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TV의 인기 예능 <맛있는 녀석들>. 오는 21일 방송 200회를 맞이 한다.

코미디TV의 인기 예능 <맛있는 녀석들>. 오는 21일 방송 200회를 맞이 한다. ⓒ iHQ


케이블 TV 예능의 인기가 지상파를 위협하는 시대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tvN, Mnet, 올리브TV, 온스타일 등 CJ ENM이 운영하는 채널에 국한된 이야기다. IPTV 혹은 지역 유선 방송 기준 수십번대 이후에 배치된 경우가 허다한 비CJ계열 케이블 예능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나마 <주간아이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골경찰>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MBC에브리원 같은 사례가 있지만 지상파 계열 채널임을 감안하면 나머지 케이블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의 주목도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런데 CJ가 아닌, 타 업체 예능으로는 이례적으로 200회에 방송 4주년을 앞둔 장수 인기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그 주인공은 코미디TV가 자랑하는 예능 <맛있는 녀석들>이다. 

지난 2015년 1월 파일럿 방영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21일로 200회를 맞이하는 <맛있는 녀석들>은 흔하디 흔한 '먹방'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무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각종 채널을 돌리면 과거 방영분이 쉴새 없이 나올 정도로 케이블 TV에서 만큼은 <나혼자 산다> 못잖은 인기 재방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4월에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가 주최한 케이블 방송대상에서 '코미디 예능 부문' 대상을 수상할 만큼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기도 했다.

4년째 인기 롱런중... 비CJ 케이블 채널로는 이례적
 
 지난 7일 방영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198회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198회의 한 장면. ⓒ iHQ

 
<맛있는 녀석들>의 기본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회당 2곳 정도의 맛집(음식점)을 찾아가 유민상-김준현-김민경-문세윤 등 코미디언 4인방이 먹고 뜯고 즐기고 마시는 '먹방의 본능'(?)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다.

<맛있는 녀석들>이 처음 방송되던 2015, 2016년 전후만 하더라도 TV 채널마다 너도나도 '먹방' 혹은 '셰프' 예능이 봇물처럼 쏟아지던 시기였다. 대식가 4명의 먹방 프로그램 등장만으론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단순히 많이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tvN <수요미식회> 못잖게 출연진 나름의 '음식 철학'을 논하고 코미디언들의 재치 있는 토크와 개인기가 종합되면서 '음식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7일 방영된 198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청자가 추천한 맛집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에서 출연진들은 '개그맨들이 유독 화곡동에 몰려 사는 이유'를 맛집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역세권'에 비유한 '맛세권'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Mnet < 프로듀스 101 >을 본 딴 먹방 서바이벌 대회를 열자는 등 산해진미 못잖은 맛깔나는 개그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십끼형'(유민상), '민경장군'(김민경) 등 출연진의 확실한 캐릭터 구축을 해 둔 것 역시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한다. 또한 맛집 탐방이라는 이유로 과장되거나 미화된 칭찬의 말을 늘어놓기 보단 있는 그대로 전하는 맛 평가 역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쪼는 맛" "한입만"... <맛있는 녀석들>의 백미
 
 지난 7일 방영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프로그램 속 인기 코너 '쪼는 맛'을 위한 게임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영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프로그램 속 인기 코너 '쪼는 맛'을 위한 게임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 iHQ

 
<맛있는 녀석들>에 매회 양념처럼 등장해서 재미를 배가 시키는 '쪼는 맛'은 이제는 이 프로그램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제작진은 '먹성' 좋기로 유명한 4명의 코미디언을 모아 놓고 매 방송마다 1명은 먹지 못하게 하는 콘셉트를 유지한다. '쪼는 맛' 게임을 통해 걸린 1인은 "한 입만"이라고 외쳐서 단 한 숟가락만 먹을 수 있는 벌칙을 수행한다.  

게임은 제비 뽑기 같은 단순한 방법부터 최근엔 사무실 속 숨은 글자를 찾는 등 날로 진화하고 있어, 단순할 수 있는 먹방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벌칙에 걸린 사람은 기상 천외한 방법으로 한 숟가락 분량이 결코 아닌, 공기밥 하나에 가까운 양을 쌓아 먹어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코미디언 선후배 사이인 4명의 환상 호흡도 <맛있는 녀석들>의 인기 순항에 한 몫을 담당한다. 특별히 구멍이라 부를 만한 사람 없이 고른 비중으로 토크 및 개그가 이뤄지다보니 특별히 게스트 없이도 각종 재미를 이끌어낸다. 이는 매회 같은 형식이 반복되는 먹방의 약점을 극복하는 <맛있는 녀석들>만의 비법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식대 때문에 방송국이 망하는 그날까지...
 
 지난 8월에는 예능 출연이 드문 배우 박보영이 이례적으로 <맛있는 녀석들>에 등장해 화제를 일으켰다. 과거 방영분의 내용을 줄줄이 언급할 만큼 이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임을 드러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예능 출연이 드문 배우 박보영이 이례적으로 <맛있는 녀석들>에 등장해 화제를 일으켰다. 과거 방영분의 내용을 줄줄이 언급할 만큼 이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임을 드러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iHQ

  
최근 특히 케이블 채널에서는 시즌제 예능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맛있는 녀석들>은 보기 드물게 지상파 예능과 마찬가지로 4년 동안 매주 빠짐 없이 방송을 진행하는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엇비슷한 내용이 매회 반복되는,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다행히 아직까진 제작진 및 출연진이 위기 상황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를 준비하는 듯 하다.

고기 먹방의 신기원(?)을 세웠던 '제1회 제육대회'를 비롯해, 반대로 출연진 4인이 좋아하지 않는 각종 야채 및 산나물 위주의 사찰 음식 특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때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짜기에 있는 '자연인'을 찾아가 독특한 요리를 맛보는 식의 변주도 이어진다. 

초대손님 없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지만 지난 8월 방송분에서는 열혈시청자인 '뽀블리' 배우 박보영이 등장해 기대 이상의 큰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조만간 방영될 200회 특집은 국내를 벗어나 '미각 해외 전지훈련' 형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식대 때문에 방송국 문을 닫게 만들겠다!"는 4명의 굳은 의지가 변함 없다면 <맛있는 녀석들>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맛있는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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