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4주차에 역주행에 들어가면서 흥행 추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봉 초반 같은 날 개봉한 <완벽한 타인>에 밀리며 2위를 유지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난 13일 하루 반짝 1위에 올랐다가 바로 다음날 개봉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1위를 내주며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개봉 4주차에 접어든 19일부터 1위에 올라서더니 좌석판매율과 예매율에서 1위를 유지하며 뒤늦게 본격적인 역주행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개봉 4주차에 상승하는 경우는 '기적'에 가깝다. 본격적인 흥행은 지금부터라는 듯 흥행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 분위기다. 

기적의 역주행

박스오피스에서 역주행이 특별한 것은 흥행 흐름을 예측하기 쉽지 않을 만큼 폭발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봉 영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개봉 첫 주에 가장 많은 관객이 찾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든다. 첫 주 관객 수만 보면 영화가 어느 정도 규모로 흥행할지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갑자기 관객이 줄어들어야 하는 시점에 거꾸로 관객이 증가하는 역주행은 예측했던 흥행 궤도를 벗어난다는 점에서 대박 흥행을 예고하는 조짐으로도 읽힌다. 뒷심을 강하게 받는 것이어서 하락세를 보이던 관객 수가 반등한다.

게다가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영화의 힘이 상당히 빠졌을 개봉 4주차에 뒤늦게 흥행 시동을 거는 모양새여서 더욱 특별하다. 아무리 흥행하는 영화라고 해도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면 스크린과 상영 횟수가 줄어들며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에 밀려나는 게 일반적이다.
 
21일 하루 <보헤미안 랩소디>는 1164개 스크린에서 4866회 상영됐다. 개봉 초기 900개 안팎 스크린에서 최대 3700여회 정도 상영되던 것보다 상영조건이 더 늘어났다. 누적관객은 355만이다. 당초 400만 안팎의 관객이 예상되던 것이 500만 이상으로 상향될 만큼 예측이 쉽지 않다. 첫 주말 관객 기준으로 200만 안팎 정도의 흥행이 예상됐던 게 뒷심을 크게 받으면서 흥행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음악영화의 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음악영화가 갖는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음악이 도드라지는 음악영화는 종교영화와 함께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로 분류된다. 눈보다는 귀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2007년 예술영화로 개봉한 <원스>는 적은 상영관에도 27만 관객을 기록하며 음악영화의 흥행 신화를 만들었다. <원스>는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그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개봉한 <맘마미아>는 457만 관객을 기록했고, 지난 8월 개봉한 <맘아미아2>도 229만 관객을 모으며 뮤지컬영화의 힘을 과시했다.
 
2012년 개봉한 <레미제라블>은 592만 관객으로 역대 음악영화 흥행 1위를 기록 중이다. <레미제라블>은 음악적 요소 외에 당시 대선 이후의 상황이 맞물리며 흥행 규모가 커진 경우였다. 2013년 개봉해 343만 관객을 동원한 <비긴 어게인>이나, 2015년 부산영화제 야외 상영 직후 개봉해 159만 관객을 기록한 <위플래시> 등은 음악영화의 힘을 과시한 사례로 꼽힌다. 2016년 개봉 이후 크게 흥행한 <라라랜드>는 지난해 재개봉해 누적 359만 관객을 기록했다.
 
영화에 음악이 곁들여진 음악영화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시작되면서 주목도가 커졌다. 몇 해 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홍준 감독이 서울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접근성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 음악이 영화와 결합해 큰 시너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세대 아우를 수 있는 노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하지만 모든 음악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크게 흥행하는 영화에는 나름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음악의 마법이 작용했다며 노래가 갖는 파급력을 강조했다.
 
국내 최고의 음악영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제천국제영화제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음악영화는 음악 자체가 생명이고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음악이 관객들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게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스>를 보더라도 스토리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서로 호감은 갖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애매모호한 관계인데, 음악이 좋았던 덕분에 성공한 것이라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퀸이 전달하는 노래의 파급력이 컸다"고 말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우리나라는 특정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는 있지만 전체 세대가 공감하는 노래가 없다"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퀸의 노래를 처음 듣는 중고생도 관심을 가질 만큼 전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노래가 영화 흥행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실제 공연과 거의 같은 높은 싱크로율도 흥행에 기여했고, 익숙한 노래가 나오는 것에 관객이 반응하는 것"이라며 "작품성으로만 따지면 일반적인 수준이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도 있으나 전기 영화로서 연출력보다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흥미가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적 음악영화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신중현이나 한대수, 김민기 등 음악영화의 소재들은 많다. 다만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아직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작품성보다는 음악과 공연이 통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팟캐스트 '윤성은의 스크린뮤직'을 진행하고 있는 윤성은 평론가도 "작품성보다는 음악과 공연의 힘이었다"며 "싱어롱 상영이 가능하면서 관객이 같이 즐길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영화가 된 것이 뒷심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비긴 어게인>, <레미제라블>, <라라랜드>에 나오는 음악들이 창작곡이라서 대중적이라고 하기 어렵다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노래는 <맘마미아>처럼 따라서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만들어졌기에 관객 호흥도가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싱어롱 상영, 스크린 X등 특화된 상영이 관객의 반복관람을 유도하면서 영화의 흥행을 돕고 있다"라며 "다른 음악영화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게도 퀸의 목소리가 먹힌다는 게 의미가 있고 음악 라이브가 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싱크로율 높은 연기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오동진 평론가는 "탁월한 걸작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룹 '퀸'과 리드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천재적 음악성을 그려 내고 그들의 노래를 들려 주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음악영화"라며 "퀸'의 음악이 50년동안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한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고, 이 영화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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