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지나면 2018년 달력 한 장이 남게 됩니다.
연초에 나름의 계획을 세울 때, 한 달에 한 번은 꼭 '지리산에 가자!' 이런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말았습니다.
계획대로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봄은 다 지나갔고, 여름 무렵에야 산을 찾아온 지인의 손에 이끌려 점을 찍었고 그 후로 몇 번 더 올랐지만 자발적인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산 올려다 보기가 부끄럽고, 명색이 산 아래 사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도 아니고, 등등등... 반성의 의미를 담아 겨울산에 올랐습니다.
산은 겨울 명상에 잠겨 있었고 봄, 여름 꽃들은 상고대로 피어 있었습니다. 산 준령도 말없는 침묵이 되어 있었습니다. 눈 보라 앞에서도 고요하게, 찬연하게, 품위있게...
하나의 겸허를 배우고 산을 내려 갑니다. 산이 되려면 아니, 산 같은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많이 올라왔다 오늘처럼 배고픈 마음으로 내려가야 할 것인지...
<구례 터미널에서 성삼재로 가는 버스는 2018. 11.19일 부, 동절기 중단되었습니다. 내년 4월 하순경 재운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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