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황의조가 첫골을 넣은 뒤 축하받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황의조가 첫 골을 넣은 뒤 축하받고 있다. ⓒ 연합뉴스


6경기 3승 3무. 한국 축구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6번의 평가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한국이 맞붙은 팀 중에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칠레도 있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한국을 괴롭혔던 우즈베키스탄도 있었다. 비록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기에 충분한 기간은 아니었지만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빠르게 정비하며 2019 아시안컵을 앞두고 전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지난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한국축구는 큰 손실이 있었다. 바로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알두하일 SC)의 부상이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초반 방향 전환을 하다가 무릎을 다치고 교체된 남태희는 정밀검사 결과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큰 부상을 당한 남태희는 오는 1월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됐다.

남태희는 벤투 감독 부임 후 6번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과 함께 전 경기 선발 출전해 두 골을 기록하며 '벤투의 황태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까지 남은 한달 여의 시간 동안 공격을 전개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과연 내년1월 아랍에미리트의 그라운드를 누빌 벤투호의 새로운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는 누가 될까.
 
남태희,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아시안컵 출전 불발 지난 20일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 센터(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던 남태희가 22일 호주 현지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남태희는 치료와 재활에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내년 아시안컵에는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는 남태희 모습.

▲ 남태희,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아시안컵 출전 불발 지난 20일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 센터(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던 남태희가 22일 호주 현지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남태희는 치료와 재활에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내년 아시안컵에는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는 남태희 모습. ⓒ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의 숨은 MVP 황인범과 빅게임 플레이어 이승우

뛰어난 피지컬과 창의적인 플레이, 그리고 수비가담능력까지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나 스페인의 다비드 실바(맨시티)가 그렇듯 공격형 미드필더는 굳이 체격이 클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언성 히어로' 황인범(대전 시티즌)은 남태희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격하는 황인범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황인범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지난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황인범이 공격하고 있다. 경기는 한국의 4-0 승리. ⓒ 연합뉴스


2016 시즌과 2017 시즌, 대전에서 2년 연속 K리그 챌린지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며 주목 받은 황인범은 올해 1월 아산 무궁화에 입대해 군복무를 시작했다. 특히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공격진과의 활발한 연계를 통해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큰 기여를 했다. 대회 내내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황인범이 김학범호의 숨은 MVP로 꼽히는 이유다.

황인범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꾸준히 A대표팀에 선발되고 있다. 지난 10월16일 파나마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고 호주원정에서는 기성용(뉴캐슬)의 자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아시안컵에서 기성용과 정우영(알 사드)이 예상대로 복귀한다면 황인범은 더욱 익숙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 것이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한국 축구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는 '뽀시래기'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이름도 빠지면 서운하다. 아시안게임 결승전 결승골을 기록하며 일약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승우는 정작 벤투호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유럽파들이 대거 제외된 호주원정에서도 경쟁에서 밀려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어쩌면 이승우는 주전 경쟁이 아닌 최종 엔트리 합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일지 모른다.
 
이승우 또 골이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한국 세 번째 골을 넣은 이승우가 기뻐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한국 세 번째 골을 넣은 이승우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승우는 각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언제나 큰 경기에서 축구팬들을 열광시킨 한 방을 터트려 온 '빅게임 플레이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민한 움직임과 창의적인 플레이 역시 이승우가 가진 장점이다. 아스널과 셀타비고에서 거의 기회를 받지 못했던 박주영(FC서울)이 런던 올림픽에서 한 방으로 영웅이 됐던 것처럼 이승우도 대표팀 경기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 축구 두 기둥, 기성용과 손흥민의 포지션 이동?

아시안게임 대표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기존의 경험 많은 주전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시키는 방법도 있다. FC서울 시절과 2010 남아공 월드컵 때까지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역할에 치중했던 기성용이 대표적이다. 기성용은 유럽, 더 정확히는 프리미어리그 진출 전까지 공격성향이 매우 강한 미드필더였다(A매치에서 두 자리 수 골을 넣을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결코 흔하지 않다).
 
기성용 역습 가자!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18.6.24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기성용을 전방으로 올릴 경우 그 동안 기성용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했던 중원에서의 빌드업과 탈압박 등에서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주세종(아산 무궁화)과 박주호(울산 현대), 김정민(FC리퍼링) 등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은 많지만 기성용 만큼의 경험과 안정감을 기대하긴 힘들다. 벤투 감독이 조직력 저하를 감수하면서 기성용을 전방으로 끌어 올리는 모험을 펼칠지는 미지수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이자 '캡틴' 손흥민(토트넘)으로 하여금 측면 공격수 자리를 벗어나 중앙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방법도 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까지 손흥민은 대표팀 내 확실한 원톱 자원이 없어 측면과 최전방을 오가며 사실상 두 가지 역할을 해왔다. 체력적으로도 매우 부담이 컸을 뿐 아니라 효율성 면에서도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방향 전환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벤투호에는 황의조(감바 오사카)라는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있고 측면에도 이청용(VfL 보훔),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같은 좋은 재능들이 즐비하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당할 손흥민이 한 발 뒤에서 넓은 시야로 경기를 바라보고 공격 전개에 참여한다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득점이 아닌 많은 어시스트로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된 바 있다. 

한국은 내년 1월 5일 개막하는 2019 아시안컵에서 중국,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C조에 속해 있다. 아시안컵은 한국이 출전할 수 있는 단일 종목 이벤트로는 월드컵 다음으로 규모가 큰 대회다. 하지만 한국은 1960년 이후 60년 가까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축구가 벤투 감독과 함께 하는 17번째 대회에서는 59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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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2019아시안컵 남태희 황인범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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