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인삼공사를 연패에 빠트리며 상위권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15, 25-16)으로 완승을 거뒀다. 12월 들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인삼공사를 연파하며 승점 20점 고지에 오른 도로공사는 선두권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혔다(7승5패).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교체 후에도 여전히 팀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는 박정아가 13득점을 기록했다. 반면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등록명 파튜)는 9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도로공사는 파튜의 낮은 공격 성공률(30.77%)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 여자배구의 살아 있는 전설 정대영이 무려 70%의 공격 성공률로 도로공사의 공격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2000년대 여자배구 최고의 중앙 공격수
 
 현대건설의 겨울리그 5연패 주역이었던 정대영은 프로 출범 후에도 3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현대건설의 겨울리그 5연패 주역이었던 정대영은 프로 출범 후에도 3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 한국배구연맹

 
정대영은 폐교된 양백여상 시절 세계 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대표팀을 3위로 이끌며 일찌감치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1999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정대영은 IMF의 여파로 실업팀들이 대거 해체되는 틈을 타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 등을 스카우트하며 강 팀으로 도약한 현대건설에서 금방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장소연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전 센터로 나선 정대영은 겨울리그 5연패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프로 출범을 앞두고 장소연, 강혜미, 구민정, 이명희 등이 대거 은퇴를 선언했고 정대영은 현대건설의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정대영은 프로 원년 MVP, 2005-2006 시즌 후위공격상을 수상하며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지만 김연경(엑자시바시)과 황연주(현대건설)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대영은 2006-2007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어 이숙자 세터와 함께 GS칼텍스 KIXX로 이적했다.

정대영은 이적 첫 해 블로킹 1위와 챔피언 결정전 MVP에 오르며 프로 출범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9년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출산 휴가를 얻은 정대영은 2009-2010 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2010-2011 시즌에 복귀해 블로킹 5위(세트당 0.45개)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4강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3-2014 시즌에 선정한 V리그 10주년 올스타 센터 부문에 이름을 올린 정대영은 2013-2014 시즌 GS칼텍스를 우승시킨 후 FA자격을 얻고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정대영과 이효희 세터가 가세한 도로공사는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비록 데스티디 후커가 대활약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정대영은 챔프전에서 세트당 0.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뛰어난 높이를 과시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되고 서남원 감독(인삼공사)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2015-2016 시즌 5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정대영은 2015-2016 시즌에도 블로킹 6위(세트당 0.49개)와 속공 2위(48.3%)에 오르며 V리그 여자부 정상급 센터로 제 몫을 다 했다. '거요미' 양효진이 센터 부문을 완전히 평정하면서 존재감이 다소 작아지긴 했지만 정대영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2000년대 최고의 센터로 손색이 없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V리그 여자부 정상급 센터
 
 정대영은 이번 시즌에도 이번 시즌 속공1위, 블로킹 4위를 달리며 리그 최고의 센터 중 한 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정대영은 이번 시즌에도 이번 시즌 속공1위, 블로킹 4위를 달리며 리그 최고의 센터 중 한 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영입해 높이를 강화했다. 배유나와 정대영의 만남으로 도로공사는 리그 정상급 센터진을 보유하게 됐지만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2016-2017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다. 정대영은 배유나와 함께 722득점을 합작하며 분전했지만 팀의 추락을 막진 못했다. 하지만 작년 FA시장에서 박정아를 영입하면서 도로공사는 다시 날개를 달았다.

박정아와 이바나 네소비치로 이어지는 위력적인 쌍포를 거느리자 상대적으로 중앙에 있는 정대영과 배유나를 향한 상대수비의 마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정대영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68득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챔프전에서는 3경기에서 45.76%의 공격성공률로 35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도로공사 이적 후 세 시즌 만에 차지한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이었다.

정대영은 이제 한 달만 있으면 한국 나이로 39세가 되지만 이번 시즌에도 기량이 전혀 시들지 않았다. 정대영은 박정아, 이효희, 배유나 등이 대표 차출과 부상으로 빠졌던 컵대회에서도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시즌이 개막한 후에도 도로공사가 치른 12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하고 있다. 정대영은 143득점으로 득점13위에 올라있는데 중앙공격수들로만 분류하면 양효진(174점)과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 172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9일 인삼공사전에서도 정대영은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인삼공사의 중앙을 압도했다. 알레나 버그스마가 부상으로 빠진 인삼공사는 이날 한수지를 라이트로, 한송이와 박은진을 센터로 투입하는 변칙적인 로테이션을 들고 나왔다. 정대영은 이날 2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70%의 공격 성공률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6득점을 올렸다. 과장을 조금만 보태면 정대영이 공격을 시도하면 도로공사의 득점이 올라간 셈이다.

정대영은 전성기 시절 센터였음에도 속공과 이동공격은 물론 후위공격까지 자유자재로 시도하던 전천후 공격수였다. 실제로 여자부에 2점 백어택 제도가 있던 시절에는 후위로 빠져도 리베로와 교체되지 않고 서브리시브에 참여하기도 했다(심지어 리시브 성공률도 매우 좋았다). 이제 예전처럼 경기 시간 내내 코트를 누빌 수 있는 체력은 아니지만 정대영은 여전히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안정된 기량을 과시하는 중앙 공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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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정대영 뽀민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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