 

황정민 "원 캐스트, 배우의 자존심이자 관객과의 약속"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오이디푸스 역)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오이디푸스 역)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주)샘컴퍼니


무대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TV나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 등으로 더블 캐스트(한 역할을 두 명의 배우가 맡는 것)가 흔해졌다. 하지만 황정민은 지난 <리차드 3세>에 이어 이번에도 원 캐스트로 관객과 만난다. <리차드 3세> 제작발표회에서도 "원 캐스트는 배우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자존심이자 관객과의 약속"이라고 언급한 바 있던 그는 "지금은 모든 분위기가 그렇게 (더블 캐스트가 당연하게) 됐지만, 원 캐스트로 작품을 마치고 나니 너무 행복했다. 팀워크 흐트러짐 없이, 에너지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새로운 배우가 와서 대사를 맞추고 신을 맞춰보는 게 더 힘들다. 모두가 원 캐스트이기 때문에 서로서로 너무 잘 알고, 눈빛만 교환해도 서로의 움직임을 다 알 수 있다. 원 캐스트가 주는 분명한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 ⓒ 김혜주

 
황정민은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이후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겨 <너는 내 운명> <신세계> <국제시장> <베테랑> <곡성> <아수라> 등 수많은 흥행 작품에 출연하며 '1억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뮤지컬, 연극 등 무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뭘까? 

"영화 관객분들께 늘 감사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늘 하는 말버릇이 된 것 같았어요. 감사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다가 <리차드 3세>에 참여하면서 너무 큰 감사함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커튼콜 할 때 공연의 에너지와 관객의 에너지가 합쳐졌을 때 행복함을 느꼈어요." 

배해선 "황정민과의 호흡, 긴장 반 기대 반"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이오카스테 역을 맡은 배우 배혜선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역을 맡은 황정민과 배혜선. ⓒ (주)샘컴퍼니

신탁을 피해 갓 낳은 아이를 버리지만 되돌아온 진실에 절망하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역할은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개성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배해선이 맡았다.

배해선은 상대역인 황정민에 대해 "존경하는 학교 선배"라면서 "첫 뮤지컬을 황정민과 함께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많이 가르쳐준 선배인데, <오이디푸스>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다.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또 "얼마만큼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몰입하고 작품에 뛰어들 수 있을지, 스스로도 모험이고 걱정이 된다. 하지만 선배가 버텨주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남명렬 배우.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남명렬 배우. ⓒ (주)샘컴퍼니

 
남명렬 배우는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던 <오이디푸스>와, 이번 <오이디푸스>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의 <오이디푸스>는 직관적이고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그리스 신화와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번 <오이디푸스>는 어떤 것 때문에 이 사람이 비극적 운명에 놓였는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명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남명렬은 "다른 오이디푸스와 차별화된 연극이 될 수 있을 거다. 기대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정민은 오이디푸스를 연기하며 "인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이따금 '내가 어떤 운명을 가졌기에 배우의 길로 접어들어 배우라는 직업을 떨치지 못하고 살고 있을까', '나는 좋은 배우일까, 잘하고 있는 걸까' 자문자답했다던 그는 "오이디푸스를 연기하면서 운명이라는 게 인간에게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운명을 굳건히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됐다.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에 맴돌고 있다"고 했다. 

"'황정민의 <오이디푸스>만한 작품 없었다'는 말 듣고 싶다" 

황정민은 "관객들이 내 공연을 보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객들이 저 사람이 왜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배우의 삶을 사는지 보여드리고 싶고, 관객들이 모든 에너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언젠가 후손들에게 '젊었을 때 황정민의 <오이디푸스>를 봤는데 너무 훌륭했다, 그것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황정민의 바람. 서재형 연출은 "황정민의 첫 비극 작품을 꼭 봐달라"고 덧붙였다. 

<리차드 3세>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은 배우 황정민과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의 두 번째 협업, <오이디푸스>는 오는 2019년 1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배우 정은혜, 최수형, 배혜선, 황정민, 남명렬, 박은석, 서재형 연출.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배우 정은혜, 최수형, 배혜선, 황정민, 남명렬, 박은석, 서재형 연출. ⓒ (주)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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