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위력적인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는 단연 '문데렐라' 문정원(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이다. 문정원은 코트 구석에서 긴 도움 닫기를 하고 높이 뛰어올라 몸을 뒤로 젖힌 후 그 탄력으로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다. 이미 올스타전에서 두 차례나 스파이크 서브퀸에 선정됐고 이번 시즌에도 세트당 0.31개의 서브득점으로 서브부문에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문정원의 '돌고래 서브'가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것은 결코 아니다. 174cm의 왼손잡이 라이트 문정원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4순위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지만 포지션 대비 작은 신장(174cm) 때문에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에 문정원은 프로에서 생존하기 위해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꾸준히 연습하며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었고 2014-2015 시즌부터 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문정원은 과거 팀 동료였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살림꾼' 황민경을 롤모델로 삼고 있지만 스파이크 서브를 연습할 때 '교본'이 됐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광주 송원중학교 선배인 백목화(IBK기업은행 알토스)였다. 그리고 현재 V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서브를 구사하는 문정원의 교본이 됐던 백목화는 이번 시즌 2년의 공백을 딛고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돌고래 서브' 문정원의 서브 교본이었던 '모카' 백목화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꿈꾸던 백목화는 2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꿈꾸던 백목화는 2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 한국배구연맹

 
송원여중과 송원여고를 나온 백목화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2007년에는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천재소녀'로 불리던 배유나(도로공사)를 비롯해 190cm의 장신 양효진(현대건설), 중앙여고의 센터 김나희(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유난히 인재가 많았던 해로 꼽힌다. 백목화가 전체7순위까지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당시 현대건설은 팀의 기둥이었던 정대영(도로공사)과 이숙자(KBS N 해설위원)가 GS칼텍스 KIXX로 이적하면서 전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백목화는 루키 시즌 윤혜숙의 백업으로 28경기에 출전했지만 배유나, 하준임, 양효진 같은 동기들에 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백목화는 현대건설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FA 박경낭에 대한 보상 선수로 KT&G아리엘스(현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백목화는 이적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09-2010 시즌부터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인삼공사의 주전 레프트 자리를 차지했다. 인삼공사는 2011-2012 시즌까지 최고의 외국인 선수 몬타뇨 마델레이네를 앞세워 총 세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 구단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011-2012 시즌이 끝나고 주력 3인방(김사니, 유미, 세영)과 '전력의 반'이었던 몬타뇨가 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급격이 약화됐다.

공교롭게도 백목화는 팀 전력이 약화된 2012-2013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기량이 꽃피우시작했다. 백목화는 2012-2013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득점 2위(전체7위)에 해당하는 412득점을 기록하며 기량 발전상을 수상했다. 외국인 선수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가 합류한 2013-2014 시즌에도 362득점과 함께 세트당 0.46개의 서브득점으로 서브왕에 등극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백목화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서브 스페셜리스트와 후위 수비수로 한국의 금메달에 기여했고 2014-2015 시즌 277득점에 이어 2015-2016 시즌에도 307득점으로 인삼공사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백목화는 공격수로서 신장(176cm)은 크지 않지만 안정된 수비와 야무진 공격, 그리고 강약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서브를 통해 배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년 만에 코트 복귀 후 시즌 거듭되면서 경기 감각 회복 중
 
 2년의 공백이 있던 백목화가 기업은행 같은 강 팀으로 복귀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2년의 공백이 있던 백목화가 기업은행 같은 강 팀으로 복귀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 한국배구연맹

 
백목화는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3차 협상 기간이 끝난 시점까지도 원소속구단 인삼구단을 포함해 백목화를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적신세가 된 백목화는 실업팀 대구광역시청으로 팀을 옮겼지만 실업 생활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백목화는 배구를 그만두고 바리스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즌이 지나면서 '배구선수 백목화'는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 했다.

카페 개업을 계획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백목화에게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 5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FA자격을 얻은 기업은행의 윙스파이커 김미연과 계약한 후부터였다. 레프트와 라이트를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김미연의 이탈은 기업은행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었고 이정철 감독은 김미연의 대안으로 국가대표 출신의 레프트 백목화를 떠올렸다. 그렇게 백목화는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으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2년의 공백은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백목화는 지난 8월 컵대회를 통해 코트에 복귀했지만 인삼공사 시절에 보여줬던 특유의 야무진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3경기에서 8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장기인 서브에서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이정철 감독은 백목화를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하며 잃었던 경기 감각을 되찾을 기회를 줬고 그 효과는 V리그 정규 시즌이 개막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백목화는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주전 레프트로 활약하며 12경기에서 30.84%의 공격 공률로 6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팀 구성 자체가 공격은 어도라 어나이와 김희진, 서브 리시브는 고예림과 박상미 리베로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백목화가 인삼공사 시절처럼 공수에서 많은 역할을 떠맡을 필요는 없다. 백목화는 지난 8일 흥국생명전에서 서브득점 4개를 포함해 11득점을 기록하며 경기 감각을 점점 전성기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백목화는 2015-2016 시즌을 끝으로 2년 동안 코트를 떠나 있었다. 그것도 실업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복귀시점을 재고 있던 것이 아니라 '바리스타'라는 제2의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코트 복귀 후 백목화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다. 복귀 후 점점 코트가 익숙해지고 있는 백목화가 인삼공사 시절의 기량을 되찾는다면 선두에 올라선 기업은행의 4번째 챔프전 우승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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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백목화 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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