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보수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삭감됐던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이 크게 늘어났고, 한국영화기획개발과 온라인통합전산망 구축도 탄력을 받게 됐다. 지역의 영상문화시설 확충과 아시아 영화인들의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8일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9년 한국영화를 지원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도 세부적으로 확정됐다. 영진위 예산은 기존 정부안에서는 올해 대비 14.1% 인상된 것이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예산이 추가되면서 19.4%로 증가했다.
 
보수정권에서 깎은 국제영화제 지원 확대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국내에서 개최되는 주요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이 40억에서 50억으로 25% 증가하며 크게 늘었다.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은 참여정부 때 42억으로 최다였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는 지속적으로 삭감돼 2017년 25억까지 줄었다.
 
국제영화제 지원은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좌파 청산과 블랙리스트가 영향을 끼친 사안으로 꾸준히 삭감됐다. 특히 2014년 부산영화제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정치적 탄압과 이에 대한 국내 영화제들의 공동 대응으로 인해 삭감은 더욱 심해졌다. 부산영화제를 비롯해 전주, 부천, 제천, 여성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들이 고충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올해 40억으로 원상회복했다. 2019년에는 50억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박근혜 정권 말기 대비 100% 신장을 이뤄냈다. 국제영화제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액수로 지난 정권에서 탄압받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201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 부산국제영화제

 
특히 아시아영화시장 지원 예산 10억이 별도로 편성되면서 실질적으로는 60억 증액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영화시장 지원은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 차원에서 증액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산영화제 측은 부산시가 기존 지원 예산을 6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20억 원 삭감해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증액된 10억 원이 모두 부산영화제로 오는 것도 아닐 것이고, 아시아영화시장 지원도 영진위가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부산영화제에 배정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는 부산시 지원에서 빠진 만큼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라면서, 부산시 예산이 시의회에서 확정돼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국고가 늘어난 만큼 부산시 지원을 줄인 것"이라며, "기존 120억 정도보다 줄어들게 되는 부분은 이후 추경 예산을 통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소 동결 논란 독립영화 지원, 서독제만 늘어나
 
 지난 11월 29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선언과 축사를 한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지난 11월 29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선언과 축사를 한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편성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독립영화 지원 사업의 축소나 동결은 서울독립영화제 지원이 크게 늘면서 간신히 부담을 조금 덜은 모양새가 됐다. 서울독립영화제 지원 예산은 기존 1억 1200만 원에서 2019년 3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영진위 측은 "역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증액을 이뤄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년 전 1억 4천을 받던 것이 보수정권에서 1억1천으로 줄어든 것이었다"며 "작품 편수와 관객도 2배 이상 증가한 것에 비하면 뒤늦게 정상화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독립영화제 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에서 지금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했기 때문에 사실 예산이 더 늘어나야 한다"며 "앞으로 다른 국제영화제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독립영화 네트워킹 프로그램 신설 등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른 독립영화 관련 다른 예산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지난 10년간 블랙리스트 등으로 고통을 받았던 현실을 감안할 때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독립영화관련 지원 예산은 올해 26억 2900만 원이었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2019년에는 3억1000만 원이 줄어든 23억1600만 원으로 책정됐고,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 사업'과 '독립예술영화 개봉 지원 사업'은 조금의 증액도 이뤄지지 않은 채 각각 3년 연속 동결됐다.
 
게다가 12월 말로 민간 위탁 전환을 위해 운영이 종료되는 충무로 서울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백상태가 생기게 된 것도 부담을 더하는 요소다. 서울영상미디어센터는 기존 영진위 직영에 따른 사업비가 배정됐으나, 위탁 운영 전환을 추진하면서 예산 항목이 바뀌게 됐다. 그런데 정부 예산 편성과정에서 이를 기재부가 인정하지 않고 국회에서의 증액도 불발되면서 2019년에는 서울영상미디어센터의 활동이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다른 사업비로 받은 예산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으나, 시일이 걸리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시아영화교류, 한국영화기획개발 신설
 
 지난 6일 싱가포르영화제 영화진흥위원회 밤 리셉션에서 아시아 영화인들과 함께한 오석근 영진위원장

지난 6일 싱가포르영화제 영화진흥위원회 밤 리셉션에서 아시아 영화인들과 함께한 오석근 영진위원장 ⓒ 영진위

아시아영화교류센터 사업은 신규 예산으로 17억 원이 배정됐다. 아시아영화교류센터는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공약과도 같은 아시아 국가들 간의 교류와 한국영화의 아시아 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지난 6일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기간 중 마련된 영화진흥위원회의 밤 행사에 참석해 "아시아 영화산업이 서로 교류하고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성장해서 많은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서로 격의 없이 교류할 수 있는 아시아영화교류센터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예산확보가 이뤄지면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
 
한국영화기획개발지원도 30억이 신설됐다. 한국영화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인데, 예산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소재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기획안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온라인통합전산망 구축 예산도 25억이 확보되면서 한국영화 통계가 한층 정교해 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극장 상영만 집계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에서의 흥행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019년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도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던 것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새로 생겨나 15억 7천만 원을 배정받았다. 사업비 확보 문제로 동분서주한 영진위 입장에서는 한 숨을 돌리게 됐다. 2019년 한국영화 100주년 행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규 사업인 지역영상문화 클러스트 사업 예산은 정부안에서 크게 늘어나 37억 원으로 확정됐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영상문화 공간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영진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교류예산은 자유한국당이 삭감 기조를 밀어붙이면서 당초 1억으로 책정됐던 게 8천 500만 원으로 줄었다.  
영진위 2019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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