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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립유치원인 서울양재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다. 2018.12.5
 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립유치원인 서울양재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다. 201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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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딸아이 하나 키우는 데 시터분 한 달 월급과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만 한 달에 200만 원이 넘으니 벌써 3천만 원이 더 들어갔다. 

워킹맘에 도와줄 친정 식구, 시댁 식구가 없는 사람들의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곳은 마포. 비슷한 처지의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인지 0세반을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꿈도 못꾸고 가정 어린이집 3곳에 신청했지만 가장 빠른 곳이 지금 대기 8번이다. 

이렇다 보니 베이비시터에게 내가 버는 돈의 반이 지출된다. 그럴꺼며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아이나 보지 뭣하러 그렇게 일하러 다니냐고 핀잔을 주지만, 내 일을 하고 아이를 보는 것과 하루종일 아이만을 돌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아이를 기르는 것도 때가 있지만 일을 하는 것도 때가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일을 아이 때문에 쉬거나 그만 둔다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아 일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두 가지 일을 모두 해내고 싶기에 타인의 도움을 최대한 받으면서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는 돈의 반 이상을 지출할 수 없기에 우리 부부는 다양한 방법을 찾으러 노력했다. 정부에서 홍보하는 시간제 보육제를 이용해 보았다. 시간제 보육제은 한 자치구에 2곳 정도 있다. 미리 시간을 예약해 원하는 시간만큼 아이를 맡기면 된다.

하지만 우리집에서 거리가 6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차가 밀리면 길에서 1시간 이상을 보내야 한다. 또 한 타임에 3명 이하만 신청할 수 있기때문에 재빠르지 않으면 매일 갈 수도 없다. 예약 후 아이가 아프거나 사정이 생겨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벌점이 생겨 2회만 결석해도 해당 달은 이용을 못한다. 

우리는 두 달간 피나는 노력으로 시간제 보육제를 최대한 잘 이용하려 노력했지만, 그 센터가 있는 동네에 살고 있지 않는 우리 부부에겐 빛 좋은 개살구였다.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14개월 동안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고 2개월을 시간제 보육제를 이용하다가 다시 베이비시터를 집으로 오게 할 수밖에 없게 된 거다. 

아이도 이제 내년이면 3세가 된다. 어디든 보내고 싶어 대기 번호가 없을 것 같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찾아 다녔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협동조합 개념으로 부모들이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청소, 교육, 식사, 소풍, 캠프 등 아이와 함께하는 일이 많다. 즉, 부모의 참여도가 엄청 높다. 다른 어린이집들은 무상인 반면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한 달에 40만~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래도 안전한 먹거리와 부모들이 함께 육아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프리랜서인 우리 부부는 최대한 참여하여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싶었다. 그동안 베이비시터와도 시간을 나누어 아이를 함께 키웠기에 '공동육아'라는 시스템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립유치원인 서울양재유치원의 신발장에 원아들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립유치원인 서울양재유치원의 신발장에 원아들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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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세반을 3명만 모집한다기에 살짝 걱정은 되었지만 집도 가장 가깝고(도보 10분) 프리랜서인 우리 부부의 직업도 고려된다면 입학이 무조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합격 소식을 통보받았다. 형제, 자매가 있는 다자녀 가구가 우선 순위라 2명에게 밀렸고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자 아기를 뽑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대기를 걸어둔 어린이집도 계속해서 순위가 밀리는 이유도 바로 다자녀가구 우선 순위였다. 아이가 하나 이상인 집은 대기 순서와 상관없이 곧바로 우선 순위가 된다. 다자녀 가구가 혜택을 받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하나 돌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다자녀 가정에게 우선으로 기회가 가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한자녀 가구가 모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도 한번쯤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은 있다. 한 자녀도 부부가 모두 일을 해야 되고 대리 양육자가 없을 때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 중 한 자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집 앞 1분 거리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엄마들을 우연히 공원에서 만났는데 한 부모 가정이 아닌 이상 한 자녀이면 거의 입학을 포기하라고 한다. 둘째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인 거 같아 씁쓸했다. 

요즘 유치원 사태도 보고 있으면 막막하다. 추첨을 기다리며 울고 웃는 엄마들의 마음이 이제 곧 다가올 나의 미래 같아서 초조하다. 출산 장려를 위한 예산이 각종 지역축제, 행사, 공무원 회식비에 사용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지역 축제와 출산이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질문에 '이런 행사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이 아이들을 많이 낳지 않겠냐'고 말하는 공무원이 있었다. 내 입에선 어느새 험한 말이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공립유치원 확충 및서비스 개선 방안 발표를 위해 참석해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국공립유치원 확충 및서비스 개선 방안 발표를 위해 참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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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방면에서 육아에 대한 대안을 많이 노력하려 한다는 것은 모르지 않다. 하지만 공적인 부담을 안고 좀 더 확인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위해 힘썼으면 한다. 출산 장려 예산과 육아 관련 지원금이 일부 어린이집, 유치원 원장의 눈먼 돈이 되어 개인의 사적 욕구에 충족되고, 말도 안 되는 보여주기식 축제 행사비로 공중분해 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실체가 있는 복지란 출산축하금 250만 원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고, 경쟁없이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거다. 시간제 보육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주민센터 단위로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우리 딸은 내년에 어떻게 될까? 오늘 밤도 의미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변하지 않는 어린이집 대기 번호를 확인하고 자리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든다. 

태그:#어린이집, #육아맘,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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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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