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전 캄보디아경기에 출전했을 당시 혼다 선수의 모습.

지난 2015년 11월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전 캄보디아경기에 출전했을 당시 혼다 선수의 모습. ⓒ 박정연

 
캄보디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온 일본의 축구스타 혼다 게이스케(32)가 감독 데뷔 6게임 만에 라오스를 상대로 첫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이하 스즈키컵)' 조별 예선 A조 3차전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경기에서는 캄보디아가 3-1로 승리했다. 혼다가 지휘봉을 든 캄보디아는 일본 프로리그를 경험한 스트라이커 찬 와타나카 선수를 비롯한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전반에만 2골을 쏟아 넣었다.

늦은 밤 90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주경기장을 가득 매운 5만여 명 현지 관중들은 승리를 거둔 자국 팀 선수들을 향해 열광의 함성을, 첫 승을 거둔 혼다 감독에게는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마지막 조명라이트가 꺼지는 순간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일본축구스타 혼다 게이스케(32)가 이끄는 캄보디아 축구국가대표팀이 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 대회(일명 스즈킵)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6경기만에 첫 승을 거두었다.

일본축구스타 혼다 게이스케(32)가 이끄는 캄보디아 축구국가대표팀이 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 대회(일명 스즈킵)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6경기만에 첫 승을 거두었다. ⓒ Vandy Snapper

 
혼다 감독은 지난 8월 캄보디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A매치 6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그동안 감독 자질 논란에 시달려야 했던 혼다 감독은 이번 승리로 잠시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해온 혼다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유럽리그를 떠나 호주 A리그 멜버른 빅토리에서 선수로 뛰며, 클럽경기가 없는 A매치 경기 때만 캄보디아로 날아와 선수들을 지휘해왔다.

혼다는 캄보디아 감독직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연봉 대신 A매치 경기시 항공권과 최소한의 경비 만을 지원받기로 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아직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지 못해 FIFA 규정에 따라 정식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하지는 못했다. 대신 아르헨티나 출신 펠릭스 달마스 수석기술코치를 내세운 운영관리시스템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혼다는 지난 2016년 캄보디아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차 예선전에 선수로 출전해, 캄보디아를 상대로 후반 연장 골을 넣으며 2-0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당시 혼다와 그라운드를 누비며 몸싸움을 벌이던 캄보디아 주전선수들은 현재 혼다 감독의 지휘를 받고 있다. 상대팀 선수가 아닌 감독과 선수, 사제지간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재미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선수와 감독인 동시에 재능있는 캄보디아 출신 축구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해 현지 프로축구팀 앙코르 FC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구단주이기도 하다. 2015년 오스트리아 2부리그 SV 호른을 인수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우간다 1부 리그팀을 인수하기도 했다. 혼다는 현재 캄보디아 유소년들을 위한 축구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눈코 뜰새 없는 1인 다역이다.

이날 라오스전 승리는 혼다에게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축구 역사에도 매우 의미있고 값진 승리였다. 〈폭스 스포츠〉는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하며, "2002년 동 대회가 시작된 이래, 캄보디아가 무려 5814일 만에 거든 첫 승리"라고 전했다.
   
 지난 2015년 11월 월드컵 에선전에서 후반 연장 골을 넝어 일본의 2-0 승리에 기여한  혼다 게이스케 선수가 경기를 마친 후 캄보디아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지난 2015년 11월 월드컵 에선전에서 후반 연장 골을 넝어 일본의 2-0 승리에 기여한 혼다 게이스케 선수가 경기를 마친 후 캄보디아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 박정연

 
캄보디아는 이날 오랜만에 감격스런 승리를 만끽했지만, 1승 2패를 기록, A조 4위에 머물게 됨에 따라, 조 2위까지만 주어지는 4강 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라오스는 4연패 수모를 당하며, A조 최하위에 그쳤다.

앞선 지난 9월 10일 치른 말레이시아와 감독 데뷔전에서 1-3 패배의 쓴 맛을 경험했던 혼다는 지난 10월 12일 동티모르와 가진 경기에서는 2-2로 비기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기도 했다.

혼다가 지휘하는 캄보디아는 아세안 국가 가운데서도 비록 최약체로 분류되는 팀이다. 하지만, 지난 1973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제3회 박정희대통령컵축구대회(이후 팍스컵으로 대회명 개칭)에서 미얀마와 공동우승을 차지해 올드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이태훈 감독이 8년이나 지휘했던 팀으로 우리와도 나름 인연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프놈펜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캄보디아와 베트남간 아시안컵 예선경기 당시  베트남출신 남성이 양국 국기를 모자에 달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지난 2017년 프놈펜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캄보디아와 베트남간 아시안컵 예선경기 당시 베트남출신 남성이 양국 국기를 모자에 달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 박정연

 
혼다가 이끄는 캄보디아는 오는 24일 '한국의 히딩크'로 불리며, 축구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과 A조 4차전 경기를 치른다.

베트남은 같은 날, 태국심판의 석연찮은 오심 논란 끝에 숙적 미얀마와 골 없이 비겨 2승 1무(승점 7점)로, 미얀마와 승점이 같아졌지만, 골 득실차에 밀려 현재 A조 2위에 올라와 있다.

박항서의 베트남은 혼다가 이끄는 피파랭킹 170위(10월 현재) 최약체 캄보디아를 대량 득점 제물로 삼아, 조 1위 탈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대회 우승을 향해 한 발자국 더 전진한다는 계획이다. 혼다의 입장에선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또 다시 넘어야 할 산이 눈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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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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