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유럽 1부리그 통산 100골을 돌파했다.

▲ 손흥민 ⓒ AP/연합뉴스

 

'한국축구의 기둥' 손흥민이 물 들어 올 때 확실히 노를 젓고 있다.

토트넘 핫스퍼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결승골을 포함해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레스터시티를 2-0으로 꺾고 승점 33점으로 4위 자리를 지켰다(11승4패).

손흥민은 지난 11월11일 크리스탈 팰리스FC와의 원정경기까지 리그 첫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부진한 시즌 초반을 보냈다. 성급한 사람들은 손흥민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경기에 치중하느라 체력 관리에 실패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 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최근 리그 4경기에서 3골1도움을 기록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스터 손샤인'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한국축구가 의존했던 절대적인 존재감의 에이스 손흥민

만20세가 되기 전에 A매치에 데뷔한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서 골을 신고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로 낙점 받았다. 손흥민은 이어진 2015년 아시안컵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멀티골, 호주와의 결승전 동점골을 기록하며 박지성의 뒤를 잇는 한국축구의 에이스로 도약했다(물론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찌감치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축구는 브라질 월드컵 이후 심각한 원톱 부재에 시달렸고 대표팀에서 손흥민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해졌다. 소속팀에서 주로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대표팀에 오면 측면뿐 아니라 중앙 공격수 역할까지 맡아야 했다. 대표팀에 남다른 책임감이 있는 손흥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손흥민 개인에게는 물론 한국 축구에도 썩 좋을 리 없었다.

손흥민에 대한 의존이 절정에 달한 대회는 바로 지난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록한 3골 중 2골을 책임졌다. 특히 멕시코전 만회골은 오직 손흥민의 개인능력으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이어진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손흥민은 스트라이커 황의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도움왕(5개)에 올랐다. 한마디로 손흥민에 의해 울고 웃은 2018년 한국축구였다.

하지만 영국과 러시아,인도네시아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친 손흥민에게도 체력적인 부담이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열린 4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음에도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10월16일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황인범의 A매치 데뷔골을 도운 것이 벤투호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유일한 활약이었다(11월 호주 원정에는 소속팀 토트넘과의 사전 조율로 인해 차출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시즌 개막 후 3개월 동안 리그 7경기와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서 도움 1개만을 기록한 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8골11도움을 폭발시켰던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활약이었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빠진 사이 에릭 라멜라와 루카스 모라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나온 것도 당연했다.

첼시전 50m 단독 돌파 원더골 이후 최근 4경기 3골 폭발

손흥민은 지난 11월1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카라바오컵 16강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2018-2019 시즌 첫 득점과 동시에 시즌 첫 맨 오브 더 매치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카라바오컵이라는 이유로 손흥민의 활약이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의 호주 원정에 참여하지 않고 2주 동안 휴식을 취하며 충전을 완료했다.

손흥민은 11월25일 첼시FC와의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8분 알리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측면에서 50m를 내달리며 첼시 수비진을 휘젓다가 기다리던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따돌린 첼시의 수비수는 이탈리아의 수비형 미드필더 조르지뉴와 브라질 출신의 월드클래스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였다. 손흥민은 홈팬들 앞에서 엄청난 원더골로 보여주면서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모두 지워 버렸다.

첫 골이 터지자 손흥민의 폼은 순식간에 회복됐다. 12월1일 아스날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널티킥을 유도한 손흥민은 5일 사우스햄튼전에서 리그 2호골을 터트렸다. 2010-2011 시즌 함부르크FC 소속으로 만18세의 나이에 데뷔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유럽 진출 8년 만에 100호골을 작렬했다. 이는 분데스리가 시절 모든 대회를 합쳐 121골을 타트렸던 차범근에 이은 한국인 2호 기록이다.

그리고 손흥민은 3일 만에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16라운드 경기에도 선발 출전해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 패널티박스 바깥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레스터시티의 골망을 갈랐다. 마치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에서의 골을 보는 듯한 그림 같은 중거리슛에 레스터시티의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도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손흥민은 후반에도 정확한 크로스로 알리의 추가골을 도왔다.

12라운드까지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최근 4번의 리그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해 3골을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직후 부진할 때 나왔던 손흥민에 대한 주전논쟁 따위는 완전히 사라진 지 오래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부활 시점은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고 휴식을 취한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역시 봄부터 여름까지 엄청난 강행군을 소화했던 한국축구의 에이스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약간의 휴식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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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토트넘 핫스퍼FC 손흥민 레스터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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