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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먹이 주는 일은 부부가 늘 함께
▲ 차오름달팽이농장 김인현씨와 최예원씨 부부  달팽이 먹이 주는 일은 부부가 늘 함께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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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 그만두고 달팽이 농장... 처음에 아내 반대 극심

"귀농을 하겠다고 하면 다들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라는 말만 해요. 그럼 직장생활은 '쉽냐' '쉽냐' '쉽냐' 물었어요. 저는 직장생활 하나도 안 쉬웠어요." 

달팽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현(42)씨와 최예원(37)씨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자녀 둘과 함께 올해 3월 남원시 금지면으로 귀농했다. 남원의 달팽이 농장 1호 '차오름 달팽이 농장'이다. 인현씨는 귀농 전에 경기도에서 중·고등부 과학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였다. 아내 예원씨는 남원이 고향이다.

부부에게는 현재 4살인 남매 쌍둥이 아이들이 있는데 인현씨는 아이들이 태어난 때부터 귀농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오래 전부터 체험농장과 교육농장에 관심이 많았다. 분야는 다르지만 더 늦기 전에 자신이 희망했던 일을 시작했다. 귀농해서 달팽이 농장을 하겠다고 했을 때 예원씨의 반대가 무척이나 컸다고 한다.

"판로 때문에 처음엔 반대를 심하게 했어요. 농산물은 하다가 정 안 되면 공판장에라도 보내면 되는데 달팽이는 그런 게 없다 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다 해야 하거든요. 정해진 최소한의 판로조차 없다보니 영업이며 홍보며 직접 다 해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어요.

다행히 남편이 교육을 받으면서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죠. 주변 분들께서 소개며 홍보도 해주시고 지원 사업을 통해서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들도 터득하게 되더라고요. 주변에서 남편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하니까 점점 자신감도 생기고 이제 큰 걱정은 안 해요."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달팽이
 
최대 수명이 7년인 애완용으로 분양되는 아프리카 왕 달팽이
▲ "아프리카 왕 달팽이" 최대 수명이 7년인 애완용으로 분양되는 아프리카 왕 달팽이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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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농장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다양한 분야로 활용이 가능해서다. 달팽이는 식재료와 진액 그리고 화장품 원료로도 쓰일 뿐 아니라 달팽이 농가를 준비하는 이들을 상대로 분양사업도 가능하다. 또한 달팽이는 냄새가 없기 때문에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애완용으로도 분양이 가능하다. 5개월에서 6개월이면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번식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한 마리가 알을 낳으면 100마리에서 많게는 300마리까지 낳는다.

농장의 전체 면적은 1,800평이 조금 넘는다. 하우스 200평 중 사육장은 70평을 차지한다. 하우스 설계를 직접 하면서 바닥의 방수처리와 자연발생하는 습도를 만들기 위해 시멘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달팽이는 무엇보다 온도와 습도 조절이 중요하다. 일반 건물과 달리 하우스는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바람, 눈, 우박, 하물며 A급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초공사만 5단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사육장 바닥의 레일 처리까지 본인이 직접 설계했다. 하우스를 짓기 위해 한 달간 공부를 해야 했다.

농장관리로 인해 달팽이를 매일 만질 수밖에 없다는 인현씨의 손은 남자 손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희고도 매끄러웠다. 달팽이 크림 화장품의 주성분인 '황산콘드로이틴'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성분에는 피부 재생 효과가 있다 보니 피부미용을 위해 애완용으로 키우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달팽이 농장은 다른 작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시작은 가능하다.

"처음에 제대로 지어놓고 시작을 하는 것과 적은 비용으로 어설피 지어놓고 지원 사업 받아서 보수를 하고 규모를 늘리게 되면 그 비용은 훨씬 더 들어가게 돼요. 지원 사업이라고 해도 대출이기 때문에 굳이 지원받아 규모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선투자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후 비용이 적게 들거든요."

달팽이는 3천 마리로 시작을 했는데 현재는 대략 14만 마리가량 된다. 달팽이 우리 한 통에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몇 백 마리까지 들어 있기도 하다. 그중 1만 마리 정도는 알의 개수다. 3천 마리 이하로 시작을 하면 번식률이 떨어지게 되는데 번식 속도가 늦어지면 자연적으로 판매 속도도 늦어지게 된다.

실패의 가장 큰 문제는 물량 확보... 국가코드 없는 것도 어려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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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현씨와 최예원씨 그리고 쌍둥이남매 .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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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알에서 부화 후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성장을 하면 분통을 하게 된다. 분통 작업은 시간 소요가 많기 때문에 한 번에는 불가능하고 몇 차례에 나눠서 작업을 한다. 먹이는 5일마다 한 번씩 주는데 부부가 함께 일하면 2시간이면 족하다. 하우스의 사육장 시설은 갖춰졌지만 주변 경관이나 체험장 시설까지 모두 갖춰진 후라면 사육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달팽이 농가가 실패하는 요인을 찾아보니까 판로 때문이 아니에요. 실패의 가장 큰 문제가 물량 확보인데요. 판로가 구축돼도 물량 확보가 안 되면 판로가 끊기게 되지요. 또 한 가지 요인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온라인 활동을 거의 안 하다 보니 홍보가 제대로 안 돼요. 온·오프라인 홍보가 되시는 분들은 억대 연봉도 찍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는 살아남기 힘들죠."

SNS 마케팅 스터디 단체인 '밤을 잊은 농부'를 통해 매달 모여서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활동 인원은 현재 본인을 포함해 아홉 명이다. 규율이 까다로워 중도 포기자도 많지만 그만큼의 홍보효과가 있다고 한다.

"시골에서 살아남으려면 컴퓨터를 더 잘 해야 해요. 공판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보다 직거래가 훨씬 가격이 높은데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지요."

달팽이 농가가 힘든 점을 굳이 꼽자면 국가 코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팽이는 곤충이 아닌 연체동물이기 때문에 축산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분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 지원 사업을 받고자 해도 달팽이 농장 운영이 아니라 체험농장 분야에 대해서만 지원이 가능하다 보니 선지원 사업은 안 되고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춰진 상태에서 후 지원 사업만 가능한 상태다.

작목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이 없다 보니 경제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절실한 건 특용작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다.

"시골생활에 만족해요"
 
 사진출처: 김인현씨의 '차오름 달팽이 농장' 블로그
▲ 먹이를 먹고 있는 왕달팽이  사진출처: 김인현씨의 "차오름 달팽이 농장" 블로그
ⓒ 김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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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반대했던 예원씨가 귀농 후 만족스러운 것은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다.

"남편이 직장을 다닐 때는 남들처럼 6시 퇴근이 아니라 밤 열시 이후였어요. 그러다 보니 항상 아이들 자는 모습만 보는 거예요.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잘 못 봤어요. 여기서는 저녁마다 놀아주니까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게 가장 좋아요."

인현씨도 지금의 시골생활이 만족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도 좋지만 도시에서는 위험요소도 많고 '하지 말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귀농 후 '하지 말라'는 말이 절반 이하로 줄었어요. 아파트에 살면서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층간 소음인데 일반주택에 살면서부터는 층간 소음 걱정이 없다 보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전혀 신경 쓸 게 없어요."

현재 낡고 오래된 농가주택을 임대해서 지내다 보니 겨울철이 가장 문제다. 별도의 난방 처리도 해야 하고 손볼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귀농 시 주택 수리 비용은 임대계약이 5년 이상일 경우에만 지원이 되다 보니 2년 계약인 이들 부부에게는 고스란히 본인들 몫이다.

서두르지 않고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
 
생후 6개월된 왕달팽이
▲ 아프리카 왕 달팽이  생후 6개월된 왕달팽이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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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에는 '농업인의 날' 행사에 농가 대표로 참석했다. 행사의 전시 품목 중 식용으로는 달팽이 무침과 달팽이 진액을 내놨고, 애완용 달팽이와 달팽이 껍데기를 활용한 다육이 화분 및 달팽이 목걸이를 전시했다. 달팽이 껍데기를 이용한 공예품들은 예원씨의 솜씨다.

달팽이 진액은 연말부터 시판 예정이며 체험농장은 2019년 9월로 계획하고 있다. 벌써부터 판매 문의 전화가 많지만 간혹 블로그를 보고 직접 농장까지 진액을 사러 오는 이들도 있다. 달팽이 진액 가공은 남원시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공시설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놓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체험농장의 다음 단계인 교육농장까지 키워나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우리 안의 달팽이는 마치 고문을 하듯 느릿느릿 기어 다녔다. 이들 부부도 그들의 목표를 향해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달팽이 사육, #달팽이 농장, #차오름달팽이농장, #귀농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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